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대한민국.(34)

  • 작성일 2009-08-05 19:25:40 | 수정일 2009-08-28 07: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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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순수익에서 3할 가져갈게. 그 정도면 괜찮은 장사일거야. 보통 그 정도로 츄라이 많이 보지 않나?”

    “...........”

    천이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연수는 할 말이 끝나자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서로에게 너무나 불편한 침묵이 이어졌다. 그녀의 담배가 거의 타들어 가자 천이 입을 열었다.

    “누나, 그때 일말이야.”

    어렵사리 꺼낸 말이었다. 정말 그에겐 용기를 뛰어 넘는 무언가가 필요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연수는 가차 없이 그의 말을 잘라 먹었다.

    “그 애기는 꺼내지마. 더 이상 할 이야기도 없을뿐더러 입에 오르는 거 너무나 싫으니까. 지금 너와 난 일 때문에 만난거야. 옛 일을 회상하며 술 한 잔 하려고 만난 게 아니야.”


    “어? 산채 비빔밥이네?”

    범휘와 함께 온 곳은 조용한 통나무집으로 된 식당이었다. 산채비빔밥이 유명한 곳인지 입구에 크게 걸려있는 현수막에는 온통 산채 비빔밥 메뉴와 설명이 가득했다.

    “예. 누님이 육류 별로 좋아하시지 않으시잖아요. 예전에 누님 하고 어렸을 때 비빔밥을 같이 먹은 적이 있었는데 누님 참 잘 드시더라고요.”

    “그랬던가? 별걸 다 기억하네. 맛있겠다. 들어가자.”

    “하하 예.”

    연수가 앞장서서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잡자마자 범휘가 종업원을 불러 특식으로 준비된 비빔밥을 주문한다. 종업원이 주방으로 향하자 그는 서둘러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누님. 언제까지 여기 계실 거예요?”

    “이 동네 돈 내가 다 쓸어 모을 때 까지.”

    연수의 말에 범휘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역시 누님이십니다. 누님 장사하시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제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곳 잔당들도 벌써 처리 했습니다. 이미 녀석들 수배 떨어져서 도망 다니고 있을 겁니다.”

    “호호! 그래? 그럼 정말 돈만 긁어모으면 되는 건가?”

    “그렇죠. 누님은 아무 생각하지 마시고 돈만 열심히 버세요. 어서 돈 버셔서 결혼도 하셔야죠.”

    호들갑 떨며 말을 하던 범휘가 갑자기 안절부절 못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물 컵의 물을 비워내고 다시 물을 가득 따라 마셨다. 당황하는 그의 모습을 연수가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결혼? 그거, 나한테도 올 수 있는 행복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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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도로에 위치한 모텔. 불륜들을 위한 공간인 듯 주차된 차의 번호판이 천으로 모두 가려져있다. 이른 평일 오후인데도, 주차장에 빈공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검정색 승용차가 굉음을 내며 주차장이 아닌 모텔 입구에 요란하게 정지하였다. 차안에서 내린 사내는 시동도 끄지 않고 급하게 모텔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엘리베이터가 카운터 옆에 있었지만, 계단을 이용해 한걸음에 올라갔다. 3층에 도착하자 숨을 한번 고른 뒤 몇 걸음을 더 걸어가 조용히 노크를 한다.

    “들어와!”

    걸걸한 사내의 음성이 들려왔다. 사내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커튼으로 빛을 가린 방안은 어두웠다. 사내는 신발도 벗기 전에 90도로 인사를 했다.

    “어떻게 됐어?”

    안에 있던 사내는 며칠 전 범휘에게 호되게 당했던 석천이었다. 얼굴은 그때 보다 더욱 퉁퉁 부어 올라있었다. 그리고 멍 자국이 군데군데 시퍼렇게 올라와 있었다. 딱지가 진 상처도 있었고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도 있었다. 아물지 않은 상처는 고름이 터져 나오는 곳이 군데군데 보였다. 입 안쪽으로는 앞니가 없이 잇몸만 있을 뿐이었다. 안으로 들어온 사내는 침대에 앉아있는 석천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너무 가깝지 않은 거리를 두고 조용히 말했다.

    “다른 식구들은 이번 일에 개입을 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요.”

    “그래? 개새끼들, 완전히 이쪽까지 손쓰고 넘어온 거 같은데? 오 사장 연관 돼 있지?”

    침대에서 일어나 의자에 앉은 석천이 담배를 물었다. 사내가 재빨리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예. 오 사장이 뒤에서 조종 한 것 같습니다요. 현제 저희 쪽 식구들만 수배가 떨어져 있습니다요.”

    담배를 깊이 빨아들인 석천은 온몸에 고통이 느껴지자 얼굴을 심하게 구겼다. 그리고 짜증과 답답함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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