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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의 대한민국.(21)

  • 작성일 2009-07-08 10:41:24 | 수정일 2009-07-26 08:48:15
  • 4. 시작.

    “이번 일 잘 처리하고 자 받아.”

    일주일 전 범휘가 사내들에게 화를 냈던 컨테이너 박스.

    오후가 되었는데도 날씨가 꽤 쌀쌀하다. 범휘가 손을 비벼대며 난로를 켰다. 난로가 점화되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휘발유 냄새가 확 퍼져 나갔다.

    천이 범휘에게 큼직한 서류 봉투를 건넸다. 서류를 받아든 범휘가 자연스럽게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통장과 함께 몇 장의 서류가 들어 있었다.

    “정선에서 들어 갈 자금 넉넉하게 통장에 넣어 놨어. 숙소는 거기 적힌 주소야. 산속에 위치해서 조용하고 아가씨들 관리 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거야. 건물은 통째로 빌려 놓았으니까 알아서들 쓰고.”

    일주일 내내 범휘의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통보와 함께 천이 모든 사업을 일방적으로 정리했기 때문이었다.

    “거기 적힌 조직이 지금 정선에서 버티고 안 나가고 있는 거 같아. 오늘 중으로 넘어가서 정리해. 우리에게 상호협조라는 것은 없어. 어차피 서울에 조그마한 조직 같아. 계보가 허접해. 그래도 불안하면 알아서 판단해서 타 조직 호남 식구들 (전북과 전남의 건달들은 다른 지역에서 활동을 하게 되면 조직에 상관없이 호남식구라 해서 하나도 뭉쳐지게 된다. 그래서 다른 기존 그 지역 건달들 보다 규모가 커지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좀 데려가든지.”

    범휘는 세심하게 서류를 확인하였다. 천의 계획이 오래 전부터 계획 되었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자세한 조직의 계보와 함께 그들의 인원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는 서류는 하루 이틀 사이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니었다.

    “형님. 저희 조직 식구들만으로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요.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요.”

    “그래. 일단 형은 아가씨 츄라이 보러 가야 되니까 정리 되면 바로 연락해.”

    “실장은 누구로 보내시려고 하십니까?”

    “형이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먼저 일어난다.”

    범휘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천이 걸음을 재촉하였다. 문이 닫히자 범휘가 의에 털썩 주저앉았다.

    ‘젠장. 당분간 꽤나 답답하겠군. 실장으로 그녀가 왔으면 얼마나 좋을까?’

    범휘는 상상만으로도 쑥스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핸드폰을 꺼내어 통화 버튼을 누르는 순간 눈매가 날카롭게 변했다.

    “연장 챙겨. 봉고차 대기시키고. 오늘 정선으로 간다.”

    @@@@@@@@@@@@@@@@@@@@@@@@@@@@@@@@@@@@@@@@@@

    찜질방 넓은 공간에 군데군데 무리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오후가 되었는데도 사람들은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창석은 이곳을 3일째 찾고 있다.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이 눈에 뜨이는 찜질방은 처음이다. 이곳 남자들은 여자들 보다 더 많은 수다를 즐긴다. 며칠 째 밖에 나가지 않고 있는 낯익은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창석은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사람들을 관찰한 간략한 메모들을 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는다. 한참 한 쪽 무리의 대화를 엿들은 창석이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1조 무리. 20점.)

    점수가 매겨지자 다시 다른 무리가 있는 곳으로 슬며시 다가갔다. 좀 전과 똑같이 잠시 대화를 엿듣더니 점수를 매겼다.

    (2조 60점.)

    그렇게 일곱 무리의 점수를 매긴 뒤 수첩을 골똘히 쳐다봤다. 찜질방의 시끌벅적한 소리는 창석의 귀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그래! 그래도 이 쪽 무리가 가장 베테랑 같은데? 결정했다.’

    창석은 벌떡 일어나 찜질방 중간에 자리 잡고 있는 무리 곁으로 다가갔다. Tv를 시청하는 척 하며 그들 무리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엿들었다.

    “아! 그 기계에 돈 좀 더 먹이면 될 거 같은 느낌이 팍 오더란 말이야. 그런데 돈이 다 떨어져 버린 거야. 재빨리 수표 한 장 바꾸러 갔는데 어느새 다른 새끼가 앉아 있더라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기서 터졌다는 거 아니야. 젠장 할.”

    한참 열변을 토해내는 사내에게 창석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그래 저 새끼야.’

    창석은 사내의 이야기가 끝날 때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의 물오른 이야기는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10분 20분. 드디어 사내가 일어나 화장실을 찾았다. 창석은 재빨리 일어나 그의 뒤를 따라갔다.

    창석이 화장실에 들어가자 사내는 한 참 시원하게 물을 빼고 있었다. 손을 씻으며 거울로 사내를 지켜보았다. 사내가 볼 일을 다 보고 손도 씻지 않은 채 나가려는 순간, 창석이 그를 붙잡았다. 깡마른 체구에 창석과 비슷한 키의 사내. 광대뼈는 높은 봉우리 마냥 솟아있었다. 쌍꺼풀이 없는 작은 눈은 날카로웠고 머리는 덕지덕지 자라나 노숙자와 같았다.

    “서론은 집어 치우고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 하겠습니다. 백만 원 드리겠습니다. 대신 현찰과 칩을 가장 많이 보유한 전당포 10곳만 말씀해 주십시오.”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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