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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의 대한민국.(35)

  • 작성일 2009-08-05 19:26:12 | 수정일 2009-08-28 07: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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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애들은 도대체 다 어디 있는 거야?”

    “식구들이 모두 수배가 떨어지는 바람에 근처 폐교에 임시로 묶고 있습니다요. 현제 타 지방에 있는 동생들까지 모두 연락 취해 놓았으니 곧 도착 할 거 같습니다요.”

    “젠장. 오 사장 그 새끼 멱아지를 확 그어 버렸어야 하는 건데.”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오른 석천이 재떨이를 있는 힘껏 집어 던졌다. 사내는 재떨이가 자신에게 던져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벽에 헤딩을 한 재떨이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사내가 재빨리 떨어진 재떨이와 담뱃재를 치우기 시작했다.

    사내가 방을 치우든지 말든지 석천의 질문은 계속됐다.

    “그쪽 새끼들 족보 파악됐어? 대가리 숫자는?”

    방을 정신없이 닦아내던 사내가 말했다.

    “어디 놈들인지는 아직 모르고 말입니다요. 숫자는 저희와 전쟁 할 때보다 더 많아졌습니다요. 아마 더 올라 온 것 같습니다요.”

    사내의 말에 부야가 다시 치밀어 오른 석천이 탁자를 주먹으로 힘껏 내리 쳤다. 사내는 재빨리 재떨이를 탁자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하지만 석천의 담뱃재는 재떨이가 아닌 방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마지막 한 모금을 들이마신 석천이 불이 꺼지지 않은 꽁초를 손안에 쥐었다. 살 익는 냄새가 살짝 풍겨져 나왔다. 고통은 얼굴에 그대로 나타났다.

    “그래. 한 번 끝까지 가보자. 이대로 끝낼 수야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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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영아 내가 잘 한 건가?”

    한참 러닝머신 위를 내달리던 천이 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내려왔다. 아영이 러닝머신 위를 내달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야?”

    천이 아영의 러닝머신에 기대며 말했다.

    “그냥. 연수누나 말이야. 과거도 깨끗하게 정리 못하고 그렇게 보낸 것이 계속 걸리네. 궁금한 게 많았는데.”

    아영이 동작을 멈추며 옆에 놓인 물병을 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신경질 적으로 러닝머신위에 걸려있던 수건을 낚아 채 땀을 닦았다.

    “뭐가 문제인데?”

    톡 쏘는 아영의 말에 천이 힘없이 대답했다.

    “그냥. 막상 그렇게 보내고 나니 미안해서. 그리고 이런 나의 감정이라면 과거의 이야기가 터져 나와도 괜찮을 거란 생각을 했었어. 그런데 누나는 아직도 기억하기도, 내게 말해주기도 싫은가봐.”

    둘은 자연스럽게 시끄러운 헬스장을 빠져나와 복도에 놓인 벤츠로 향했다. 천의 말이 이어졌다.

    “솔직히 처음부터 누나에게 원망은 없었어. 그냥 단지 사실을 알고 싶었을 뿐이었지. 그런데 아무런 핑계도, 변명도 하지 않는 누나에게 화가 났었던 거야. 그런 나의 화가 누나는 원망으로 느껴졌었나 봐.”

    천이 아영의 물병을 빼앗아 얼굴에 물을 뿌렸다. 과거의 괴로움을 식혀내고 싶었다. 아영이 수건으로 울상이 된 그의 얼굴을 닦아주며 말했다.

    “이젠 잊힌 건가? 세인언니?”

    천의 대답이 없다. 애가 탄 아영이 다시 되물었다.

    “이젠, 다 지워진 거니? 이젠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은 거야?”

    잠깐의 망설임. 천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아영에겐 너무나 오랜 침묵과 같이 느껴졌다. 아영의 입이 바짝 말랐다.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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