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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의 대한민국.(32)

  • 작성일 2009-07-31 12:38:58 | 수정일 2009-08-12 21:14:47
  • “그나저나 여기 돈 줄들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알아본 거야?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일을 정리해서 조금 놀랐다고.”

    켜 놓은 TV는 볼 생각도 하지 않고, 시선은 계속 창석을 따라다녔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창석이 방에 짐을 정리하며 말했다.

    “여기에서 좋은 정보 꾼들을 만났습니다. 아주 확실한 녀석들이더라고요.”

    “그래? 운이 좋았구먼. 그런데 바지도 좀 있어야 할 거 같은데?”

    “바지요?”

    창석은 짐 정리가 대충 끝나자 냉장고로 달려가 시원한 냉수를 찾았다. 장 사장이 다가왔다. 그의 손에 쥐어진 컵을 빼앗았다. 물을 벌컥 들이켠 장 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얼굴 팔리면서 그 많은 카드를 다 긁을 수 없잖아. 여기는 동네가 좁아서 소문도 빨리 돈다고, 그럼 덜미 잡히기 마련이지. 일단 사람이 좀 많이 필요 할 거 같아. 서울에서 모집을 해야 하나?”

    이야기를 들은 창석의 입가에 미소가 돌았다. 장 사장의 손에 들려있는 컵을 다시 빼앗아 물을 가득 따랐다. 한 번에 물을 비워낸 그가 말했다.

    “걱정 마세요. 바로 구할 수 있을 겁니다. 한 30명이면 되겠죠?”

    “30명? 바로 구할 수 있는 거야?”

    “당연하죠. 일단 식사나 하시죠. 배고프시다면 서요.”

    @@@@@@@@@@@@@@@@@@@@@@@@@@@@@@@@@@@@@@@@@@

    “이 새끼들아! 이게 청소 한 거라고 해놓은 거야? 다시 해!”

    깔끔한 정장 차림의 범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산속에 덩그러니 있는 조용한 오피스텔인지라 소리는 밖에까지 크게 퍼져나갔다. 건물 안의 창문들은 모두 열려있다. 그 안에 파스와 반창고를 붙인 수십 명의 사내들이 청소에 열심이다. 호스를 들고 계단을 청소하는 사내들이 맨 처음 눈에 띄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사내들은 둔탁한 연장 대신 청소도구들을 가지고 열심히 각자의 구역을 청소하고 있었다. 범휘의 고함 소리에 한가하게 잡담을 나누던 사내들은 다시 청소도구를 서둘러 잡았다.

    “곧 있으면 도착하니까 빨리들 서둘러!”

    힘 있는 범휘의 목소리가 다시 건물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의 시선에 들어온 사내들은 하나같이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한참 고함을 내지르며 청소를 지휘하던 그의 휴대전화에 문자를 알리는 벨소리가 울렸다.

    (형님, 지금 모시고 가고 있습니다요. 20분 뒤면 도착 합니다요.)

    문자를 확인한 범휘는 더욱 말이 많아졌다.

    “아우, 이리 좀 와봐.”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는 한 사내를 불러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는 햇볕에 소독을 하고 있는 이불들이 즐비하게 널려있었다.

    “저기 있는 이불가방 가지고 따라와.”

    사내는 이리저리 널어져 있는 이불들과 다르게 한쪽에 미리 준비해둔 이불가방을 가지고 범휘의 뒤를 따랐다. 범휘는 자신이 직접 청소한 2층 원룸으로 들어갔다.

    “이리 주고 나가봐. 빨리 청소 끝내. 곧 도착한다니까.”

    사내는 현관에 들어와 보지도 못하고 이불을 범휘에게 건넸다. 안은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새 가구 냄새가 물씬 풍겨져 나왔다. 가구라고 해봤자 침대와 화장대, TV와 옷장이 전부였다. 하지만 가구의 배치는 방과 잘 어우러져 있었다. 열려있는 창문 사이로 산속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범휘는 서둘러 침대에 이불을 깔고 다시 한 번 주위를 살피며 부족한 부분을 찾고 있었다. 그 때 주차장에서 클락션 소리가 들려왔다.

    범휘는 소리가 귀를 타고 들어오는 동시에 재빨리 주차장으로 뛰쳐나갔다. 누구인지 확인할 여유조차, 신발을 제대로 신을 시간조차 아까웠다.

    범휘의 예상대로 주차장에는 분당에서 온 대형 버스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 화색이 돌았다.

    어찌나 빨리 나왔는지 범휘가 버스 앞에 도착해서야 문이 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가씨들이 큰 가방을 하나씩 챙겨 우르르 몰려 나왔다. 마지막으로 연수가 운전기사에게 수고했다는 인사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타이트한 청바지에 부추를 신은 그녀가 가방을 가지고 내려오자 땅에 발이 닿기도 전에 범휘가 가방을 받아들었다.

    “오랜만입니다. 누님.”

    “그래. 몇 주 사이에 더 멋있어 졌는걸.”

    범휘의 옷차림에 대한 칭찬이었다. 그녀의 말에 쑥스러운지 그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하하. 고맙습니다. 누님! 일단 누님이 계실 곳은 청소 다 끝내 놨으니 한 번 올라가서 보시죠.”

    범휘가 앞장서서 조금 전 자신이 나온 방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가구들 대충 제가 골라봤어요.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일단 여기 기존에 있던 옵션들 다 빼고 새것으로 교체했습니다. 아무래도 여러 사람이 쓰던 물건들은 좀 찜찜하실 거 같아서요.”

    “그럴 필요 없는데. 굉장히 깔끔하네. 도배도 새로 한 거야?”

    연수는 주위를 둘러보며 침대에 앉았다. 침대 포의 감촉이 부드럽고 좋았다. 범휘의 배려가 쉽게 그녀에게 전해졌다.

    “예. 새로 싹 바꿨어요. 아직 환기를 더 시켜야 하니까 창문은 그대로 열어 놓으세요. 보일러는 세게 틀어 놓았으니까요.”

    “너무 세심할 걸? 고마워.”

    ‘고마워’ 이 한마디를 위해 범휘는 며칠 동안 꽤나 고생해야 했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자신의 만족감.

    ‘다른 사람의 냄새가 나는 방에 그녀가 지내는 것이 너무나 싫다. 집을 새로 지어 주고 싶지만 별수 없지.’

    며칠 전 연수가 실장으로 온다는 이야기에 부랴부랴 준비를 해야 했다. 덕분에 사내들은 두 번이나 청소를 하게 되었다. 전쟁으로 인하여 몸이 많이 상한 사내들에게 차라리 인력을 부르자 이야기했던 처음과는 너무나 달라진 모습이었다. 대충 청소를 하고 쉬고 있던 사내들은 범휘의 재촉에 다시 힘겹게 일어나야했다. 첫 대청소를 할 때 동생들을 걱정하던 모습은 온데간대 없었다.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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