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의 진산 보은산

  • 강진읍

    <우두봉에서 바라 본 강진읍 전경>


    보은산 산행을 충혼탑에서 시작했다. 이곳은 약수터에 가거나 우두봉을 오르는 사람이 많이 이용하는 길이라고 한다. 약수터나 우두봉을 가기 위해서는 약수터삼거리를 거쳐야 하는데, 이 근처 어디서 출발하든 가다보면 다 이어지는 길이므로 출발 기점이 어디냐는 별 의미가 없다. 약수터삼거리는 약수터와 우두봉의 분기점이다.


    리기다소나무 숲을 통과하니 구암정이라는 낡은 정자가 보인다. 별로 찾는 이가 없어 관리를 안 한 탓인지 외견상으로도 허름해 보인다. 언제 칠했는지 알 수 없는 하얀 페인트가 일부 벗겨져 회색의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나 보이고 정자와 정자 앞 표석은 땟국물이 줄줄 흐른다.


    구암정을 지나자 삼거리 길이 나온다. 삼거리 길에는 약수터를 오르는데 힘에 부쳤는지 어르신이 길에 앉아 쉬고 있다.


    길을 따라 10M 쯤 오르자 길 왼쪽에 꽃송이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있는  검은 나비가 보인다. 어찌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사진으로 남기려고 카메라를 들이대도 셔터 누를 틈을 주지 않는다. 진득하게 앉아서 꿀을 딸 여유가 없는 것인지 딸만한 꿀이 없는 것인지는 나비에게 직접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유혈목이

    <보은산 산책로에서 만난 새끼 유혈목이>

    몇 분 쯤 더 걸었을까. 작고 앙증맞게 보이는 뱀이 기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새끼 유혈목이였다. 화려한 원색의 비단을 두른 것처럼 예쁘다. 개구리의 몸통을 거의 다 삼켰는데 개구리의 뒷다리부터 삼켰는지 개구리의 입과 앞다리가 뱀의 머리와 함께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대는 데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서 있다. 주변이 어두워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그래도 요지부동이다. 덕분에 작은 뱀의 머리를 클로즈업 할 수 있었다. 몇 컷 찍는 동안 경계심이 풀렸는지 슬그머니 그 자리를 떴다.


    약수터까지 가는 길에는, 이곳이 옛날 강진읍성터였다는 것을 말해주는 성터 흔적이 남아있고, 옛날의 봉수대를 축소 모방한 돌탑도 있으며 헬기장 왼쪽 구석에 설치해 놓은 체력 단련 기구도 보인다.


    <보은산 약수터>

    우두봉에 오르기 전 물병에 물을 채우고 시원한 약수도 마실 겸 해서 약수터에 들렀다. 평소 주민들의 왕래가 많던 이곳에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동행한 송씨가 “이곳에 목욕탕이 있으니 목욕을 하라”고 권한다. 구경삼아 목욕탕에 들어갔다. 이런, 대낮 열린 공간에서 알몸으로 목욕을 하고 있는 남성 등산객이 보인다. 그 모습을 보니 조금 황당하다. 그 사이 뒤 따라 오던 주민들이 약수터에 도착했다. 운동 삼아 약수터를 찾은 여성 두 분이었다. 읍에 산다고 했다. 그 중 한분의 남편은 모 군의 면장이라고 했다.

    <보은산 열두고개를 지나>

    약수터삼거리에서 열두 고개까지는 오르막길의 연속이었다. 비록, 부드러운 흙 위에 나뭇잎이 떨어져 등산객의 발걸음을 편하게 해주고 있으나 그래도 오르막길은 힘들었다.  그래서 오르다가 힘들면 벤치에 앉아서 쉬고 다시 오르고 쉬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열두 고개까지 올랐다.


    우두봉까지 가는 길은 봄에는 왕벚꽃, 꽃복숭아, 진달래, 제비꽃, 벚꽃, 동백나무, 붓꽃, 복분자꽃이 등이 피어 등산객들의 눈과 코를 즐겁게 해주고 여름에는 봄꽃 대신 푸른 숲이 등산객들을 반겨준다.

    <보은산 우두봉>

    우두봉은 배구장 반만 한 크기의 초지였다.  입구 좌측에 우두봉 표석이 세워져 있고 그 뒤에는 피뢰침 같이 생긴 장비가 서있으며 강진읍을 조망할 수 있는 맞은편 구석으로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는 게시대가 몇 개 세워져 있었다. 게시대에는  현수막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현수막 게시대 앞에는 벤치가 무질서하게 놓여있었다. 또 강진읍 쪽으로는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 바둑판 같이 생긴 비석위에 올라가야 강진읍을 조망할 수 있었다.


    강진군의 진산이라는 보은산. 그 산의 정상인 우두봉을 둘러보니 눈에 거슬리는 것도 보인다. 멋스럽게 꾸미지 못할 것이라면 차라리 이 조악하고 흉물스러운 시설물들을 철거하는 것이 훨씬 우두봉 답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알림산 가는 길>


    우두봉에서 알림산까지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번갈아 나오는 순한 능선이다. 경사도 완만해 보행이 어렵지 않다. 발목까지 차오른 잡풀들이 등산로까지 침범했지만 산행을 하는데도 별로 지장을 주지 않았다.


    <암릉을 지나며>

    알림산에서 천태봉 가는 능선에는 몇 개의 암릉이 있다. 그 다지 험한 암릉은 아니지만 조심하지 않으면 추락할 수도 있겠다.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는 암릉은 산행 중 막혔던 주변을 터주는 역할도 하는데 암릉에 올라서면 강진읍과 작천면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태풍 곤파스의 피해를 입었는지 작은 소나무가 암릉 근처에서 뿌리 채 뽑혀있는 모습도 보인다.

    <천태봉에서>

    현충탑에서 우두봉까지의 길이 실크로드였다면 우두봉에서 천태봉까지의 길은 정글이었다. 등산로를 정비를 하지 않아 수풀이 우거져 있었으며 내리막길은 풀에 가려 길 주변의 잡초가지를 잡지 않으면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어떤 지대는 허리까지 자란 풀을 헤치며 걸어야 했다.


    일행은 어둑어둑해져 하산을 했는데, 금곡사에 도착할 무렵에는 사방이 너무 어두워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우리는 어둠을 친구 삼아 금곡사에서 현충탑까지 걸었다.


    <글ㆍ사진 : 윤승현>

    • 관리자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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