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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의 대한민국.(14)

  • 작성일 2009-06-22 12:58:32 | 수정일 2009-07-03 22:22:36
  • 살짝 웃음을 머금고 계속 통화를 이어 나갔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30분 안으로 가겠습니다.”

    통화가 끝나자 라면은 곧바로 음식물 쓰레기가 되었다.

    ‘어제 이야기 한번 확실히 마무리 지어 볼까? 하하. 유 실장이라. 2년 만이네 그 호칭.’

    (2년 전)

    “이름.”

    “곽창석.”

    “나이.”

    “25살”

    “이봐. 곽창석. 너 이 새끼. 등쳐먹을게 없어서 게임 아이템을 등쳐먹어?”

    새벽시간. 추리닝 바지차림의 창석이 조사를 받으며 서류뭉치로 머리를 얻어맞고 있다.

    깊이 눌러쓴 모자는 창석의 불안한 눈을 충분히 가려주고 있었다. 힘없이 떨어뜨린 머리는 맞을 때마다 심하게 흔들렸다.

    “참. 세상에 이런 사기에 걸려 넘어가는 사람들도 있네? 세상에 별별 사람들이 다 있네 그려.

    경찰은 혀를 끌끌 차면서 늦은 시간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조서를 마무리 한다. 창석의 죄목이 낫낫이 적힌 종이가 프린터를 통해 나왔다.

    “읽어 볼 필요도 없어. 그냥 지장 찍어. 네가 진술한 내용 그대로 이니까.”

    경찰은 창석의 엄지손가락에 인주를 가득 묻혀 이리저리 서류에 지장을 박아 넣었다.

    “어이 김 형사! 이 자식 유치장으로 데려가.”

    묵직한 수갑이 채워지고, 지시를 받은 경찰이 창석을 앞장세워 유치장으로 향했다. 지하의 어두운 철문이 열리자 수갑은 그의 손에서 해방되었다.

    유치장 한 구석에서 졸고 있던 경찰이 귀찮다는 듯 그에게 말했다.

    “저기서 목포 두 장, 베게 하나 가지고 나오세요. 주머니에서 나온 소지품은 이 봉투에 넣어서 보관합니다. 몸에 병이 있거나 현제 아픈 곳은 없죠?”

    “없습니다.”

    간단한 이야기가 끝나자 바로 차가운 방안 철창이 열렸다.

    ‘철컥!’

    문이 잠기는 소리와 함께 창석이 창살 쪽으로 몸을 기대어 앉았다.

    “뭐야. 이 시간에.”

    새우잠을 자고 있던 중년의 사내가 창석을 돌아봤다. 얼굴이 잘 보이지 않자, 엉금엉금 기어 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기분 나쁜 웃음을 보이며 유치장 신세를 지고 있는 사람들의 신상을 적어놓은 화이트보드를 바라봤다.

    “뭐야? 사기? 나이도 젊은 놈이네. 이봐, 어떤 사기 친 거야?”

    창석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사내의 눈을 피해 무릎사이로 고개를 박아 넣었다. 사내는 포기하지 않고 쉴 새 없이 말을 걸어왔다.

    “이봐. 내일 영장 실질 심사 받으러 가겠네? 실질 심사 해봤자 바뀌는 건 없어. 무조건 자네 같은 사람들은 구속수사야.”

    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창석의 고개가 절로 남자를 향했다. 사내가 머리를 팔에 괴고 누웠다. 유치장에 있는 사람치고는 너무나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좋은 말로 우리 같은 놈들을 경제사범이라고 하는데 말이야. 그런데 얼마나 해먹었어?”

    “삼…….천 이요.”

    “초범이야?”

    “네.”

    이리저리 자신의 죄에 대한 대가가 궁금해진 창석이 입을 열었다. 사내는 3천이라는 이야기에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하. 뭐야? 3천 가지고 들어온 거야? 초범 기회를 날리는 것에 비하면 너무 작은 액수인데?”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자 책상에서 졸고 있던 경찰이 사내에게 주의를 주었다.

    “이봐요. 조용히 좀 하세요. 지금 사람들 다 자고 있는 거 안보입니까? 어서 자리에 누워요.”

    경찰의 이야기에 사내는 곧바로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데굴데굴 굴러 창석에게 다가왔다.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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