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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의 대한민국.(31)

  • 작성일 2009-07-31 12:38:17 | 수정일 2009-07-31 12:38:17
  • “정선, 공기도 좋고 좀 쉬는 것도 좋겠다. 언니가 갈까? 중국어도 좀 되니까.”

    먼저 선수를 친 연수. 아영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연수의 다음이야기는 그녀에게서 조금 전보다 더욱 굳은 표정을 만들게 했다.

    “이렇게 떨어져 있으면 잊히겠지?”

    낮은 목소리. 굳어진 아영의 표정을 의식한 연수가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뭘 그렇게 굳어있어? 이젠 술 먹기 힘들어서 가는 건데. 닷찌가 의외로 편안하잖아. 손님관리도 그다지 필요 없고 술도 안 마셔도 되고, 손님 진상도 없고.”

    하지만 다시 목소리는 작아진다.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무대포 같은 성격. 아직도 그대로야 천이는, 변한 건 우리 둘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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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이야. 어떻게 됐어?”

    아영과 아가씨들을 가게 앞에 내려다준 천이 범휘에게 전화를 걸었다. 긴 신호음이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30초가 넘어갈 무렵 범휘가 전화를 받았다. 급하게 다그치는 천에게 범휘가 말했다.

    “형님. 본거지에 남아 있는 놈들은 처리 했습니다요. 그런데 말입니다요. 잔당들이 꽤 저항이 심합니다요. 아무래도 동생들 좀 더 올려야 것 습니다요.”

    “그래. 오늘 바로 애들 더 올려 보낼 테니까, 3일안에 아가씨들은 예정대로 올려 보낼 수 있게 해. 완전히 정리 되지 않았어도 무조건 아가씨들은 돌려야 돼. 그 양반들 약속 어기는 거 징그럽게 싫어하는 사람들이니까.”

    “예. 형님. 편히 쉬십시오.”

    천이 핸들에 머리를 처박고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젠장.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건가? 너무 서둘렀나?’

    불안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감정은 그리 오래 남아있지 않았다. 요란하게 울려대는 최신기종의 핸드폰 때문이었다.

    “어! 아영아.”

    “지금 어디야?”

    “금방 출발했어. 아직 근처야.”

    “지금 가게로 빨리 좀 와. 연수언니, 정선 가겠데.”

    5. 진행.

    겨울이 찾아왔다고 믿기지 않는 화창한 날씨였다. 비포장도로는 언 땅이 녹아 질퍽한 길이었다. 조심스럽게 논 사이 비좁은 길을 운전하는 장 사장의 시선엔 처음 보는 낯선 광경이 들어왔다. 도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이곳에 도시의 원룸 촌에서나 볼 수 있는 건물들이 즐비하였다. 도로의 흙이 차에 심하게 튀어 올랐다. 번쩍번쩍 빛나던 차는 오피스텔 주차장에 들어서자 조금 전 고급스러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장 사장이 마중 나온 창석을 덥석 안았다.

    “하하! 공기 좋은 곳에 있으니 때깔이 확 달라졌는걸. 아유~ 유 실장 피부 좋아진 것 좀 보소. 여자 젖가슴 같이 보들보들하네.”

    장난기가 가득 묻어나오는 장 사장의 손이 이리저리 창석의 얼굴에 닿았다.

    “하하. 피부뿐이겠습니까? 정신도 아주 말끔합니다. 아주 최상의 컨디션이네요.”

    창석은 기분 나쁠 법도 한 장난에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드디어 작업이 시작된다는 생각. 돈이 들어온다면야 이런 장난이 아니라 주먹이 얼굴에 올려 진다고 하더라도 웃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장 사장은 촌이라 생각했던 자신의 예상과 너무나 다른 모습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자신이 도착한 건물과 바로 옆 건물의 상반된 모습에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두 건물에 각각 주차된 차들은 이곳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 두 건물의 주인은 같았다. 하지만 건물과 주차장의 모양은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숙소가 마련된 7층 건물은 빌라처럼 한눈에 봐도 넓고 고급스러운 건물이었다. 주차장 입구는 경비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주차 된 차들은 검정색 고급차들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다른 건물은 너무나 허름했다. 지어진지 10년은 족히 넘어 보였다. 주차장은 비포장으로 차들이 다닐 때면 먼지가 뿌옇게 일어났다. 덕지덕지 건물 입구에 붙여진 전당포의 광고지들은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지 누렇게 변해 벽과 함께 하나가 되었다. 5층짜리 낡은 건물은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지 계단에 쓰레기가 넘쳐났다. 그런데 그곳에서 몇몇 사람이 새벽에 나와 저녁 늦게 들어가는 모습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창석은 며칠 전 숙소를 잡으러 왔을 때 부동산 업자에게 물었다. 너무나 다른 양쪽 건물에 대한 궁금증은 당연한 것이었다.

    ‘처음 건물을 지은 사람이 10년 만에 저 낡은 건물로 돈을 많이 벌어 다시 하나 지은거야. 자네는 새로 지은 건물로 들어가겠지? 그런데 말이야, 대부분 사람들이 처음에는 좋은 건물에 묵다가 몇 달 뒤에는 저 허름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게 되지. 저기서 정신 차려서 나오면 그래도 다행이지. 대부분은 저기서 다시 찜질방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거든.’

    창석은 예상대로 새로 지은 건물에 숙소를 마련했다. 장 사장은 옆 건물에 비하여 확연히 좋은 숙소에 그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말했다.

    “하하! 유 실장은 역시 기본이 된 친구라니까. 우리 같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게 남에게 보이는 겉모습이라는 너무 잘 알고 있어. 자네 기본 마인드가 참 마음에 들어.”

    창석은 자연스럽게 장 사장의 차 트렁크를 열어 짐을 손수 나르기 시작했다.

    “다 누구한테 배운 거겠습니까. 사장님, 3층입니다. 올라가시죠.”

    “그래. 어서 정리하고 밥부터 먹자고. 늦지 않게 오려고 일찍 출발했더니 배가고파서 돌아가실 지경이야.”

    “그럴 줄 알고 벌써 좋은 곳으로 예약 해놨습니다. 대충 정리하고 나가시죠.”

    “하하! 역시 자네는 완벽해. 빠르기까지 하니 말이야.”

    창석 혼자 들기에는 부담스러운 짐이었다. 하지만 장 사장은 도와 줄 생각이 전혀 없는지 조용히 한발 물러서 뒤를 쫒아갔다. 그는 아무 투정 없이 묵묵히 짐을 옮겼다. 오피스텔 안에 들어서서도 그만이 짐을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넓진 않지만 깔끔하게 꾸며놓은 거실과 주방이 눈에 들어왔다. 장 사장은 거실 벽에 TV가 보이자 재빨리 소파에 주저앉아 리모컨을 찾았다.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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