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대한민국.(22)

  • 작성일 2009-07-08 21:32:04 | 수정일 2009-07-26 08:49:11
  • 창석이 꽤 무게 있게 이야기했다. 표정관리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약간 고개를 숙이고 무표정한 모습으로 사내를 올려 보았다. 하지만 사내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두당 백만 원 주쇼. 그럼 알려드릴 테니까.”

    순간 창석은 딱딱하다 못해 당황하는 표정을 사내에게 비추고 말았다. 그의 얼굴을 빠르게 읽어낸 사내가 나머지 입 꼬리마저 올리며 완벽한 승자의 웃음을 보였다.

    창석은 후회가 밀려오고 있었다. 놀음을 하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 어느 마귀보다 무섭다는 놀음쟁이가 아니던가. 사기꾼보다 더 독하다는 놀음쟁이들.

    사내에게 지금 이 흥정은 놀음과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창석은 한걸음 물러서며 다시 페이스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는 안되겠습니다. 실례 많았습니다.”

    아까와는 다르게 부드럽고 정중하게 말 하고 돌아섰다. 하지만 사내의 음성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이미 내가 알아버린 이상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해봤자 별 소득도 없을 거요. 내가 이래봬도 여기서 3년을 굴러먹었거든. 여기선 내 짠 밥이 최고지. 다른 놈들도 내가 이야기면 끔뻑 죽는 다우.”

    사내의 거만한 말투에 창석의 걸음이 멈춰졌다. 사내는 세면대로 다가가 손을 씻으며 거울로 창석을 바라보았다. 사내의 눈이 자신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이마에 진땀이 조금씩 맺혀갔다.

    “두당 30장 합시다.”

    “하하 장난하시나.”

    씻어낸 손을 창석의 옷에 닦아내며 말했다.

    “저도 그 이상은 안되겠습니다.”

    사내의 행동에 화가 난 창석의 미련을 두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 방법 말고도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나을 거라 판단했다. 그러나 사내의 손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두당 50합시다. 그 이하는 나도 힘들어요.”

    능구렁이 같은 웃음에 창석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자신의 어깨를 잡은 사내의 손을 신경질 적으로 쳐 내렸다. 자존심이 상한 창석이 그의 얼굴을 가까이 마주하고는 똑바로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하죠. 대신 현찰 5억 원 이상 보유한 사람들과 적어도 1억 원 이상 보유한 사람들로 10명. 총 금액은 30억 정도 되어야 합니다. 어차피 이 바닥 잘 아실 텐데 장난 질 하시면 어떻게 되시는지 아시죠?”

    사내가 바로 대꾸했다.

    “걱정 마쇼. 놀음쟁이들은 절대 룰은 벗어나지 않으니까. 그리고 난 어디 갈 데도 없는 놈이니 쓸데없는 불안감은 가지지 않아도 돼. 일단 5억 원 이상 세 명, 3억 이상 3명, 2억 원 이상 5명이면 충분하지 안수? 빨리 메모지나 가지고 오슈, 마음 바뀌기 전에. 원칙대로 한다면 금액 보유에 따라 보수도 다르게 받아야 하지만 특별히 손해보고 알려주는 거니까 빨리 가져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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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야?”

    천이 운전을 하던 중 연결된 휴대전화에 대고 다짜고짜 물었다. 밖은 이미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부슬부슬 비가 오기 시작한 도로는 가로등이 켜지자 아스팔트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빛을 반사시켰다. 차들이 막히는 가운데 차는 천천히 이동 중이다.

    “운동 중이야. 어쩐 일이야? 나한테 먼저 전화를 다하고.”

    건너에서 들려오는 아영의 숨이 거칠었다. 운동 중이라는 이야기에 천의 차가방향을 바꿨다.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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