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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의 대한민국.(27)

  • 작성일 2009-07-24 11:47:30 | 수정일 2009-08-09 18: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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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 필요 없을 거 같네. 저기 사람들 나오잖아.”

    아영이 나오는 사람들을 응시하고 있는 동안 천이 주머니에서 곱게 접어놓은 두꺼운 종이를 꺼냈다. 아영은 종이를 보자마자 폭소를 터트렸다. 인천항에서 처음으로 보인 웃음이었다.

    “하하! 뭐야? 대찬인생? 너 한자로 대찬인생이라고 쓴 거 맞지?”

    아영의 웃음에 이번엔 천의 입이 삐죽 나왔다.

    “그래. 뭐가 그렇게 웃겨? 지금 오는 아가씨들 다 이런 생각으로 오는 거 아니겠어?”

    “하하 그래. 맞는 말이다. 야. 그런데 컬리티가 좀 떨어지긴 해.”

    웃음이 터진 아영은 배꼽을 부여잡았다. 너무 웃어 눈물까지 나오려 했다. 그런 아영의 팔을 천이 흔들며 말했다.

    “오! 아영양? 어때? 사이즈 죽이지?”

    늘씬한 7명의 아가씨가 천과 아영 곁으로 다가왔다. 천이 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빠지진 않네. 그만가자.”

    야릇하게 아가씨들을 바라보는 천의 시선에 아영이 웃음을 걷어내고 먼저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는 손과 발을 사용하여 아가씨들과 대화를 이어가며 뒤를 따랐다.

    조수석에 앉은 아영이 올라타는 아가씨들을 힐끗 돌아보았다.

    “야! 저것들 옷부터 사줘야 할 거 같다. 저런 차림으로 일 시킬 거야?”

    그녀의 말에 천이 아가씨들의 몸을 다시 한 번 감상한다. 모두가 한결같이 타이트한 청바지에 하얀 목 폴라, 아니면 검은색 목 폴라를 입고 있었다. 겉에 걸친 코트들은 이미 한국에서는 입지 않는 유행이 지난 것들이었다.

    “그러게. 일단 타이트한 옷들로 좀 구매를 해야겠어. 그래도 한족이라 몸매 하나는 진짜 죽이네.”

    아영의 주먹이 천이의 머리로 날아왔다. 하지만 주먹이 닿는 느낌은 아주 가벼웠다.

    “너 그러다가 동태눈깔 되겠다.”

    “하하 시력만 좋으면 되지. 무슨 걱정이야? 그나저나 말이 안 통하니 이거 사람 죽겠네.”

    “그러게 말이야. 뭐, 손짓 발짓이라도 해서 가르쳐야지.”

    "그래. 그렇게라도 해줘. 이왕이면 정선 실장으로 함께 넘어가도 상관없고. “

    넌지시 아영에게 운을 띄웠다.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천이를 바라보았다. 어김없이 잔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이젠, 거기까지 가라고 하는 거야? 장난하니? 그런 따분한 곳을 가있게? 됐어. 절대 안가. 다른 사람 알아봐.”

    아영의 따가운 시선을 피한 채 천이가 뒤통수를 심하게 긁어댔다. 그녀의 단호함에 답답함과 짜증이 밀려왔다.

    “아! 어떡하지? 관리해줄 실장을 아직 못 구했는데.”

    아영은 그런 그의 모습에 부야가 치밀어 올랐다.

    “넌 실장도 알아보지 않고 무슨 일을 이렇게 저질러?”

    “난 네가 이야기 하면 갈 줄 알았지.”

    “미친. 내가 거길 왜 가? 여기서도 잘 먹고 잘 사는데. 그런 촌구석가서 세월아 내월아 있을 생각 절대로 없어. 더 이상 애기 꺼내지마.”

    “그럼 어떡하지?”

    난감해 하는 천과, 머리에 뿔이 난 아영.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뒤에 앉아 있던 아가씨들은 알아듣지는 못해도 짜증석인 목소리들이 오고가자 그들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천천히 움직이는 와이퍼 소리가 수십 번도 더 들려왔을 찰나, 먼 산을 응시하던 아영이 천을 빤히 바라보았다.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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