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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흥 팔영산의 여름

  • 작성일 2019-06-29 15:30:32 | 수정일 2019-06-30 18:49:46


  • 고흥 팔영산 두류봉을 오르는 부산라다산악회







































    고흥 팔영산은 1봉 유영봉(391), 2봉 성주봉(538), 3봉 생황봉(564), 4봉 사자봉(578), 5봉 오로봉(579), 6봉 두류봉(596), 7봉 칠성봉(598), 8봉 적취봉(591), 깃대봉(609) 등의 봉우로 이루어져 있다. 선녀봉과 깃대봉이 포함되었다면 10영산으로 불렸을 텐데, 팔영산으로 불린 것을 보면 우리 선조들은 실제보다는 의미를 부여하는데 더 집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1봉인 유영봉에서  7봉인 칠성봉까지 산을 탔다. 칠성봉에서 다시 두류봉 사거리로 내려와 하산을 시작했다. 두류봉 사거리에서 두류봉 삼거리, 탑재를 거쳐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데 소요된 시간은 약 4시 30분이다. 필자가 팔영산 구석구석 사진을 찍고 힘들면 쉬어가기를 반복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4시간 30분 정도면 팔영산 종주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짐작해 본다.

    팔영산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짧은 시간 내에 등산의 재미를 모두 누릴 수 있는 산”이라고 하겠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필자에게 6봉 두류봉은 산행이 끝난 지금 생각해도 다리가 후들거리는 기억이 남은 산이지만 앞서간 산악회에 초등학생 두 명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리 험은 산은 아닌 것 같다.

    팔영산에서 사진 포인트는 유영봉과 성주봉 사이이다. 성주봉에서 유영봉을 내려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중간에 있는 봉우리에 서면 아주 예쁜 배경이 그려진다. 또 5봉인 오로봉에서 바라본 6봉 두류봉 모습 또한 다시 만나기 어려운 그림이다. 두류봉을 오르는 산악회 회원들의 모습이 어디 외국 산악잡지에나 나올 만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6월 23일, 그동안 몇 번인가 가려고 벼르던 고흥 팔영산 등산에 나섰다. 하늘은 해가 동쪽에서 나오다 그만 사라진 듯 게슴츠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제 날씨의 판박이다. 어제 오전에도 이랬다. 그래서 등산을 포기하고 방구석에서 더위와 씨름하고 있을 때 어느 순간인가 ‘짠’하고 해가 나타났다. 딸의 표현을 빌리자면 “개빡치는 날씨”였다.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해남에서 고흥까지는 그리 먼 길이 아니었다.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하지 않을까. 그런데 오늘은 그 근거 없는 믿음이 깨졌다. 1시간 40분가량 소요된 것 같다. 내비게이션에 기거하고 있는 여성의 안내가 거의 맞아 떨어진 셈이다. 이런 건 틀려도 되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예뻐할 수 없는 그녀다.

    팔영산 입구에 도착하니 대형차 주차장이란 팻말이 보인다. 소형차 주차장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안내소에 앉아 있던 남성이 오라고 손짓을 한다. 안내원이 묻는 말에 고분고분 충실하게 대답했더니 600m쯤 가면 주차장이 있다고 일러준다.

    한산한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마침 근처에 차를 세우는 여성이 있어 ‘이 길이 팔영산 가는 길 맞느냐’고 물었다. 맞단다.

    오토캠핑장을 관통해 끝 지점에 다다르자 ‘팔영소망탑’과 등산로의 입구가 보인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팔영산 산행 시작이다.

    등산로 입구 수풀 구간을 지나니 앞서가는 여성이 보인다. 이웃집에 잠시 들르러 가는 듯 아무 것도 챙기지 않은 가벼운 차림이다. 날렵하게 걷는다. 잽싸게 따라 붙었다. 그녀는 고흥에 산다고 했다. 약속이 잡혀있었으나 약속이 깨지는 바람에 혼자 산행에 나섰다고 한다. 헤어지면서 다시 정상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러나 필자는 끝내 그녀를 만날 수 없었다. 이유는 상상에 맡긴다.

    잠시 후 애완견을 데리고 정자에서 쉬고 있는 부자를 만났다. 고흥 출신으로 순천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30살이 되지 않은 아들도 사업을 하고 있단다. 자신은 미래를 예측하고 공부보다 기술을 익히는데 매진했다는 그의 신념이 기억에 남는다.

