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말이 전도된 지방행정체제 개편, 분권이 전제되지 않은 중앙통제 방식은 안 된다.

  • 본말이 전도된 지방행정체제 개편, 분권이 전제되지 않은 중앙통제 방식은 안 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행정부의 효율성과 편의성, 지방행정 통일성을 강조하며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시행할 것처럼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불을 지피고 있다. 시·도를 폐지하고 전국을 70개 정도의 광역시로 묶는 행정계층 통폐합방안이 두 당이 내세우고 있는 골자이다.

    그러나 이번 행정체제 개편안은 광역행정 기능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시대적 필요성을 전혀 도외시하고 있으며, 구태의연하고 단견적인 행정 편의적 발상으로서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자유선진당은 다음과 같은 원칙 아래 지방행정계층구조가 원점에서 재 논의되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 국가의 역할모델을 재정립하는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전국을 60-70개로 쪼개는 구역개편에 우선권을 둔 작금의 행정체제 개편방식은 본말이 전도된 경우이다. 잘게 쪼개진 시·군·구 단위로는 지역의 미래를 열어가는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도 없고, 세계를 상대로 경쟁할 수도 없으며, 중앙 예속만 심화될 우려가 높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지방의 기능 강화부터 논의되는 것이 마땅한 순서이고, 따라서 중앙-지방정부의 역할구조 변화를 大전제로 해야 한다. 우리는 분권과 지방의 역할 강화를 구체적으로 헌법에 규정한 전통적인 행정국가 프랑스의 개헌(2003년) 경험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둘째, 지방분권이 전제되지 않은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신(新)중앙집권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시·군·구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광역자치단체를 폐지하고, 그 기능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방식은 추진의 정당성을 얻기가 어렵다. 지방의 균형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지방분권화는 선행 요건이다.

    셋째, 행정의 효율성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동시에 기하려면 지방이 배제된 채 획일적인 방식으로 행정체제가 개편되어서는 안 된다. 복수의 대안 모델을   지방에 제시하고, 지역 스스로 주민투표를 거쳐 선택하게 하는 등의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넷째, 각종 경제지표가 추락하는 이때 졸속적인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자칫 천문학적인 재원만 소모하고, 국민을 의도하지 않은 분열과 갈등으로 이끌 우려도 많다. 수도권 발전을 우선 추진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지방발전 정책이 불투명한 시점에서는 더욱 부적절하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국가역할의 재설정과 지방의 역할 확대를 위한 계획, 지방의 자주재정권 확보방안 등 분권화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장기과제로서 추진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극히 행정 편의적이고 단견적이며 중앙 집중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지금의 지방행정구역개편 발상은 철회하고, 차분하게 다시 시작하는 것이 마땅한 순서일 것이다.
     
     

    2008. 9. 1

    자유선진당 정책위의장 류 근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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