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전시장에서 푸른농촌 희망을 읽다

  • - 차를 나누며 ‘착한소비 로컬푸드’를 기대 -


     

     
    광양시농업기술센터 시험 포장에서 4월 3일부터 9일 동안 봄꽃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오늘은 녹차 무료 시음장에서 차 봉사를 하는 날이다. 같은 조 회원들과 행사장에 도착하니 이른 시간이어서 관람객들은 없고, 옆 부스에 공예품 만드는 아가씨와 농특산물을 담당하는 아줌마 한 분이 앉아 계셨다. 우리들은 그분들과 인사를 나눈 후 차 우릴 준비를 해놓고, 조금 있으면 손님들이 밀어 닥칠지 모르니 한가한 시간을 틈타 꽃구경을 먼저 하기로 하였다.
      시음장을 나와 조금 걸어가니 ‘광양시 푸른 농촌 희망 찾기’ 현수막이 보였다. 우측으로 돌아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니, 그 곳에는 언제 왔는지 많은 관람객들이 꽃나무를 고르고 있었다. ‘꽃과 숲이 어우러진 친환경도시’를 조성하려는 목표 하에, 광양 시민들의 자율적인 나무 심기 참여를 확대하고자 사람들에게 나무를 1인 2본씩 무료로 나누어 주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황금측백, 뽕나무, 금목서, 철쭉 등 여러 종류의 나무가 있었지만 베란다 화분에 심어야 하기 때문에 나는 철쭉과 금목서를 선택하였다. 주소를 적고 담당자가 쇼핑백에 담아준 나무를 들고 나오면서, 12000본의 나무가 6000명의 시민들을 통해서 우리 고장 곳곳에 뿌리내릴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흐뭇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곳저곳을 구경하였다. 소규모 정원, 자생식물의 생태 체험관과 백운산 식물 자원화 포장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울창하게 우거진 관엽식물관과 관상조류 전시관, 허브, 열대과수, 양치식물 등을 보았다. 차를 타고 멀리 가지 않고도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다양한 것들을 체험 할 수 있다니, 광양시에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신문에서 본 기억이 난다. 농촌 진흥청에서 전국의 농촌 마을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푸른 농촌 희망 찾기 운동’은 말 그대로 우리의 농촌에서 희망을 찾자는 실천 운동이라고 한다. 오늘날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 도시 농촌간 소득 격차 심화, 젊은 층의 영농기피 현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촌을 쾌적한 삶의 공간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만들어 졌다고 하였다. 또 농업인 스스로 생명, 환경, 전통문화 등 농촌 고유 자원의 가치를 창출하고 의식 선진화를 주도하자는 새로운 개념의 민간운동이라고 한다. 이 운동의 핵심적인 과제는 ‘안전한 농산물 생산’, ‘깨끗한 농촌 환경 만들기’ 등 농업인의 의식 선진화 운동이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목표로, 지구촌 모두가 한 가족이 되어 함께 사는 ‘공생’, 도시와 농촌이 서로 이해하며 살아가는 ‘상생’, 농촌 지역에서 해결해야할 일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희망의 의지를 다지는 ‘자생’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하였다. 이 기사들을 떠올리면서 6000명의 시민이 나무를 심고 가꾼다면 온실가스 줄이기 운동도 함께 실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 이제 사람들이 차 마시러 올 시간이 된 것 같아요. 빨리 갑시다.”하는 한 회원의 말에 우리는 차 시음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늘이 금요일이라 그런지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생들이 체험 학습을 많이 온 듯 했다. 우리들은 녹차 체험을 하러 온 어린이들에게 찻잔 잡는 법과 마시는 자세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유치원 선생님은 차를 마시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한명씩 사진기에 담느라 분주하였다. 아이들에게 온갖 정성을 쏟는 선생님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보였다. 차 맛이 좋다고 여러 잔을 마시는 어린이도 있고 맛이 이상하다고 칭얼거리는 아이도 있었다. 녹차시음을 끝낸 어린이들은 천연 비누 만들기도 체험해보고 파프리카도 시식해보면서 선생님의 뒤를 졸졸 따라 다녔다. 시음장에서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도 만나게 되고, 차를 좋아하는 관람객도 만나 저마다의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고향의 봄’ 동요가 경쾌하게 흐르고, 꽃구경을 하고 나오는 어린이들 손에는 모두 제라늄 화분이 하나씩 들려 있다.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이다. 어린이들은 집에 돌아가서 아빠 엄마께 꽃을 선물 받았다며 기뻐 할 것이고 그 꽃을 가꾸는데 오랜 시간 정성을 쏟을 것이다. 훗날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도 꽃 축제는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 믿는다. 저녁 즈음이 되니 관람객들이 모두 빠져 나가고 꽃 축제장은 조용하다. 우리들은 손님들이 오지 않아 마무리를 하기로 하였다. 내일 봉사할 회원들을 위해 커다란 온수 통에 물도 가득 채워 두고 다도구들도 깨끗이 정리를 하였다. 차 한잔의 나눔으로 ‘착한소비’ 로컬푸드를 기대하며, 차농사를 하는 농가들에게 희망의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2004년부터 매해 봄마다 3~4일간 실시하던 꽃 축제를 금년부터는 보다 다양한 꽃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조성하고자 계절별로 실시하여 운영할 계획이며, 그 기간 외에도 시민들이 상시 관람할 수 있는 체계로 변경하여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나는 꽃이 보고 싶어지면 언제든 이곳을 찾아오면 된다는 생각에 피곤함도 잊을 수 있었다.
      개울물을 건너 집으로 오는데 영숙씨가 발통(차바퀴)도 오랜만에 시원하게 목욕을 하였다고 하여 우리들은 한바탕 웃었다. 집에 돌아와 얻어온 꽃나무를 정성껏 화분에 옮겨 심고 철쭉 꽃봉오리들을 들여다보니 내일 아침이면 곧 피어 날 것 같았다. 나는 작은 꽃봉오리 같은 어린 아이들이 작은 화분을 가슴에 안고 즐거워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가만히 웃음 지었다.
    <박계환 광양시차연구회 회원>

    • 관리자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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