    능선에 다다르자 필자를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유영봉 사거리’임을 알려주는 이정표였다. 이곳에서 ‘1봉 유영봉’, ‘2봉 성주봉’, ‘팔영산자연휴양림’ 중 한 곳을 선택하여 가거나 필자가 출발했던 주차장으로 하산 할 수 있다.

    유영봉에 오르자 넓은 암반이 드러난다. 유영봉은 암봉, 즉 암반 그 자체였다. 이곳에 서자 선녀봉, 유영봉 애기봉(?), 다도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성주봉부터는 볼 수 없었지만 이것만으로도 근사한 풍경이다. 필자는 유영봉 애기봉(?)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했다. 비록 계단이 놓여있기는 하지만 경사가 꽤 있어 보이는 저 봉우리를 올라갈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6봉 앞에 서서 깨닫게 된다. 애기봉(?)에 대한 고민은 정말 행복한 고민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필자는 성주봉을 오르는 산악회의 꼬리를 물고 성주봉을 향했다. 유영봉에서 쳐다볼 때는 아찔하게 보이던 봉우리였는데 막상 오르니 그리 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비록 급조되긴 했지만 같이 등산하는 일행이 생겨서 그럴 수도 있겠다.

    필자는 부산에서 버스 두 대를 동원해 팔영산산행에 나섰다는 ‘부산라다산악회(꽃보다산산악회)’와 동행하게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필자가 산악회 안에 포위된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필자의 사진에 ‘부산라다산악회’ 회원들이 사진이 포함되게 된 것이다. 덕분에 더 멋진 팔영산의 모습이 연출되었다.

    회색의 암반과 짙은 녹색의 수목, 그리고 그곳을 덧칠한 듯한 형형색색 여성들의 유니폼이 조화를 이뤘다.

    성주봉 오르는 길에 뒤돌아 본 모습은 화질 좋은 풍경 사진의 한 장면이었다. 성주봉과 유영봉 사이의 작은 봉우리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성,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남성의 모습은 여느 산에서 다시 만나기 힘든 꽤 괜찮은 장면이었다. 모두가 자연이 만들어준 구도였다. 산행이 끝난 뒤 돌이켜 보면 이곳이 팔영산 등산 구간 중 예쁜 산 사진 찍기 가장 좋은 구간이었다. 물론 깎아지른 듯한 직벽의 두류봉을 오르는 등산객의 행렬을 목격한다면 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

    팔영산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길은 부드러운 흙이 있어 걸을 만 했다. 그리고 2봉 성주봉에서 5봉 오로봉까지는 지구력만 있다면 산행에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6봉인 두류봉 앞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오로봉에서 두류봉을 바라보기 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오로봉에서 바라보니 거의 직벽에 가까운 두류봉을 오르고 있는 부산라다산악회 회원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다른 산을 갔을 때는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이다. 산악잡지에나 나올법한 그림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필자가 오르는 것은 또 다른 문제. 그래도 가야할 길이라면 가야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사실 달리 퇴로도 없었다.

    오로봉을 내려가는데 마침 단독산행에 나선 여수 청년을 만났다. 그는 팔영산이 등산 재미가 있는 산이라 자주 찾는다고 했다. 그 청년과 여수의 터무니없는 아파트 분양가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이제 오로봉과 두류봉 사이에는 필자 혼자뿐인 거 같다.

    두류봉을 오르는 것은 예상한 대로 만만치 않았다. 처음에는 철로 된 난간을 한 손으로 붙들고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올랐다. 그러다 위험한 것 같아 카메라를 배낭에 넣고 두 손으로 난간을 잡고 올랐다. 뒤돌아보니 아찔하다. 그렇게 두류봉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어렵게 올라온 두류봉이지만 그만큼의 보상은 뒤따르지 않았다. 조망이 별로라는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칠성봉으로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은 계단이 설치되어 그리 험하지 않았다 점이다.

    칠성봉에서 내려 적취봉에 오르기 위해 조금 더 진행하다가 그냥 돌아섰다. 시간도 너무 늦었고 인적도 없어 안전에 문제가 있을 경우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내려올 때는 두류봉 사거리에서 주차장 방향으로 하산했다. 두류봉 사거리에서 주차장까지의 거리는 3.3km. 필자는 두류봉 사거리, 두류봉 삼거리, 탑재를 거쳐 원점으로 회귀했다. 

    팔영산 영상으로 보기

    http://jeolla.com/bbs/?tbl=videotour1&mode=VIEW&num=35&category=&findType=&findWord=&sort1=&sort2=&scd=videotour1&page=1 

    관리자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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