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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의 대한민국.(16)

  • 작성일 2009-06-25 21:48:25 | 수정일 2009-07-07 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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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진행.


    강원도 정선.

    아직 11월 초이지만, 이곳은 벌써 한겨울이 시작되었다. 얼마 전에 눈이 왔었는지, 군데군데 녹지 않은 하얀 솜들이 논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천은 벌써 30분 째 같은 자리를 헤매고 있다. 아무리 이정표를 찾아보아도 약속한 장소를 가리키는 화살표는 찾을 수 없었다. 슬슬 짜증이 밀려오고 있는 가운데 산길로 들어가는 비포장 도로 옆에 개인이 만든 조그마한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젠장, 뭐야? 초행길인데, 새끼들 징그럽게 매너 없고만.”

    투덜거리며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300미터 가량 지나오자 큼직한 가든이 보였다.

    “참나! 알기 편한 곳에서 보면 얼마나 좋아. 꼭 초반에 되지도 않는 가우 잡는 놈들이 있다니까.”

    오기가 가득 찬 표정은 오랜 운전으로 피곤도 함께 비춰졌다. 하지만 밖에 나와 있는 두 사내를 발견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표정을 싹 걷어냈다.

    대충 차를 세운 천이 서둘러 내렸다.

    “하하!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야!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네요. 매일 같이 전당포만 왔다 갔다 해서 이런 곳은 처음입니다.”

    먼저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며 연신 감탄사를 남발했다.

    “하하! 그래. 먼 길 오느라 수고했는데 이정도의 경치는 보면서 밥을 먹어야 할 게 아닌가.”

    50대 중반의 남자가 악수하며 천의 어깨를 다독였다. 몇 가닥 남지 않은 남자의 머리는 너무도 추워보였다.

    “하하. 이렇게 배려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오 사장님. 배고파 죽겠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밥이라도 좀 먹으면 안 되겠습니까?”

    “그래. 정 실장 같이 젊은 사람이 허기지는 건 당연하지. 일단 들어가지.”

    나와 있던 두 사내가 앞장섰다. 안에 들어서자 소나무 향이 코를 자극했다. 벽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조용한 가야금 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미 차려진 상위의 음식들은 임금님 수라상 못지않게 푸짐했다.

    “이야. 정말 진수성찬이 따로 없습니다. 오 사장님의 인품과 치밀한 성격을 딱 알 수 있겠어요. 정말 좋습니다.”

    천의 입은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 사장은 과한 칭찬이 듣기 좋은지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말했다.

    “그래. 젊은 사람이 이런 곳을 좋아하니 나도 기분이 좋네. 참! 정 실장! 인사부터 하지. 여기는 내가 경찰간부 시절부터 알고 지낸 후배이고, 지금은 이곳 헌병대장으로 있어.”

    소개가 끝나자 천이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왼 팔을 오른팔 팔꿈치에 가져가며 정중하게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정천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귀한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천의 인사가 마음에 들었는지 사내 역시 정중하게 악수를 받았다. 그는 다부진 체격과 어울리지 않는 두꺼운 검정 안경테를 쓰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전 그냥 편하게 주 실장이라 부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오 사장님 통해서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앞 뒤 계산이 참 철저하신 분이시라고요.”

    “하하. 오 사장님께 잘 보이려 노력 많이 했죠.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인사가 끝나자 오 사장의 술잔이 천에게 건네졌다. 재빨리 술잔을 털어내고 다시 오 사장에게 술잔을 들이밀었다.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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