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원농협 김 내운 씨의 이유 있는 농성

  • 화원농협 조합원 김 내운 씨를 처음 대면하던 날, 한 겨울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몹시 추웠다. 그 때문인지 일부 조합원들의 농성장으로 쓰이고 있는 농협 정문 앞 좌측 에 설치된 텐트는 차가운 냉기만 감돌 뿐 휑하니 비어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김 씨를 처음 만났다.
    김 씨를 만나기는 전 예상했던 투사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나이 지긋한 촌 노의 모습을 한 김 씨를 본 순간 전혀 예외라는 느낌을 받았다. 농촌에서 이 정도의 나이라면 이런 일에 휘말려들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김 씨는 나를 화원농협 창고가 있는 작은 컨테이너 박스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나는 김 씨와 화원농협 한 모 노조원으로부터 화원농협에 관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화원농협은 현재 117억 5천만 원의 공사비를 들여 제2의 김치공장을 신축 중에 있다. 이중 국고 보조금이 50억이고 나머지 67억 5천은 화원농협 자 부담금이다.

    화원농협은 김치공장을 신축하기 위해 2차에 걸쳐 대의원회의를 개최 했으며 1차 대의원회의에서 자료 미비로 부결되었다가 2차 대의원회의 때 통과되었다.

    이 과정에서 김 씨와 일부 노조원들이 사업에 대한 충분한 타당성 조사를 주장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 씨와 농협 노조원 한 모 씨는 “1차 대의원회의 때는 자료가 너무 부실하다고 일부 대의원들의 강하게 반발하여 찬반 투표한 결과 부결되었다. 그런데 2차 대의원회의 때도 1차 회의 때 동일한 자료를 가지고 사업 설명을 하여 일부 대의원들의 반발하고 발언을 요청했지만 모두 묵살되고 조합장의 요구대로 통과되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김치 공장을 짓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30억 자본금의 화원 농협이 자본금 2배 이상의 비용을 들여 공장을 신축할 때는 화원농협의 명운이 걸린 문제니까 충분한 타당성 검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 만약 농협이 파산한다면 조합원은 한 푼도 건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50여명의 직원은 직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씨는 “화원 농협의 현 이사와 감사들이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며 “누군가는 나서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모 노조원은 “조합원들은 김 선생님을 개인적으로 만나면 훌륭한 일 한다고 칭찬하다가 조합장 앞에만 가면 돌변하여 김 선생님을 비난한다”고 전했다. “조합원들이 왜 그러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합원 중 조합장으로부터 소고기 2근 안 받아 본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는 말로 답했다.

    김 씨가 농협 감사이던 지난 해 화원조합장을 ‘공금횡령’ 혐의로 사법당국에 고소하여 조 모 조합장은 1500만의 벌금을 선고 받았다.

    김 씨는 “조 조합장이 공금횡령과 차명계좌 보유, 카드 깡 등으로 조합에 손실을 입혔는데 데도 1500만원 벌금만 물게 하여 현재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조 모 조합장에 불리한 증거들은 공소장에 대부분 빠져 있었다”고 사법당국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김 씨는 또 “조 조합장에 대한 판결이 납득이 안 가, 현 해남 지청장이 공무원 비리를 잘 캐낸다고 하여 일사부재리 원칙은 알면서도 다시 검찰에 진정서도 내봤다”고 했다.

    김씨는 “화원농협이 50여명 직원 자녀에 대한 장학금은 2900만원 쓰면서 2000명 조합원 자녀들에게 고작 3000만원 밖에 쓰지 않는다”며 “조합은 조합원의 것인데 이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이런 문제를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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