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흥사는 한겨울의 평일답게 한산한 표정을 보여준다. 산책과 운동을 겸해 이곳을 찾은 주민들과 간간히 보이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산사의 고요를 잠시 거두어 갈 뿐이었다.
대흥사의 겨울 표정은 계절의 변화에 따른 그 나름대로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속살이 드러난 가지 뒤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안개에 둘러쌓인 두륜봉의 모습, 주변의 방해를 털어버린 가람의 모습이 대흥사의 숨겨진 진면목을 보여준다. 주변이 아름다워 아름다운 가람이 아니라 원래대로의 모습 말이다.
지난해 가을 수북이 쏟아진 낙엽이 사계절 잔디처럼, 자연의 양탄자처럼 앙상한 나무 아래 쌓여있다. 시린 나무의 뿌리를 포근하게 덮어주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