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범 수필선 ‘먼 풍경’



  • 수필은 누구나 부담 없이 읽고, 마음만 먹으면 직접 쓸 수도 있는 친근한 문학 장르다. 다른 영역의 문학이 영상매체에 밀려 신음하고 있는 중에도 수필 인구만은 날로 증가해 수필 전성시대를 구가하는 이유가 그렇다.

     

    시대적 추세에 힘입어 수많은 수필전문지와 수필동인지가 창간되고, 이에 비례해 신진 수필가도 날라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 많은 작가, 그 많은 작품 중 문학성 높은 작품을 가려 읽는 일이 역으로 더 힘든 일이 되고 말았다.

     

    좋은 수필을 선별하는 기준이나 잣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이 같은 맥락에 맞닿아 있다. 무조건적인 범람은 작가나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며, 더 나아가서는 수필을 연구하는 후세들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수필사가 지난 2007년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수필가 100인을 선정, 현대수필가 100인선을 내놓기 시작한 건 당면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선택한 방식이다. 시대를 대표할 만한 수필가 100인을 선정하고, 작가가 스스로 선정한 40편 내외의 작품을 수록한 문고본을 발간해 이를 널리 보급하는 것이다.

     

    그 74번째 주인공으로 전북지역에서 활동 중인 수필가 최승범(79)씨 선정됐다. 도내 출신으로는 라대곤(26선), 김학(27선), 김형진(34선), 김경희(66선)에 이은 5번째다. 수필선 제목은 ‘먼 풍경’.

     

    최승범씨는 전북 남원 출생이로, 1958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전북지부장과 전북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고하문예관 관장을 맡고 있다. 시집으로 후조의 노래, 가랑잎으로 눈 가리고, 천지에서, 발해의 숨결을 찾아서 등 10여 권이 있다. 수필집 또한 반숙인간기, 풍미산책, 시조 에세이, 한국의 소리를 찾는다 등 10여 권을 내놓았다. 정운시조문학상, 한국현대시인상, 가람시조문학상, 한국문학상, 제1회 한국시조문학대상 등 다양한 수상경력도 돋보인다.

     

    이번 수필선은 총 4부로 나눠져 있다. 1부는 고들빼기김치, 망둥이구이, 무우시루떡 등 일상에서 접하는 음식관련 이야기가 많고, 2부는 쟁기질 소리, 담뱃대 터는 소리, 모깃소리, 꽹과리 소리 등 소리를 주제로 한 것으로 채웠다.

     

    3부는 세속 초월한 풍류정신, 가람선생의 생활과 문학, 이영도 여사와의 추억 등 자신의 개인적 인연을 주로 담았고, 4부는 이 한권의 책, 집 이야기, 쓸쓸한 시간을 앉아서 등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좋은 수필사 서정환 발행인은 “수필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출판인도 마땅히 한몫을 감당해야 한다는 소신으로 임하고 있다”며 “이 기획물이 시대를 초월한 많은 수필 애호가들의 관심과 애정 속에 우리나라 수필문학 발전에 한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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