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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의 대한민국.(11)

  • 작성일 2009-06-22 12:56:37 | 수정일 2009-06-22 12:56:37
  • “병신! 뭐가 그렇게 보고 싶은데? 뭐가 그렇게 생각나는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그리운 건데!”

    그녀는 활활 타오르는 가슴을 식히려 남아있던 술잔을 모두 들이켰다.

    “야! 정천! 네가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할 건데? 생각나는데 어떻게 할 건데? 그리운데 어떻게 할 건데? 도대체 뭐가 달라지냐고! 네가 이렇게 진상 떤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도대체 뭐냐고!”

    술은 오히려 아영의 가슴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잠시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은 채 조용한 정적이 이어졌다. 그 가운데 그녀는 고개를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며 술이 남아있는 잔을 찾기 바빴다. 모든 술잔이 비워진 것을 안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휴~ 야 술 맛 떨어졌다. 그만가라. 나 다른 테이블 들어가서 매상 좀 올려야 되니까.”

    비틀거리며 아영이 자리를 빠져나갔다. 몸이 제멋대로 이리저리 휘청거렸다. 두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져 내릴 것처럼 가득 눈물을 담고 있었다.

    ‘젠장. 그녀이야기 지겹다. 정말 지겨워. 처음으로 내가 먼저 뒤돌아서 본다.’

    “헤헤 언니! 오래 기다렸지?”

    추리닝 차림에 모자를 푹 눌러쓴 아영이 연수의 차에 오르며 애교석인 목소리를 냈다. 출근 복장과 너무도 다른 옷차림은 그녀의 발랄한 귀여움을 한층 더해주고 있었다.

    아영과 비슷한 옷차림의 연수가 그녀를 째려보며 가볍게 꿀밤을 때렸다. 복장은 비슷했지만 연수에게서는 남성을 자극하는 섹시함이 물씬 풍겨져 나오고 있었다.

    “이것아! 밥 먹자고 먼저 이야기 한 게 누군데 이렇게 늦어?”

    “헤헤 미안. 대신 내가 오늘 쏜다! 넷츠고!”

    그녀가 손을 앞으로 뻗으며 명랑하게 말했다. 그 모습에 연수가 가볍게 입 꼬리를 올리며 출발했다.

    “뭐 먹을 건데? 언니 오늘 속이 너무 아파서 매운 건별로야.”

    “우리 동태찌개 먹자.”

    아영이 조금 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창밖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언니 매운 거 못 먹겠다니까.”

    어느덧 아영의 얼굴은 우울한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그냥. 오늘은 동태찌게 먹자. 세인언니 생각도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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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젠장. 머리통 깨져 버릴 거 같네.”

    천이가 일어나자마자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움을 호소했다. 급하게 주전자를 찾았지만, 밤새 갈증을 해결해준 주전자는 텅텅 비어있었다. 그런 은인을 내팽개쳐버리고 힘겹게 일어나 냉장고로 향했다. 문을 열자 생수들이 정확한 줄을 맞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혀가 딱딱하게 굳을 정도의 갈증이 손의 행동을 빛보다 빠르게 만들었다.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그의 목은 숨 한 번 제대로 쉬지 않고 단숨에 한통을 다 비워냈다.

    “키우!”

    목마름이 해결되자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머리의 두통까지 깨끗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며 스탠드 옆에 놓인 최신기종의 휴대전화를 확인하였다.

    ‘어제 화가 많이 났나본데? 전화 한통 없는걸 보니.’

    이불을 꼭 껴안고 어제의 일을 후회했다.

    ‘하긴 우리가 기억하지 말아야 할 사람의 이야기를 꺼내었으니. 왜 또 꺼냈을까? 바보같이.’

    (3년 전)

    지글지글 고기가 익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저마다 목청을 높이며 소주잔을 기울고 있다. 시끌벅적한 고기 집은 단 사람의 목소리로 조용해 졌다.

    “시발. 빠순희 주제에 지금 해보자는 거야?”

    “야! 이 새끼야. 내가 빠순희면 넌 동네 양아치냐?”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천이였다. 그와 다투는 사람은 여자였다. 큰 키에 볼륨감 있는 몸매를 한껏 뽐내는 타이트한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에 천이 겉옷을 벗어던졌다.

    “이런 걸레 같은 년이.”

    성큼성큼 다가가며 욕을 퍼붓자, 그녀의 손이 물 컵을 찾아 그의 얼굴에 물을 뿌렸다.

    심각하게 굳어버린 천의 얼굴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남을 만큼 강한 살기가 뿜어냈다. 그녀와 동석 하고 있던 아영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

    “언니 그만하세요.”

    “놔!”

    하지만 천이 만큼이나 그녀도 강한 독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걸레 같은 년이 돌았나!”

    천이 맨손으로 얼굴을 닦아냈다. 그리고 빠르게 그녀의 멱살을 잡고 강하게 비틀었다.

    “그래 쳐라! 오늘 한번 개 값이나 벌어보자!”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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