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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남 주민의 자살... 누가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나(1보)

  • 작성일 2015-01-12 04:38:37 | 수정일 2015-01-12 04:39:04


  • 양 씨가 원상회복 후에도 토사가 흘러내리고 있는 국유지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원상회복 후의 절개지 모습

    해남 옥천면 김 모 씨가 2015년 1월 4일 자택에서 술과 제초제를 마시고 음독자살을 선택했다. 그의 주검은 아내 양 씨와 때마침 해남 동생 집을 방문한 김 씨의 형에 의해 발견되었다. 당시 김 씨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이날은 김 씨가 건축주 이 모 씨와 관련된 민원을 해남군청에 제기한지 5개월을 훨씬 넘긴 시점이며, 40대 굴삭기 기사로부터 폭행 당한지 20여일, 건축폐기물 불법매립혐의로 고발 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다.

    김 씨의 미망인 양 씨는 한사코 마다하는 자신에게 지갑에 있는 돈 전부를 꺼내주고 돌아서던 남편의 뒷모습이, 양 씨가 기억하는 남편의 살아생전 마지막 모습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김 씨가 세상을 뜬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상황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해남군청은 요지부동이고 건축주 이 씨는 여전히 자신의 정당성만을 주장하고 있다. 복구가 이루어졌다는 절개지에서는 토석이 야금야금 흘러내리고 있고, 전후 사정을 어느 정도 알 것 같은 동네 사람들은 입을 굳게 닫고 있다. 해남신문을 비롯한 몇 개 신문사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김 씨의 사건에 대해 매달리고 있지만 거리적 한계와 주민들의 비협조로 사건의 핵심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양 씨는 “건축주와 해남군청의 처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 씨는 또 “잘잘못을 떠나 사람이 죽었으면 최소한 미안한 마음은 가져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남편이 세상을 뜬지 일주일이 다 되어 가지만 사건에 관계된 그 누구로부터도 위로의 말 한 마디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양 씨는 그것이 더 이해가 가지 않고 섭섭하다고 말했다.

    양 씨는 남편의 죽음이 헛되이 묻힐까봐 두렵다고 했다. 그런 이유에서 인지 그녀는 전의를 다지고 있었다.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해 보고 그것도 안 되면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투신이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김 씨의 사건은 알면 알수록 명확하게 이해되기보다는 점점 의혹만 늘어나는 것 같다. 그 의혹은, 건축주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해남공무원들이 무모하리만큼 건축주 편만 드는 것인지, 일부 마을 주민은 또 왜, 이 마을 태생이자 귀향한지 5년이나 되는 김 씨를 배척하고 마을에 처음 들어온 이 씨 편에 서 있는지, 그리고 김 씨 폭행 사건에서 경찰들이 보여준 행태 등이다.

    기자가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가 있다. 같은 마을 주민이 아니면 알기 힘든 김 씨의 불법건축물, 건축폐기물 불법매립 정보를 공무원과 같은 마을 사람이 아닌 제보자가 알 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마을 회의석상에서 윤 모 씨가 건축주 이 씨를 위해 사비로 도로포장까지 약속한 점, 건축주 이 씨는 한사코 자신에 대한 해명을 이장이 해줄 것이라고 말한 점 등이다. 그리고 경찰이 폭행 사건의 가해자인 굴삭기 기사와 목격자는 현장에 그대로 두고 피해자인 김 씨만 대동하고 파출소에서 조서를 작성했다는 점도 의혹의 대상이다. 만약 김 씨 집에 CCTV가 설치되어있지 않았다면, 김 씨는 또 다시 형사처벌을 받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김 씨 사건에 직간접으로 연루된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그들은 민원의 당사자인 김 씨 부부와 건축주 임 모 씨. 임 씨의 집 건축에 관여한 시공업자와 인부들, 일부 마을 주민들 그리고 해남군청 공무원이다. 이런 이유로 사건은 생각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자살한 김 씨와 미망인 양 씨는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김 씨와 분쟁 당사자인 임 씨 역시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 씨는 “죽어야 할 사람은 나인데 왜 김 씨가 죽었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특이한 점에 관찰된다. 동네에서 5년을 거주한 김 씨 가족의 경우는, 김 씨의 미망인 양 씨가 직접 수집한 물적 증거는 있지만, 김 씨를 위해 증언해 줄 주민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반면 마을에 처음 이사와 건물을 짓고 있는 건축주 임 씨를 위해 증언해 줄 마을 주민은 예상 외로 많은 것 같았다. 임 씨의 주장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는데, 임 씨는 자신의 그간 사정을 마을 이장이나 마을 사람에게 물어보면 답변해 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특히 마을 이장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기자가 당사자의 일을 왜 이장에게 물어봐야 하냐고 질문하였지만 임 씨로부터 그에 합당한 답을 듣지는 못했다. 이어, 임 씨는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전화하지 말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인 곳에서 진실을 가리자고 주장했다. 그곳에 옥천면장도 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도 피력했다.

    기자는 마을 이장과의 통화에서 임 씨의 의사를 전달하고 이장의 의향을 물었다. 이장도 기자의 뜻에 원론적으로 동의했다. 다만, 이장은 “마을총회를 개최하는 데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임원과의 의논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혔다. 기자는 마을총회 시 인터뷰 단서 조항을 전달했다. 기자는 이장에게 “주민들이 모두 마을총회에 모이더라도 인터뷰는 격리된 장소에서 개별적으로 하겠다”고 사전 양해를 구했다. 기자가 휴대폰을 차에 두고 다른 업무를 보고 있던 사이 이장으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문자는 “현 시점에서 마을총회를 여는 것은 아무도 원치 않고 유족들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으므로 불가하며, 시시비비는 경찰에서 밝혀질 겁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거절의 한 이유로 이장이 ‘경찰수사’를 언급했지만 미망인 양 씨는 기자에게 “경찰이 수사해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 이유는 양 씨가 해남경찰서장과의 면담 시 “경찰서장이 혐의가 없어 수사를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양 씨는 이어 “지금 수사를 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자꾸 언론에 수사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경찰의 의도에 의문을 표시했다.

    이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서로 간에 사전의 합의가 있던, 우연의 일치이던 간에 김 씨와 대척점에 서 있는 이 씨, 해남군 공무원, 일부 마을 주민들이 삼각동맹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들이 김 씨의 요구에 대해 방어하거나 공격하기 위해 구사하는 정형화된 주장에서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당신이 대나무 전부 베라고 했다면서요.....,”, “욕을 하고 공사를 방했다.” 등 이다.

    “당신이 대나무 전부 베라고 했다면서요”와 “욕을 하고 공사를 방해했다”라는 말은 김 씨 측이 민원을 제기할 때부터 김 씨가 죽음에 이르게 된 때까지 김 씨를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던 말이었다. 이 말이 다수에 의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언급되다 보니, 제 삼자는 뭐가 진실인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사실과는 부합하지 않는 이 말로 김 씨 부부가 처벌을 받았으며, 이 말로 김 씨의 민원이 해남군에서 거부되었고, 이 말로 건축주의 불법행위가 묻혔으며, 이 말로 해남군청 공무원들의 직무유기, 불법행위가 가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윤승현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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