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 누구를 위한 경관개선사업인가?

  • 해남군이 2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금강저수지 일원을 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제는 '걷고 싶은 체육 공간', '찾고 싶은 미관 공간', '머물고 싶은 휴식 공간' 이며, 목적은 금강저수지 일원의 보행여건을 개선하는 순환로 조성이라고 한다. 주제는 거창하지만 내용은 동어 반복이다. 해남읍민에게 ‘금강곡’이란 한마디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금강곡’은 적어도 해남읍민에게 만큼은 여러 가지 함의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해남군은 굳이 잡다한 이유를 붙여가며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주민들이 기존에 조성된 우드 데크길 이용도 꺼리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이 사업이 타당한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경관개선사업은 주민들을 도로 밖으로 내모는 인도 조성 사업일 뿐이다. 기존의 데크길은 도로를 벗어난 저수지 안쪽에 지지대를 설치하고 그 위에 데크길을 조성했다. 이로 인해 차량은 보행자의 간섭을 받지 않고 쉽게 교행 할 수 있게 되었고, 보행자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 데크길로만 걸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현재 설치 작업 중인 데크길 역시 차량 통행 위주로 작업되고 있다. 이곳을 찾는 주민들은 넓은 도로를 놔두고 좁은 데크길을 이용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걷고 싶은 체육 공간’이 아니라 원활한 차량 통행을 위해 피해야 하는 공간이 된 것이다.

    경관개선사업으로 인해 보행자의 안전에 대한 위험이 증대되었다. 금강저수지 데크길이 조성되기 이전에는 이곳 도로에서 쌩쌩 달리는 차량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데크길이 조성되고 난 이후에는 과속하는 차량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올 여름에는 과속하던 트럭과 승용차가 충돌할 뻔한 사건도 있었다.

    우드 데크 난간도 문제다. 현재 설치되어 있는 난간은 땅끝전망대에서 사망사고를 불러온 난간과 같은 종류로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앉고 있는 재질이다. 따라서 언제든 땅끝전망대와 같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부실한 난간 관리도 문제다. 지금은 보수되었지만 올 여름에 떨어진 난간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금강산 등산로에 방치된 구멍 난 우드 데크를 보면 금강저수지 데크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

    금강저수지 길은 이제 짜증나는 길로 변해가고 있다. 데크길로 들어섰다가 유모차를 어쩌지 못해 쩔쩔매는 아기 엄마, 갑자기 단절된 데크길에서 내려서기 위해 힘들어 하는 노약자, 과속하는 차량이 날리고 간 먼지를 그대로 뒤집어 써야하는 주민들, 데크길 설치 이전에는 흔히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이 경관사업 이후에는 자주 목격되고 있다.

    경관개선사업은 해남군과 사업자를 위한 공사일 뿐 주민을 위한 공사는 아니었다. 지난 11일 오후, 금강곡을 찾은 주민들 대부분은 데크길을 이용하지 않고 기존의 도로를 이용해 걷고 있었다. 평소에 비해 차량의 이동이 적은 이유도 있지만 멀쩡한 도로를 두고 굳이 걷기 불편한 데크길을 이용해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평소에도 목격할 수 있다. 주민들은 평소에도 불편한 데크길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해남군은 2015년 만대산 3봉 오르는 등산로에 나무 발판을 설치했다가 군민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등산로를 이용하는 주민들 대부분이 육두문자를 써가며 해남군을 비판했다. 그들의 주장은 간명했다. 그냥 내버려두지 왜 돈 들여서 등산로를 망가뜨리느냐는 것. 흙을 밟고 걷기 위해 3봉을 찾는 것인데 나무 발판을 설치한 뒤 발과 무릎이 아파 걷기 쉽지 않다고 했다.

    위와 같은 결과를 놓고 볼 때 해남군의 ‘금강저수지 경관개선사업’은 군이 제시하는 주제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임을 알 수 있다. 거액의 예산 들여 군민을 괴롭히는 해남군의 재주는 높이 사지만, 해남군의 사업이라면 무조건 박수치는 얼빠진 군민만 해남에 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차제에는 군민을 현혹하는 사업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 윤승현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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