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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복되는 장애인 성폭행, 이제 그 고리를 끊어야

  • 작성일 2013-04-10 09:12:37 | 수정일 2016-06-06 15:03:01
  • 장흥 관산읍 장애인 여성 성폭행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인접한 용산면에서 장애인 모녀를 성폭행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성폭행 피해자는 어머니 A씨(당시 41세)와 딸 B양(당시 14세)으로 각각 지체장애 1급과 3급의 장애인이며 가해자인 김 모 씨(58)는 피해자와 인척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김 모 씨가 구속되기는 했으나 장흥군의 허술한 장애인 복지행정과 사건을 인지하고 끝내 침묵하고 있던 이웃 주민들의 행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시해 주고 있다.


    우리는 장흥군의 장애인 복지행정에 문제점이 없었는지 짚어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경찰의 조사에 따르면 피해자 모녀는 장애인이고 가장인 김 모 씨는 알콜중독자였다고 한다. 즉 피해자 가족은 장흥군이 보살펴야 할 대상자였다는 얘기다. 그런데 장흥군은 피해자들이 성폭행 당한 사실을 3년 동안이나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밝히지 않으면 담당공무원이 모를 수밖에 없을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장흥군 관내에서 얼마 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장흥군이 이번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다. 보조금 몇 푼 통장에 넣어준다고 장흥군이 장애인 복지행정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장흥군 주민들의 집단 윤리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관산읍에서 6~70대 노인들이 장애인 여성을 성폭행해 전국의 뉴스거리가 됐을 때 주민들은 이구동성 ‘창피하다’라는 말을 했다. 성폭행 사건이 발생해서 창피한 것인지, 이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서 창피한 것인지 그 속 내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런데 그 사건이 국민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이번에는 용산면에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번에도 주민들은 ‘창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의 말대로 창피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정작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사건이 외부로 알려졌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들이 국민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것은 그들의 이웃의 불의에 끝까지 침묵했다는 것과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진심으로 돌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 역시 자정능력을 상실한 농촌의 모습을 재확인 시켜주었다. 피해자 고모 김 모 씨의 신고가 없었다면 이번 사건은 쉽게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유는 지역민의 생활환경과 정서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유난히 집성촌이 많아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목격자들이 친인척 관계로 엮여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을의 나쁜 일은 마을 밖에 알리지 않는다는 정서, 그리고 신고했을 때 돌아오는 보복 때문이다. 즉 누가 신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같은 동네에서 살기 힘들 뿐만 아니라 가해자가 흉기를 들고 찾아오는 것도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가해자가 아닌 사람조차도 가해자의 행위에 암묵적인 동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남편 없는 여자는 먼저 가진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겠는가.


    이쯤에서 우리는 여성들과 장애인을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건전한 생각을 가진 주민들이 감시자가 되고 신고자가 되어 농촌지역이 동물들이 사는 정글이 아닌 사람이 사는 마을공동체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윤승현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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