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의원들의 안하무인 갑질이 도를 넘고 있다. 2016년 1월, ‘해남군의회의원 배지제식 및 패용에 관한 규칙’을 슬그머니 폐지하고 2월 순금배지를 제작해 한동안 구설수에 오르더니 올 5월에는 유럽 연수 ‘과대의전’ 논란으로 해남 군민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군 의원들이 자당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의회 외부에서는 마치 서로 대립하고 견제하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자신들의 이익 앞에서는 똘똘 뭉치는 끈끈한 동지애를 발휘하고 있다. 한마디로 못 된 버릇이 도지고 있다.
현재 해남군의 사정이 어떤가. 군수는 영어의 몸이 되어 군수실은 지난해 5월부터 주인을 잃었고, 주민들은 불경기로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또 해남군 민원실 앞에서는 농지를 빼앗길 처지에 놓인 주민이 거의 한 달 동안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들은 이 시간에도 폐지를 수집하기 위해 해남 읍내를 배회하고 있다. 관내 여성들은 100여만 원이 조금 넘은 급여를 받기 위해 밤잠을 반납하고 3교대 근무를 하고 있으며, 월 200만원을 벌기 위해 한 달 내내 12시간을 넘기는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부자에 안정된 보수를 받고 있는 군 의회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순금 배지 받을 궁리나 하고 있고, 대선 때 자당 후보 유세하느라 고생했다고 공무원들을 대동해 해외 연수 갈 생각에 골몰하고 있다. 해남군의원들은 자신들이 해남군 국회의원 쯤 되는 줄 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배지 건은 어떤가. 행자부 지침에 의하면 국회의원 배지는 3만 5천원 이하의 가격으로 제작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지방자치법 43조는 ‘지방의회는 내부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 의회는 이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배지 제작 가격에 대한 제한을 품과 동시에 군민들이 정보공개청구를 하지 않은 이상 배지 가격을 알 수 없도록 꼼수를 부렸다. 모 의원이 부지불식간에 필자에 들려준 얘기에 의하면 해남군의원의 순금 배지 가격은 수십만 원이 아니라 150만원이다. 물론 확인해보지 않아서 이 금액이 정확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 말이 사실이라면 군 의원들은 관내 여성들이 받은 1개월분의 급여를 배지로 달고 다니는 것이다. 군민들이 납득할만한 명분도 없이 말이다.
또 국외 연수 건은 어떤가. 해남군의회 의원들이 5월 15일부터 9박10일의 일정으로 포르투갈 등 유럽을 방문해 문화관광 등을 벤치마킹하는 국외연수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10여 명의 의원이 7명의 공무원을 대동하고 군비 6,500만원을 들여가며 말이다. 대의제 국가에서 기초단체 의원들이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해외연수를 가겠다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목적이 모호하거나 수단이 정당하지 않은 때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비용 문제도 마찬가지다. 먼저 연수 목적에 대해서 꼼꼼히 살펴봐야 하지만 결과를 예단할 수 없어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10여명의 의원이 공무원 7명을 대동하고 해외연수를 떠난다는 것을 매우 부적절하다. 이 사안도 의원들이 강제적으로 공무원의 대동을 원한 것인지 아니면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해외연수에 동참하기를 원했는지 따져봐야 하겠지만, 두 가지 경우 모두 문제가 심각하다. 군 의원이 공무원의 대동을 원했다면 갑질 중의 갑질이고 공무원이 원했다면 연수를 빙자한 공짜 해외여행, 즉 세금도둑이기 때문이다.
해남군 공무원은 군민의 종복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군 의원의 종복이 아니다. 군 의원이 채용한 것도 아니고, 군 의원이 급여를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외유에 그 많은 수의 공무원을 대동하려 하는가? 혹 군 의원들 내면에 자신들이 공무원의 상전이라는 천박한 인식이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스스로 보고서를 작성할 능력이 없어서 대신 해줄 공무원을 대동하고 가려는 것은 아닌가. 군 의원 내면에 천박한 인식이 흐르고 있다면 그 문제적 인식을 바꿔야 할 것이다. 그것이 아니고 능력이 없다면 군 의원 배지를 내려놓아야 한다.
해남군민들도 이제 정신차려야 한다. 무슨 당이라고 지지지하고, 같은 지역이라고 지지하고, 동창이라고 지지하고, 회원이라고 지지하고... 이런 신념으로 정치인이나 행정가를 선출하니 해남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군민들이 정치인들로부터 최소한의 인간 대접이라도 받고 싶다면 지금까지의 관행을 버리고 소신과 양식을 갖춘 정치인과 행정가를 선출해야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시기가 머지않았다. 내년 6월이 지방선거다. 이 때 만큼은 성숙한 민주시민 다운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