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시행령에 발목잡힌 ‘교장 공모제’

  • 교장공모제 입법취지에 어긋나는 시행령으로 실제 시행 미미해

  • 유은혜 의원, “법·시행령 개정으로 도입 취지 되살려야”

    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던 교장 공모제가 정작 잘못된 시행령으로 인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은혜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일산동구)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학기의 경우 교장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임명된 경우가 0.9%에 그치는 등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장공모제는 기존 교장자격증제 위주의 교장승진제도로 인해 지나치게 승진에 목매는 교단의 풍토를 혁신하고, 능력과 자질 중심의 다양한 교장 승진 경로를 마련해 민주적인 학교 경영 리더십을 조성하자는 취지로 지난 2007년부터 시범운영 후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교육공무원법」 제29조의3 제1항에서 교장자격증을 소지해야 응모가 가능한 초빙형 공모제를 규정하고, 제2항은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응모가 가능한 내부형 공모제를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교장자격증 소지 여부를 두고 항을 구분하여 시행하도록 하고, 내부형 공모제의 경우 초중등교육법 제61조에 따른 ‘자율학교’로 한정하여 시행하도록 했다.

    <교육공무원법>

    제29조의3(공모에 따른 교장 임용 등) ① 제2조제3항제1호에 따른 각급학교(「고등교육법」 제2조의 각급학교는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학교”라 한다) 또는 유치원의 장은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유치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사람 중에서 공모를 통하여 선발된 사람을 교장 또는 원장으로 임용하여 줄 것을 임용제청권자에게 요청할 수 있다.<개정 2012.3.21, 2012.12.11> 1. 교장의 경우: 「초·중등교육법」 제21조제1항에 따른 교장자격증을 받은 사람

    2. 원장의 경우: 「유아교육법」 제22조제1항에 따른 원장자격증을 받은 사람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초·중등교육법」 제61조에 따른 학교의 장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학교 교육과정에 관련된 교육기관, 국가기관 등에서 3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는 사람 또는 학교에서 교원으로서 전임으로 근무한 경력(제2조제1항제2호 및 제3호에 따른 교육전문직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포함한다)이 15년 이상인 교육공무원이나 사립학교 교원 중에서 공모를 통하여 선발된 사람을 교장으로 임용하여 줄 것을 임용제청권자에게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학교유형별 공모 교장의 자격기준 및 적용 범위 등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그런데 정작 교육부는 「교육공무원임용령」(제12조의6제2항)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교육감이 사전에 학교의 신청을 받아 교장자격을 소지하지 않은 사람이 교장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학교를 정하여 공고하되, 이 경우 신청한 학교 중 15%의 범위에서 교장 자격증 미소지자가 교장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학교를 정하도록’ 규정했다. 즉 신청학교 중 15% 범위 안에서만 교장자격증 미소지자가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미 법률에서 초빙형과 내부형으로 공모제를 구분하여 규정했는데, 내부형 공모제를 시행하기 위한 대통령령에 근거도 없이 15%로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2011년 「교육공무원법」 개정을 통해 교장공모제를 도입한 이유는 이전에 시범 운영중이던 교장 공모제가 2009년 교장공모제와 관련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15% 제한 조항 때문에 공모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교육부가 임의적으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있던 내용을 다시 「교육공무원임용령」에도 적용해버린 것이다.

    최근 2013년과 2014년 교장공모제를 도입한 학교 현황을 살펴보면 우려했던 상황이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 2013년 1학기의 경우 218개교에서 교장공모제를 시행했으나 교장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교장이 된 경우는 단 2명에(0.9%) 그쳤다. 2013년 2학기에는 207개교 중 10명, 2014년 1학기에는 12명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이는 교장공모제를 본격 실시하기 전 시범운영 기간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 교장공모제 시행 현황 >

    구분

    2013. 1학기

    2013. 2학기

    2014. 1학기

    시행 학교 수

    218개교

    207개교

    256개교

    단수 응모자 학교 수

    20개교 (9.2%)

    91개교 (44.0%)

    146개교 (57.0%)

    유형

    개방형

    11개교 (5.1%)

    5개교 (2.4%)

    13개교 (5.1%)

    내부형

    66개교 (30.3%)

    58개교 (28.0%)

    77개교 (30.1%)

    초빙형

    141개교 (64.7%)

    144개교 (69.6%)

    166개교 (64.8%)

    교장자격증

    216명 (99.1%)

    197명 (95.2%)

    244명 (95.3%)

    2명 (0.9%)

    10명 (4.8%)

    12명 (4.7%)

    공모전 직책

    교장

    22명 (10.1%)

    16명 (7.7%)

    22명 (8.6%)

    교감

    170명 (78.0%)

    171명 (82.6%)

    207명 (80.9%)

    전문직

    (장학관,장학사, 연구관, 연구사)

    20명 (9.2%)

    14명 (6.8%)

    21명 (8.2%)

    교사

    4명 (1.8%)

    5명 (2.4%)

    4명 (1.6%)

    기타

    2명 (0.9%)

    1명 (0.5%)

    2명 (0.8%)

    교장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굳이 교장공모제를 통하지 않고서도 교장이 될 수 있는 사람들로서, 공모교장의 임기는 법률에서 정한 원래 교장의 임기 (4년, 1회 중임)에 포함되지 않아 일찍 교장자격을 취득한 교원들의 교장 임기만 늘려주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또한 2013년 2학기에 교장공모제를 도입한 학교 207개교 중 단 한 사람만 응모에 참여한 학교가 91개교로 44%나 됐고, 2014년 1학기에는 57%를 차지해, 서로 ‘공모교장 밀어주기’ 방편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실제로 공모교장으로 임용된 경우를 보면 공모당시 평교사였던 사람은 2% 내외로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았으며, 이미 교장을 하고 있던 교원은 10% 안팎으로 훨씬 높은 비율을 보였다. 또한 전문직도 2013년 1학기에 20명 (9.2%), 2014년 1학기에 21명 (8.2%)로 상당한 비율을 보였다. 그리고 교장자격증을 지니고 교장을 준비하고 있던 교감의 비중이 80%내외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유은혜 의원의 의뢰에 답변한 자료를 통해 “이 같은 제한은 ‘교장임용 다양화’ 및 ‘교장직 문호 개방’등 입법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내부형의 15% 이내로 제한한 시행령의 규정을 개정하여 비율을 상향하거나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공모교장협의회에서 같은 내용으로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교육청소년위원회’에 시행령 타당성 여부를 의뢰한 결과 “15%로 제한한 시행령은 수권의 범위를 일탈한 명령으로 위법하며, 개정되지 않을 경우 위임의 한계를 넘어서 시행령이 입법작용을 하는 헌법 불합치적 상황을 야기하므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은혜 의원은 “교장 공모제의 취지가 잘못된 시행령으로 인해 퇴색되고 있다”며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하여 교장자격증 미소지자의 응모 기준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교육공무원임용령에서 15%를 제한한 부분을 삭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관리자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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