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대한민국.(12)

  • 작성일 2009-06-22 12:57:18 | 수정일 2009-07-03 22:22:09
  • 그녀에게서 두려워하는 기색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하하 내가 미쳤냐? 너 같은 빠순희에게 돈 퍼 주게? 나 징역 무서워하는 사람 아니야. 징역 무서웠으면 건달 짓거리 하지도 않았어. 걸레 같은 년아!”

    감정을 억제 못한 천의 주먹이 그녀에게 향하려 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고 아영은 고개를 돌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만!”

    주먹이 그녀의 얼굴을 강타하려는 찰나, 모든 상황을 정지시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게 안에 있던 모두가 목소리가 들린 문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천과 그녀를 무섭게 쳐다보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연수였다.

    천이 무안한 표정으로 연수와 그녀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멱살을 쥔 손을 풀었다. 두 사람에게 연수가 다가왔다.

    “지금 뭐하는 거야? 세인이 네가 대답해봐.”

    이야기는 그녀에게 했지만 두 눈은 천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술 한 잔 하면서 언니 기다리는데 저 새끼가 빠순희들이 시끄럽게 한다고 쏘아보잖아. 술집에 와서 아무 말 하지 말고 술만 먹고 가라는 개소리가 어디 있어?”

    그녀는 지원군이 왔다는 것에 어깨가 든든해 졌는지, 가슴을 쫙 펴고 이야기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수보다 천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천이, 네가 이야기해봐.”

    연수의 말에 이번엔 그녀의 표정이 석고 팩을 한 사람처럼 차갑게 굳었다.

    “언니, 아는 사람이야?”

    “언니 동생이야. 천이 왜 대답을 못해? 지금 누나 새끼 대리고 뭐하는 짓이야?”

    천은 머리를 극적이며 연수의 눈을 피해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동생이라는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는지 연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누나 새끼인지 몰랐어. 정말이야. 정말 몰랐어.”

    어렵사리 꺼낸 대답이 연수에겐 성에차지 않았는지 더욱 차가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둘 다 앉아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천이 의자를 가져다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그녀는 앉지 않고 그를 쏘아봤다

    “세인이. 빨리 앉아봐.”

    연수의 언성이 높아지자 천을 쏘아보는 시선을 유지한 채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천의 동생들도 슬그머니 자리에 앉아 세 사람을 응시한다.

    한 잔. 두 잔. 연수가 연거푸 술을 따라 마셨다.

    어색한 침묵. 천의 시선은 바닥을 향했고 연수의 손은 계속 술잔에 가있다. 그녀는 먹잇감이 도망 갈 새라 천을 사납게 노려보고 있으며, 아영만이 이 셋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호호호! 재미있는 걸?”

    한 병을 거의 다 마신 연수가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둘이 이렇게 만날 수 있는 확률이 어떻게 될까? 정말 재미있지 않아?”

    웃으며 말하는 연수의 모습에 긴장이 풀린 천이 소주잔을 털어 내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세인이, 천이, 둘이 사과해. 앞으로 마주칠 일도 많을 텐데 이렇게 으르렁 거리면 서로 보기 좀 그렇잖아. 사과하고 다 털어버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천이 먼저 나섰다.

    “하하. 이럴 땐 남자인 내가 먼저 사과하는 건가?”

    그녀에게 겸연쩍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는 대신 가방을 집어 들었다.

    “언니. 나 먼저 갈게. 내일 가게에서 봐.”

    퉁명스럽게 말하는 그녀를 아무도 잡지 않았다. 그녀가 나가버린 문밖을 천이 멍하니 쳐다보며 말했다.

    “누나. 강자 좀 부리는 아가씨인데?”

    “저 고집 누가 말리겠어. 너랑 많이 닮았어. 호호!”

    “저런 드센 아가씨랑 나랑 닮았다는 거야? 지금?”

    눈을 크게 뜨고 연수를 바라보았다. 질색하는 천과 달리 연수는 촉촉한 웃음을 보였다.

    “호호 그래. 아닌 거 같아?”

    “헤헤 그건 잘 모르겠는데 말이야. 왠지 모르게 자꾸 끌리는 걸? 세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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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태찌게 참 맛있다.”

    “그래? 언니는 속이 더 뒤집혀. 속 아파서 돌아가시겠네.”

    “언니. 천이가 말이야.”

    “응?”

    “천이가. 또 세인언니 이름을 꺼냈어. 또 다시, 세인언니의 이름을 불렀어.”

    “세인이라. 휴~ 또 상처가 터졌네. 그 이름에 또 다시 서로의 상처가 터져버렸네.”

    (2년 전)

    (딩동)

    연수의 집.

    벨소리가 울리자 안절부절 온 방안을 휘젓고 다니던 연수가 현관으로 뛰쳐나갔다.

    “누구세요?”

    “언니 나야.”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주인공은 세인이었다. 황급히 문을 열자마자 그녀가 쓰러지듯 들어왔다. 연수는 그녀를 부축하고 소파에 조심스럽게 앉혔다.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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