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림(綠林)군수와 그 일당

  • 인제군은 2006년 7월 집중호우로 인해 18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됐으며, 566세대 1444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으로 정부와 국민들로부터 수재의연금과 재해구호기금을 받은 지역이다. 그런데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기금 중 일부를 인제군수와 부군수, 공무원들이 빼돌렸다가 덜미를 잡혔다고 한다.


    횡령은 대담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전 인제군수가 수재의연금 1억 원을 횡령하고 8억여 원을 감춰두다 적발됐으며, 공무원 3명은 수재의연금과 재해구호기금을 합한 1억 7,000만원을 착복했다고 한다. 공무원 31명은 기금 중 6,000만원을 자신들의 외상값을 갚는데 썼다고 하니 이를 인제판 ‘군수와 33인의 도적’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 같다.


    그런데 국민의 재산을 훔치는 녹림군(綠林)은 인제군에 국한된 것은 아닌 것 같다. 광주, 전남지역에서도 군수와 공무원의 비리가 끊임없이 적발되고 있고, 그 중에서 교도소 신세를 지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녹림도(綠林盜)들의 눈부신 활약은 지역을 가리지 않는데, 모 이장은 “우리 동네에 사업비로 10억이 넘게 들어왔는데 그 흔적으로 남아있는 것은 1억여 원도 안 되는 것 같다”며 “마을 사람들은 그 돈이 다 어디 갔느냐고 내게 추궁하는데 이장 인 나도 사업비가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가 없어 답변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모 업자는 “공사가 완료돼 관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아야 하는데 줄 생각을 안 하더라”며 “몇 십에서 몇 백이 든 봉투를 따로 준비해 직원들에게 돌렸더니 바로 공사대금이 나오더라“고 자신이 경험한 실상을 털어놨다.


    나는 가끔 그 수를 헤아려 본다. 우리 지역에 감춰진 녹림소굴은 몇 개나 될까. 또 두목은 몇이나 되고 그 일당은 몇 명이나 될까.


    <윤승현>

    • 관리자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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