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 숭례문 단청이 일본산 소재로 뒤덮인 채 7년째 방치되고 있지만 문화재청은 단청 복원계획을 미루고만 있어 앞으로 8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단청이란 벽, 기둥, 천장 등에 여러가지 빛깔로 그림이나 무늬를 그리는 칠공사를 말한다.
대안신당 최경환 의원(광주 북구을,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은 7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숭례문 단청이 일본산 소재를 뒤집어 쓴 채로 국보1호의 위상과 자존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7년째 방치되고 있지만 문화재청은 2013년에 발생한 박락 사건이 재연될 것이 두려워 복원사업을 미루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 방화로 소실된 숭례문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5년3개월 동안 총260억여원의 사업비를 지출하며 복구되었으나 ‘전통방식의 복원’이라는 대대적인 홍보와는 동떨어진 일본산 소재가 사용되었다. 이마저도 미숙한 시공기술과 허술한 감독으로 5개월 만에 단청이 벗겨지고 떨어지는 박락 현상을 초래했다. 박락이란 그림이나 글씨가 벗겨지고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문화재청은 단청 박락 발생 이후인 2014년에 ‘숭례문 복구 계획’을 세우고 ‘전통소재 관련 연구’를 수행한 후 2018년 이후에 복원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막상 2018년이 되어서는 2027년 이후에 복원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연기했다.
문화재청은 일본산 소재를 대체하는 전통소재를 개발해 2018년부터 ‘전통소재 시범단청사업’에 적용하고 있으면서 ‘소재에 대한 분석과 검증에 시간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정작 숭례문 단청복원에 적용하는 것을 미루고 있다.
2014년부터 6년째 46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전통소재 연구개발'을 진행해 온 것도 부족해 앞으로 8년 후에 복원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문화재청의 의지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2013년 초기 81곳에서 발생했던 박락이 2018년에는 696곳에서 발생해 8.5배나 늘었음에도 문화재청은 ‘기능적인 안정화 단계이기 때문에 성급하게 추진하지 않겠다’는 안일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화재청은 1972년부터 모든 단청에 합성페인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고 이때부터 문화재청이 시행하는 국보, 보물급 단청 공사에 전통소재가 아닌 합성페인트를 사용해 왔다.
우리 전통의 색으로 생각하고 감상해 왔던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이나 불국사, 통도사, 화엄사의 단청이 아파트 콘크리트 외벽에 칠해진 페인트와 차이가 없는 합성페인트로 시공된 것이다. 문화재 보존보호를 책임지는 문화재청이 전통소재의 맥을 끊고 합성페인트 사용을 합법화해서 50년 가깝게 방치해 온 것이다.
최경환 의원은 “국보 1호가 14년 넘게 일본산 소재로 뒤덮여 있어야 하는 처지인데도 문화재청은 박락 개수나 헤아리면서 복원을 미루고 있다”며 “일제강점기와 화마에 의한 훼손에 이어 일본산 소재와 무책임한 시공으로 만신창이가 된 국보 1호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조속히 복원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