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대한민국.(29)

  • 작성일 2009-07-28 12:53:33 | 수정일 2009-08-09 18:17:07
  • “저 새끼들 남아있는 속옷까지 다 벗겨내!”

    범휘는 난장판이 된 주차장 한편에서 소리쳤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우왕좌왕 하면서 범휘 쪽 사내들에게 엉겨 붙기 바빴던 그들이 밀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모습을 본 범휘의 표정이 밝아졌다.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져갔다. 그리고 급하게 사내들 무리로 뛰어 들어갔다.

    분명 사내들의 숫자나 준비한 연장들은 훨씬 많았다. 그러나 악착같이 달려드는 그들은 한 번 붙으면 떨어질 줄 몰랐다. 녀석들 한 명당 범휘 쪽 사내 둘 이상이 붙어 죽어라 뚜들겨 댔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넘어지면 손에 잡히는 어떤 것이라도 집어 던지며 다시 일어났다.

    ‘그래 이정도의 깡다구가 있으니 현지 건달들조차 건들지 못하고 공존을 선택했겠지.’

    범휘는 그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사내에게 달려갔다.

    (퍽!)

    범휘는 몸을 날려 주먹을 휘둘렀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방어를 하지 못한 놈이 고꾸라졌다. 하지만 이내 다시 벌떡 일어나며 주위에 있던 작은 짱돌을 집어 그의 머리를 노렸다. 녀석을 걷어차려 달려가던 범휘는 아찔하게 휘둘려지는 돌을 겨우 피했다. 놈은 돌을 쥔 주먹을 맹렬하게 휘둘러 댔다. 그 주먹을 피해 뒤로 물러나고 있던 범휘의 몸통을 누군가가 낚아채 넘어뜨렸다.

    (쿵!)

    범휘를 덮친 것은 육중한 몸을 가진 녀석이었다. 딱딱한 시멘트 바닥에 녀석의 몸무게까지 더해진 고통은 참기 힘들었다. 순간 숨이 막혀왔다. 넘어진 그를 향해 돌을 쥔 사내가 다가왔다. 육중한 몸을 가진 녀석이 그를 꼼짝 못하게 붙잡고 있었다. 작은 돌이었지만 범휘의 눈에는 엄청나게 큰 바위덩어리로 보이고 있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아픔은 없었다. 자신의 몸도 육중한 무게감에서 해방이 되었다. 살며시 눈을 뜨자 사내 세 명이 범휘를 감싸고 있었다. 돌을 집어든 놈은 이미 저만치에서 흠신 두들겨 맞고 있었다. 육중한 몸의 녀석 역시 두 명의 연장을 든 사내들에게 고전하고 있었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고맙네. 아우들! 정신 바짝 차려!”

    벌떡 일어난 범휘가 소리를 치며 주위에 떨어져있는 둔탁한 몽둥이를 하나 집어 들었다. 그리고 사정없이 눈에 보이는 녀석들을 내리찍었다.

    ‘칼을 썼어야 했어. 이정도일 줄이야.’

    후회가 밀려왔다. 피범벅이 되어서도 그들은 악다구니를 써가며 끝까지 달려들었다. 마치 피를 뒤집어쓴 마귀와 같은 모습이었다. 조금씩 겁에 질린 범휘 쪽 사내들은 이성을 잃어갔다. 보이는 녀석들을 손에 사정을 두지 않고 마구잡이로 때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디 한군데가 부러져야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범휘 쪽 사내 여럿이 한 사람을 상대하는 모습이 늘어갔다. 많은 녀석들이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고,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신음은 마치 짐승의 가냘픈 목소리와 같았다.

