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할아버지가 광산구 원당산 찾은 까닭은?

  • 세계적 놀이터 설계 전문가 귄터 벨찌히, 원당산 ‘꿈의 공원’ 조성 조언



  • 칠순 넘은 서양 할아버지가 광산구 수완지구 원당산 비탈을 씩씩하게 달린다. 잔디밭에 있는 ‘태권V 로봇’ 조각에 신나게 뛰어 올라 두 팔을 펴고 아침 햇살을 받는다. 함박 웃는 표정은 영락없는 어린이다.

    지난 19일 수완지구 원당산을 찾은 이는 독일인 귄터 벨찌히(Günter Beltzig·73·이하 ‘벨찌히씨’). 벨찌히씨는 유럽을 대표하는 어린이 놀이시설 디자이너다. 독일 놀이시설 전문회사인 리히터(Richter) 등에서 많은 제품을 디자인했으며, 1992년 독일 포르츠하임 정원박람회장의 ‘놀이기구 없는 놀이터’ 등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덴마크, 미국 등 전 세계에 그의 작품이 설치돼있다.

    그가 수완지구 원당산을 찾은 이유는 광산구의 초청을 받아서다. 광산구는 원당산 일원에 ▲모험공간 ▲교육공간 ▲자유공간을 갖춘 ‘어린이·청소년 꿈의 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그는 꿈의 공원 조성에 관심 있는 학부모, 교사, 문화활동가들과 간담회를 가진 것. 어린이놀이 전문가 편해문 씨가 함께 한 간담회는 광산구 주민참여플랫폼인 ‘원당숲 어울마루’에서 오전 9시30분에 시작해 반나절 동안 이어졌다.

    벨찌히씨는 “왜 한국 아이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놀지 않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놀이터는 상상력을 일깨우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나 일본은 어른들이 보기에 아름다운 놀이터를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놀이터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원당산의 자연을 이용해 놀이터를 조성해야 한다”며 “0~5세, 6~12세, 13~18세 등 연령별로 공간을 나눠 어린이와 청소년이 즐겁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인위적인 시설보다는 자연 환경을 최대한 살려 어린이들의 모험심을 자극해야 한다는 것도 빠트리지 않았다.

    벨찌히씨는 특히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주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결정하라”고 강조했다.

    광산구 최용선 정책팀장은 “시설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어떤 철학과 기준으로 꿈의 공원을 만들어야 하는지 성찰하는 좋은 기회였다”며 “행정의 문호를 활짝 개방해 어린이, 청소년 그리고 어른들과 함께 원당산에 꿈의 공원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관리자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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