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도 보테로의 미술세계













  • 남미 출신으로, 전 세계 옥션 판매순위에서 피카소, 샤갈, 미로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기작가. 우진문화재단이 매월 실시하고 있는 우진미술기행 9월의 주인공은 ‘페르난도 보테르’였다. 오는 17일까지 덕수궁미술관에서 전시되는 보테로전을 동행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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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2년 콜롬비아 태생의 페르난도 보테르(Ferando Botero)는 풍만한 양감을 통해 인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감성을 환기시킴으로써 20세기 유파와 상관없이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한 이 시대의 살아있는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비정상적인 형태감과 원색을 사용하는 화려한 색채로 인해 그의 화풍은 인간의 천태만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그의 조형관은 중남미 지역의 정치, 사회, 종교적인 문제가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사실주의 경향도 엿볼 수 있다. 


    보테로 그림의 특징으로는 먼저, 데포르마숑 형태를 들 수 있다. 마치 풍선처럼 터질 듯 한 형태의 풍만함은 르네상스 화가들에서 배운 것으로 볼륨에서 오는 중요성을 강조한다. “내 스타일의 목적은 규모를 증대시키는 것에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 많은 색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넓힐 수 있고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형태의 관능성과 풍부함, 그리고 풍만함을 더 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표현의 단순화와 최소화다. 거의 모든 주제에 등장하는 인물은 무표정과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고 정면을 향한다. 대통령, 길거리 여인, 무력한 성직자를 그릴 때에도 표현을 최소화하고 인물의 개성을 거의 생략한다. 똑같은 얼굴에, 단지 입고 있는 옷이나 도구들로 인물의 개성을 파악해야 한다.  


    셋째, 표현기법에 있는 그림자를 최대한 배제한다. 보테로는 빛과 그림자의 관계에서 그림자가 고유의 색을 파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그림자를 거의 표현하지 않는다. 그 대신 형태를 명료하게 하기 위해 색을 이용해 면을 만들고, 그림자 대신 어두운 색을 이용해 볼륨을 만들어 형태를 마무리한다. 


    넷째, 형태의 비율이 자유롭다. 그는 일반적 관점에서 보지 않고 기능에 따라 혹은 공간구성의 필요에 따라 인물구성을 터무니없이 크거나 작게 한다. 이런 자유로움은 구상에만 머무는 고전주의적 양식이 아니라 현대적 모더니즘의 새로운 신구상주의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보테로의 작업방식은 독특하다. 그는 이젤 없이 작업을 한다. 캔버스 천을 그대로 벽에 고정시켜 중심에서부터 주제를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구성을 하고, 부수적인 이미지를 첨가해 작품이 완성되면 필요한 부분만 잘라 내 캔버스 틀을 만든다고 한다. 캔버스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크기나 형태의 변형을 자유자재로 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1995년 첫 번째 국내 초대전에 이은 두 번째로, 1980년대 이후 최근까지 보테로의 작품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회화 89점, 조각 3점 등으로 구성됐다.


      <얼굴>

    성별 구별이 불가능하고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작가의 인물은 의도적인 몰개성을 보여준다. 그림의 인물이 소녀라는 사실도 그녀의 헤어스타일과 머리띠, 복장으로 추측할 뿐이다. 엄숙한 분위기지만 옆으로 돌린 눈으로 인해 다소 희극적인 요소를 지닌다.


    <자매들>

    제목과 달리 생김새에서 공통점을 찾기 힘든 다섯 자매. 그들의 머리와 패션 스타일은 모두 제각각이라 한참을 바라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자매들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스타일을 지닌 개성 넘치는 고양이들과 액자 속 그림까지 그 섬세한 표현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아담과 이브>

    지금까지 우리 눈에 익었던 아담과 이브와는 딴판이다. 몸통을 가리면 남녀 구분이 힘들만큼 넓적하고 개성 없는 얼굴에 우람한 다리를 자랑한다. 게다가 한입 베어 먹은 사과를 들고 있는 이브의 멀뚱멀뚱한 표정이라니. 유혹에 넘어가 금단의 열매를 먹고 괴로워하는 약한 모습은 찾기 힘들다.

     

    <곡예사>

    곡예사의 위험한 자세는 마치 정지된 것처럼 보인다. 역동적으로 보여야 마땅한 곡예인데도 불구하고 서커스공연장의 시간은 멈춘 것 같다. 곡예사의 얼굴에서는 어떤 감정도 표출되지 않는다. 곡예사는 환호에 흥분되거나 도취되기 보다는 매우 침착하고 공허해 보인다.

     

    <춤추는 사람들>

    색색이 조명 아래서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담배를 물고 있는 남자가 라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라틴 댄스는 유럽, 인디오의 문화가 멕시코 이남의 부족한 노동력을 충족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강제 이주된 흑인 노예의 영향을 받아 혼합형성된 것이다. 보테로는 이런 라틴 댄스를 소재로 다수의 작품을 그려왔다.


     <앉아있는 여인>

    보테로는 청동이라는 소재가 지니고 있는 표면의 특징을 사용해 훨씬 유쾌하면서도 풍성한 몸매를 지닌, 라틴아메리카의 관능미를 상징하는 비너스를 탄생시켰다. 회화 작품에서 나타나는 여인의 양감이 청동의 매끄러운 표면, 형태의 곡선과 빛과 그림자의 조화, 그리고 적절한 반사효과 등과 어우러져 동적인 느낌을 들게 한다.

    /김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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