    사내들은 겁에 질린 흥분 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쓰러진 녀석은 수십 명의 사내에게 엄청난 매질을 당하고 나서야 축 늘어졌다. 상황이 종료되는 순간, 몇몇 사내는 힘이 빠진 듯 제 살 인양 꼭 쥐고 있던 둔탁한 흉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피를 듬뿍 마신 강목은 묵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범휘와 사내들의 입에선 강한 입김과 함께 거친 숨이 내쉬어졌다. 온 몸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어느 정도의 이권이 달려 있기에 이정도로 저항하는 거야? 휴~ 조금만 소홀했어도 우리가 당할 뻔했어.’

    범휘는 자신이 데려온 사내들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서있긴 했지만, 제 몸을 안전하게 지킨 사내들은 하나도 없었다.

    “정리해!”

    범휘의 말에 쓰러진 녀석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사내들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끙끙대는 녀석들을 발로 툭툭 차거나 몽둥이로 매질을 하며 한 곳으로 몰아 놓았다. 부상이 심한 녀석들은 가벼운 발길질에도 찢어지는 고통의 괴성을 질러댔다. 부상자가 너무 많아 한참이 지나서야 녀석들을 한곳에 모을 수 있었다. 30명 남짓 한 녀석들은 대부분 병원을 급하게 찾아야 할 듯 보였다. 사내들은 아픈 몸을 뒤로하고 그들을 에워쌌다.

    “김석천이가 누구야?”

    긴장이 풀린 범휘의 목소리는 매우 작았다. 녀석들은 대꾸하지 않고 끙끙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하나하나 망가진 녀석들의 얼굴을 뜯어보던 범휘가 한 녀석의 머리채를 낚아챘다.

    “이 새끼네. 김석천이. 너 김석천이 맞지?”

    금덩이를 발견한 듯 좋아하는 범휘. 마치 장례식장에서 어떠한 농담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해 히죽거리는 모습과 흡사했다.

    “켁켁! 넌 니 애비도 못 알아 보냐?”

    겨우 숨이 붙어있는 녀석이 입은 살았는지 거친 말을 내뱉었다. 녀석의 머리채를 왼손으로 바꿔 잡은 범휘가 오른손으로 얼굴을 강타했다.

    (헉!)

    짧은 비명이 내질러졌다. 녀석의 얼굴에서 코가 없어졌다.

    “다시 한 번 말하지. 네가 김석천이지?”

    고통 속에 온몸을 비비꼬던 녀석이 입안의 피를 꼴깍 삼키며 이야기 했다.

    “니 애비라니까. 개새끼야.”

    이번에는 양손으로 머리채를 잡았다. 그리고 있는 힘껏 무릎으로 녀석의 머리를 가져갔다.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녀석이 기침을 하는 순간 입안에서 하얀 이빨이 여러 개 튀어 나왔다. 피와 침이 섞여 흘러나온 물컹한 액체는 바닥에 떨어져서도 입과 연결이 되어 있었다.

    “이봐. 김석천. 나머지 애들 어디 갔어.”

    질문의 답을 포기한 범휘가 다음 질문을 했다. 하지만 녀석의 답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길게 늘어지는 물컹한 액체가 쉬지 않고 쏟아져 내렸기 때문이다. 녀석은 다시 한 번 침을 꼴딱 넘긴 다음 거침없이 이야기 했다.

    “니 애미 따먹으러 갔다. 후레자식아!”

    범휘는 녀석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주위에 널브러져 있는 연장들 중 가장 두껍고 튼튼한 쇠막대를 하나 주웠다.

    (퍽! 퍽!)

    얼마나 세게 내리쳤는지 한대 맞은 녀석이 그대로 뻗어버렸다. 하지만 몽둥이질은 멈춰지지 않았다.

    기절 한 녀석은 고통 속에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렇게 기절을 하고 깨어나기를 여러 번 반복하였다.

    “하하. 더 지껄여봐. 개새끼야. 더 지껄여 보라고! 하하하!”

    미친 듯 웃으며 녀석을 희롱했다. 그 모습에 녀석들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보다 못한 한 녀석이 입을 열었다.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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