해남화력발전소, 포장을 벗기면 해답은 나온다

  • 빼앗으려는 자와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



  • 해남군은 서울시 면적의 1.2배에 달하는 면적을 가지고 있다. 해남보다 좁은 서울시의 인구가 2012년 현재 천 오십만 명이 넘는데 비해 해남군은 8만여 명이다. 8만여 명이 이렇게 넓은 땅에서 살고 있으니 땅이 남아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하루가 멀다 하고 난개발을 해도, 이곳저곳에 각종 환경오염 업체가 들어서도 아직 훼손할 수 땅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 해남이다.


    해남은 넓은 땅덩어리만큼이나 바람 잘 날 없는 곳이다.  수 년 전에는 원자력발전소 유치와  핵폐기물 처리장 유치 문제로 해남 전역이 시끄러웠다. 그리고 근래는 건설폐기물처리장과 분뇨처리장 문제로 해당 지역민들이 들고 일어나기도 했다. 현재도 해남 곳곳에서 평온하고 쾌적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주민들과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하는 업체 간의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해남 화력발전소 건설 문제도 이렇게 해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끝도 아닐 것이며, 현 제도 하에서는 이런 사건들이 상시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든 지역의 사안들이 그렇지만 해남 화력발전소를 둘러싼 치열한 생존싸움 이면에는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것들은, 서로의 뱃속을 채우기 위한 꼼수와 야합, 모두의 구심점이 되는 보편적 가치의 실종, 개인의 이익에 따라 원론과 각론이 다른 주민들의 이중성,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이기심 그리고 내 일이 아니라고 믿는 지역민들의 방관자적 태도 등이다. 이것들이 지역의 현안이 발생했을 때 해결을 어렵게 하며, 사실 관계에 대한 가치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곧 누가 옳고 누구 편을 들어 싸워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몇몇이 내게 물었다.
    “화력발전소를 하는 것이 옳습니까? 안 하는 것이 옳습니까?”
    내가 반문했다.
    “지역신문에 자세하게 나와 있지 않나요?”
    그는 신문마다 주장이 달라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해남지역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은 4개 정도이다. 그런데 내게 화력발전소에 대해 질문한 그가 몇 개의 신문을 구독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가 질문한 내용으로 볼 때 각 언론사는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군민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모 신문은 화력발전소 저지위의 입장에서 서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목적의 정당성에 너무 매몰돼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군민이 알고 싶어 하는 내용, 즉 ‘왜 반대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에 관련된 비슷한 내용의 기사는 많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다른 신문사는 양시론적 입장에서 양쪽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일부 군민들은 선뜻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 힘든 것이다.


    해남화력발전소 건설에 해법은, 먼저 양쪽 주장의 포장을 벗기는 일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다. 포장지를 벗기면 실체가 드러날 것이고 그 실체를 봐야 부화뇌동하거나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군민들이 쉽게 판단을 내릴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선택은 군민의 몫이다.


    <전라닷컴 윤승현>

    • 관리자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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