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학자 신정일씨 ‘낙동강’과 ‘영산강’ 동시 출간





  • 장성댐 아래에서부터 강은 소리를 잃어버린다. 영산강을 따라 걸으며 강물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려던 나의 바람은 이렇게 무참히 꺾이고 있다. 하지만 푸른 풀숲에서는 이름 모를 새들이 여기저기서 지저귀고 있다. 멈춘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천천히 흐르고 있는 저 강물이 어딘가에서는 다급하게 소리 지르며 흘러가는 것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신정일의 저서 ‘영산강’ 중에서

     

    인간의 욕망으로 수많은 보와 댐이 설치되면서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있는 강. 그 강의 역사적, 미학적 가치를 되새기며 강이 온전해야 사람이 온전하다는 울림을 전하는 강(江) 전도사 신정일.

     

    사단법인 우리땅 걷기를 이끌고 있는 신정일씨가 낙동강 1300리와 영산강 350리를 두 발로 걸으며, 강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역사와 문화를 되짚은 책 ‘낙동강’과 ‘영산강’을 동시에 내놓았다.

     

    ‘낙동강’은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시 천의봉 너덜샘에서 시작해 청량산 자락, 안동댐, 병산서원, 삼강나루, 고령교, 삼랑진 나루 등을 거쳐 부산광역시 을숙도까지 이어진다. 또한 ‘영산강’은 담양군 월산면 용흥사 계곡에서 부터 쌍봉사, 함평 사포 나루 등을 거쳐 영산강 하구둑에 다다른다.

     

    저자는 낙동강과 영산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걸으며 강 주변 마을과 사람들, 그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찍듯 들려준다.

     

    옛날의 강은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터전이었다. 인류의 모든 문명이 강으로부터 시작됐고, 우리나라의 역사 역시 한강이나 금강 등 큰 강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그러한 강이 근현대사 속에서 서서히 소외되더니, 산업화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단순히 개발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강 밑을 파내고, 수많은 보와 댐이 설치되면서 이제 우리의 강은 본래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강이란 원래 흘러야 하고, 흐르면서 수많은 소리를 내는 여울들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강은 수많은 물막이보에 막혀 소리를 잃고 흐르는 듯 마는 듯 하거나, 아예 흐름을 잊고 호수처럼 바뀌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이렇듯 지금도 뜨거운 논란의 대상인 강을 남다른 애정으로 도보 답사한 이가 바로 신정일이다. 그는 오로지 강의 전체를 보고자 하는 열망 하나로 강을 따라 걸으며 남한의 10대 강을 도보로 탐사한 것이다. 하지만 길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강 길을 걷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지류들로 인해 강 주변 3~4km를 돌아가기도 하고, 예전에는 길이었으나 도시화로 인해 사라져버린 들길에서 헤매기도 해야 한다.

     

    ‘낙동강’과 ‘영산강’은 이러한 강에 대한 저자의 열정과 노력이 집약된 책이다. 저자는 강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강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물이 없으면 우리의 생명도 없다’는 대명제 하에, 최소한의 보와 댐만 만들어 강물이 흐르도록 해야 함을 전하고 있다.

     

    문화사학자 신정일씨의 저서로는 ‘다시 쓰는 택리지’, ‘대동여지도로 사라진 옛고을을 가다’, ‘한국사, 그 변혁을 꿈꾸는 사람들’, ‘한국사의 천재들’, ‘똑바로 살아라’, ‘조선을 뒤흔든 최대 역모 사건’,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 등이 있다.

     

    저자는 말한다. “강과 사람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 상기 s40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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