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사 동백숲에 동백꽃이 찾아 왔습니다.
몇 달만에 다시 만나는 건가요?
3월의 따사로운 햇살에 졸린 듯한 표정으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네요.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말입니다.
동백숲에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풍경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아직 눈도 뜨지 않았는데, 누군가는 붉은 얼굴을 반짝거리며 나그네를 반기고 있습니다.성급한 누군가는 이미 부도전에 내려 앉아 작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곳을 방문할 때면 언제나 이 세 가지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백련사 동백숲에는 거스를 수 없는 또 하나의 유혹이 있습니다.
그것은 동백꽃과 동박새의 노랫소리, 그리고 동백숲을 흔드는 바람과 그런 바람에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는 지나간 스님들의 흔적입니다.
네 가지 풍경이 조화를 이루지 않았다면 백련사 동백숲은 그저 그런 평범한 숲에 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동백숲 양지바른 곳에 앉아 동박새 소리와 바람이 숲을 지나는 소리를 들으며 무념무상에 잠길 수 있다면 세상의 모든 평화는 이곳을 찾은 나그네의 몫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