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부처님 오신날’ 공휴일을 맞아 보성 일림산은 막바지 철쭉 구경에 나선 등산객들로 붐볐다. 산악회 회원들이 주를 이뤘으며, 가족단위 등산객이나 홀로 산행에 나선 등산객들도 가끔 눈에 띄었다.
용추계곡에서 산행을 시작한 등산객들은 ‘일림산 포토존’을 거쳐 포토존 삼거리, 일림산 정상, 정상 삼거리, 봉수대 삼거리, 발원지, 한치재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일림산 정상에서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다. 일부는 일림산 정상을 가지 않고 포토존 삼거리에서 정상삼거리로 향하기도 했다. 일림산 정상을 거쳐 제암산으로 향하는 등산객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일림산은 비교적 산행 목적지의 선택폭이 넓은 장소였다.
필자는 용추계곡에서 출발하여 일림산 포토존, 포토존 삼거리, 일림산 정상, 정상삼거리, 봉수대 삼거리에서 한치재로 1km쯤 가다 되돌아 왔다.
12일, 일림산 철쭉은 이미 그 화려하고 찬란했던 잔치를 끝내려 하고 있었다. 윤기 흐르든 외모는 생기를 잃어가고, 서로를 의지하며 지탱했던 공간들은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절정의 화려함을 뽐냈던 아름다운 풍모만은 아직 놓지 않고 있었다.
등산객 누군가 말했다.
“올해는 내가 늦었지만 내년에도 철쭉은 필 테니 그 때 다시 와서 보면 된다”고.
또 누군가도 그랬다.
“지난주에 왔을 때만 해도 정말 예뻤는데......, 그래서 다시 왔는데......,”
그들은 대부분은 일상생활에 쫓겨 이곳을 좀더 일찍 찾아올 수 없었음을 아쉬워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내년에 또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감을 버리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