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선 이번에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뭐가 가장 문제가 있었다고 보세요?
다른 문제는 여러 언론에서 많이 다루었기 때문에 생략하고 전문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이사의 전문성은 광주문화재단의 정체성과 비전, 향후 나가야 할 방향의 설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업무수행의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척도인데, 그 전문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임용자격기준과 인선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2. 사실 대표이사 선임을 공개 프리젠테이션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았습니까? 투명한 절차로 진행하겠다는 이유였는데요, 이런 방식이 전혀 그런 의도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보십니까?
물론입니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장 포장한 일종의 요식 행위였죠. 첫째, 후보자에 대한 자기소개가 없는 상태에서 응시자가 걸어온 길을 기자님들이나 일반 시민들이 알 길이 없죠. 걸어온 길을 보면 전문성을 비롯한 모든 것이 드러납니다. 지역에서 유명한 분들은 면모를 알겠지만, 저처럼 광주에서의 활동 기간이 짧은, 오히려 서울이나 러시아, 중국, 미국에서 국제적 경륜을 쌓은 전문성을 일반인들이 알 길이 없지요.
둘째 업무수행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발표시간이 너무 짧았어요. 방대한 문화재단의 업무와 비전, 추진사업에 대한 10분의 시간은 그저 형식에 그친 거지요. (하지만 어떤 분은 시장님과의 친분도 과시했으니 결코 짧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하자만 그분의 자질을 검증하는 계기는 되었다고 봅니다.)
3. 윤장현 시장의 지인이라는 부분을 떠나서요,
서영진 씨가 문화재단 대표이사로서 자질이 없다고 보는 이유는 뭔가요?
그분 스스로가 자질에 대해선 증명하셨지요. 문화재단 대표이사로서의 전문성은 문화와 예술을 이해하는 정도로는 곤란하지요. 꼭 전공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필드에서 10년 이상은 종사했거나 관여했어야 하지 않겠어요? 제가 보기엔 두 분은 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으면 참 좋았을 건데, 과욕이 오늘의 사태를 자초했다고 봅니다.
4. 최종 후보로 올랐던, 김재균 전 의원의 자질 문제도 지적한 걸로 아는데요. 어떤 이윤가요?
정치를 계속하셔야죠. 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정치 재기의 징검다리가 되어서는 곤란해요. 시 몇 편 썼다고 국전 몇 번 당선됐다고 문화 전문가는 아니잖아요. 국회의원 하셨을 때 문화체육관광 위원이라도 활동하셨다면 제가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어요. 문화예술인의 창작의 고충과 아픔을 정치만 하신 분이 어떻게 알겠어요. 그분의 경력으로 보아 문화재단을 도울 다른 방법이 많이 있다고 봅니다. (그 분의 도덕성에 대해선 언론에 나온 거밖에 몰라요. 분명한 건 공익재단의 수장은 엄격한 도덕성이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분과 깊은 대화를 나눠보지 못했으니 그건 섣불리 판단할 문제는 아니죠.)
5. 광주시에선, 서영진씨를 낙점한 것이, 아시아문화개발원 이사로 재직하면서 문화중심도시 조성과 재단 발전에
이바지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 의견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시아문화개발원은 수장이 공석인 상태가 1년 5개월이 됩니다. 아직 방향도 잡지 못하고 있어요. 직원들도 이제야 서둘러 뽑고 있는 상태구요. 재단 이사였다면 이런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했어야 그 능력을 인정할 수 있지요. 초대 원장을 역임하셨던 분도 개관 이후의 방향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하신 던대요. 문화중심조성 사업도 정부와 지역과의 큰 거리가 있습니다. 이사로 재직하시면서 뭘 하셨는지, 그리고 뭘 이바지하셨는지 드러나는 구체적 증거가 없어요.
6. 이 문제에 대해 윤장현 시장의 공식 입장을 요구한 걸로 아는데요, 이 사안과 관련해 어떤 설명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일단, 전문성이 없는 ‘절친’을 임용하신 실수를 용감하게 인정하셔야 해요.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문화수도 광주를 창조하기 위한 막중한 임무를 지닌 공익의 자리이고, 여기에 개인적 친분이 작용되어서는 곤란하지요.
정당한 인사였다면 면접 심사위원들의 이름과 각 응시자에 대한 임용과정의 채점점수를 공개하면 될 거예요. 그 세부항목을 보면 억지로, 형식적으로 평가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나타나리라고 봅니다. 객관성이 있었다면 절친이라고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그거야말로 역차별이지요.
응시자들의 검증 절차의 정당성을 가늠할 청문회 개최에도 타 지역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면 그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겠지요.
저는 제가 들러리섰다는 것보다 더욱 더 치욕적인 것은 문화와 예술을 정치의 하부개념이나 관료사회의 종속으로 보는 시각에 더 분개합니다.
윤시장님의 공개 사과는 꼭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만 윤시장님이 자랑스러운 문화수도의 시민시장으로 명예롭게 직무를 수행하시리라 믿습니다.
7. 이번 문화재단 인사를 떠나서 최근 홍성담 화백의 작품 전시 논란을 시작으로 광주시의 문화행정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거든요? 외부의 시선으로 봤을 때요, 지금 광주시의 문화 정책 뭐가 문제라고 보세요?
문화 정책수립은 광주시가 하고 수행은 문화재단이 합니다. 함께 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아이디어의 빈곤과 탁상공론의 정책이라고 봅니다. 1980년 5월의 광주에 머물러 있어요. 글로벌 적인 시야도 없고, 지역이기주의에 매몰되어 글로컬리제이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흔한 예로 광주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차이나 프랜들리 정책 말입니다. 아무런 아이디어가 없는데, 다시 말해서 유커들이 광주에 올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없는데 허망한 꿈을 꾸고 있어요. 저는 직무수행서 외에도 광주의 도시 브랜드를 높이고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장장 15쪽의 <주요 추진사업 세부계획서>를 제출했어요. 제가 광주를 겨냥하고 2년 동안 준비한 거예요. 물론 시장님한테 그 서류가 전달되지 않았겠지요. 전 순위에 오르지 못했으니까요. 아마 그 서류가 나중에 쓰레기통에 버려지겠지요. 그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 마지막으로 광주의 문화 발전을 위해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저는 ‘문화수도 광주의 비극’ 성명서 마지막에 이렇게 썼습니다.
“원칙 없는 사회에서 문화의 꽃은 피지 않는다. 이것이 문화수도 광주의 비극이다.”
<나상만 연출가, '광주MBC-R 시선집중 광주' 인터뷰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