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김하기 작가의 네 번째 전시회



  • 4월의 훈풍이 강진 사람들의 겉옷을 벗기기 시작할 때, 봄맞이에 굼뜬 모란이 맨얼굴을 환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제 막 강진의 봄이 시작된 것이다.


    강진을 마음에 담고 사는 사람들의 내밀한 곳에는 그가 어디에 살던 어느 곳에 있던 1년 365일 모란이 자라고 있다. 그런데 그 목련이 강진에서 들려오는 목련 소식과 함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조형 예술가 김하기 씨도 천생 강진사람이다. 그의 선배가 그러했고 그의 이웃이 그러했듯, 그의 자아 한편에서는 시골처녀의 꽃단장처럼 투박한 화려함으로 치장한 모란이 자라고 있었다. 숨기려 하지 않았지만 나타나지 않았고, 표현하려 했지만 녹녹하지 않았던 수수께끼 같은 존재 모란.


    김하기 씨는 이 같은 모란을 주제로 4월 23일부터 5월 5일까지, 13일 간 ‘강진아트홀’에서 작품 전회를 연다.


    김 씨는 몇 번의 전시회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작품을 선보여 왔다. 김 씨는 일반적인 조형물 제작 과정에 강진 전통의 청자 기법을 가미하여 새로운 예술의 세계를 발현했다. 청자 원료를 이용해 조형물을 제작한 다음, 그 표면에 청자의 유약을 바르고 다시 가마에 구워내는 방법을 시도해 새로운 작품 영역을 구축해 낸 것이다.


    김 씨는 실험적 창조는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진다. 백자 제작기법을 도입했다. 기존의 제작 방법에 화려한 문양의 일러스트를 입혔다. 모노의 세계가 좀 더 화려하며 여성스럽고 좀 더 익살스러운 세계로 표현된 것이다.


    김 씨는 지금까지 네 번에 걸쳐 작품전시회를 가졌다. 그러나 김 씨의 작품세계는 아직까지 온전한 이해가 불가능하다. 시각으로 전달되는 작품에 대한 이해불능이 아니다. 작가의 기술적 역량에 대한 이해불능도 아니다. 그의 작품에 녹아있는 메시지와 관객에게 아직까지는 서먹서먹한 타자로 존재하는 그가 만든 대상들에 대한 이해불능이다.


    그래서 김 씨는 이번 전시회의 제목을 관객들에게 익숙하게 각인되어 있는 영랑의 시 제목 ‘모란이 피기까지는’으로 정했는지 모른다. 관객들이 이해하기 힘겨워하는 그의 메시지를 모란으로 구체화 시킨 것 같다.


    자주색과 빨강 색의 모란. 그리고 그 화려한 외연 끝에 남아있는 처연한 그림자. 김 작가의 관객들도 현재 모란과 같은 느낌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관객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질곡의 삶을 역설적인 방법으로 보듬으려 한 것 같다.


    <윤승현>

    • 관리자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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