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구청 공직자들이 5월에 주먹밥을 뭉치는 까닭은?



  • 광주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주먹밥 나눔 행사를 이어가는 광산구청


    광산구청 총무과에서 근무하는 백동영 주무관은 동료들과 함께 주먹밥을 만드는데 열심이다. 5·18 민중항쟁 32주년 기념식 전야제가 열리는 17일, 금남로에서 시민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1981년 광주에서 태어난 백 주무관은 5·18 민중항쟁을 직접 겪지는 않았다. 그러나 집안 어른들로부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자주 들어서 어렴풋하게나마 80년 5월 광주를 접했다.


    “당시 조선대 근처에서 하숙집을 하셨던 외할머니께서 대학생들을 숨겨주셨다고 들었다”며 “군인들이 집까지 들어와 무서웠지만 ‘자식같은 아이들이라는 생각에 끝까지 내주지 않았다’는 외할머니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백 주무관은 말한다.


    80년 이후 세대가 생각하는 5·18의 의미는 무엇일까? 백 주무관은 “민주주의를 위한 실천과 서로 걱정해주고 돕고 살았던 공동체 정신”이라고 답한다. 백 주무관은 “각자의 집에서 재료를 가져와 함께 만들었던 주먹밥은 더 큰 일을 이루는데 큰 힘을 보탠, 밥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덧붙인다.


    백 주무관은 “공직자로서 정의롭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주민과 함께 걷는 것이 5월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5·18 민중항쟁 32주년을 맞는 각오를 밝혔다. 항쟁 당시 청년이었다면 당연히 시위에 동참했을 것이라는 백 주무관은 “권력이, 공직자가 국민을 어떻게 섬겨야 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과 나눌 주먹밥을 뭉치는 백 주무관의 손에는 힘이 꾹꾹 실린다.


    광산구청에서는 민선 5기 출범 이후 지난해부터 5·18 민중항쟁 기념식 전날 공직자들이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들과 나누는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항쟁 정신과 공동체 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주먹밥 나눔 행사를 추진하는 곳은 광주 공공기관 중 광산구가 유일하다.


    이 행사는 특히 5·18을 잘 모르는 젊은 공직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선배 공직자들과 함께 주먹밥을 만들며 항쟁 당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먹밥 만들기는 민주성지 광주의 공직자라는 자긍심과 책임감을 공직자에게 심어준다.


    5·18 민중항쟁 32주년을 맞는 올해는 모든 공직자가 17일 출근길에 가져와 모은 좀도리쌀로 주먹밥을 만들었다. 주먹밥은 고립무원 상태에서도 공동체를 이뤘던 항쟁 당시처럼 나눔의 의미를 되새겨준다.


    주먹밥은 17일 오전 11시 광주송정역과 오후 5시 금남로에서 시민들과 나눈다. 또 다음날에는 구내식당에서 점심 메뉴로 공직자들에게 판매된다. 판매 수익금은 투병 중인 동료 공직자를 위해 쓰인다.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5월 정신의 핵심인 민주주의와 대동세상은 공공영역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지점”이라며 “5월 정신을 되새기고 계승하는 행사를 통해 공무노동의 현재 지점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 관리자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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