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대한민국.(7)

  • 작성일 2009-06-08 20:12:56 | 수정일 2009-06-22 17:22:23
  • 이내 술이 들어오고 서로 술잔이 바쁘게 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영이 너 여기에 죽치고 있어도 되는 거야? 예약 손님 없어?”

    “오늘 예약 모두 캔슬났어. 넌 이렇게 술 마셔도 돼?”

    “전화 오면 동생들에게 대신 아가씨들 데리러 가라고 하면 되니까.”

    “아무튼, 분당 바닥 돈은 모두 네가 쓸어 간다니까.”

    “하하 누가 할 소리.”

    한 잔, 두 잔. 술잔이 비워 질수록 더욱 자극적인 이야기 들이 오고갔다.

    아가씨들의 2차 이야기부터 일반적인 남녀가 만났다면 할 수 없는 변태적인 섹스이야기 까지. 그들에게는 마치 최고로 재미있는 이야기인양 서로의 이야기에 배꼽을 잡고 있었다.

    “호호. 그래서 우리 아가씨 100만원 팁 받으려고 손님이 준 교복 입고 살색 스타킹 신고는 별 짓거리 다했다는 거 아니야.”

    “아영이 네 새끼야?”

    “그렇다니까. 스타킹 찢고 싶다는 거 찢게 놔두고 강간하는 것같이 하고 싶다고 해서 반항도하고 욕하고 할퀴고 했다는데.”

    “하하 뭐야. 그걸 다 해줬다고?”

    “그래! 그래 놓고는 손님이 지 볼일 다 보고 나니까 별로 재미없다고 50만원만 주더래. 그래서 그것만 들고 나오려다가 손님이 샤워하는 동안 지갑에서 20만원 더 뺐다네.”

    “이야! 강자 제대로인데?”

    “더 웃긴 건 뭔 줄 알아? 손님이 볼일 본 콘돔을 가져왔다는 거 아니야.”

    “정말? 왜?”

    “하하 그런 경우 많아. 2차 나갔다가 사정 안했다고 다시 2차비 돌려 달라고 하는 개진상들. 그런데 딱 보니 그런 개 진상인거 같아서 콘돔 가져왔다네.”

    달아오른 분위기는 식을 줄 몰랐다. 처음엔 희석된 양주를 마시다 취기가 돌자 폭탄주를 서로 타주며 분위기를 더 뜨겁게 만들고 있었다.

    서로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가운데, 천의 혀 꼬인 말투가 찬물을 끼얹었다.

    “이야. 얼마만이야? 이렇게 취해 본지가. 세인이 있을 때 이렇게 마셔보고 처음인 것 같다.”

    여전히 낄낄거리는 천과는 달리 아영은 익살스럽던 표정을 순식간에 걷어냈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표정으로 반쯤 남은 폭탄주를 단숨에 들이 켰다.

    “오랜만에 들어 보네. 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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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실장님 계시죠?”

    창석, 정 사장과 함께 룸 안에 들어선 범휘가 웨이터에게 물었다.

    “실장님 지금 손님하고 식사하러 나가셨는데요. 지금 전화해서 손님 기다리신다고 바로 들어오라 애기하겠습니다.”

    잠시 나간 웨이터가 이내 다시 들어왔다.

    “실장님 오 분 안에 도착하신 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 그래요. 그럼 우리 시원한 음료수라도 먼저 좀 내 주세요.”

    다시 웨이터가 나가고 나자 장 사장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뭐야. 박 실장이 추천해서 왔는데 오자마자 기다리는 거야?”

    장 사장의 이야기가 달갑지 않은 범휘가 시선을 다른 곳에 두며 말을 아꼈다.

    “하하 사장님. 박 실장님이 어련히 좋은 곳으로 모셨을 리라고요. 좀 기다리죠.”

    창석이 끼어들었다. 그리고 시원한 음료수를 가져온 웨이터에게 팁을 챙겨주었다.

    “하하. 웨이터, 실장님 오시면 손님들 목이 빠져라 기다린다고 빨리 좀 오시라고 해. 술도 지금 그냥 내오지.”

    가라앉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려 여간 노력하는 것이 아니었다. 커피숍에서 나오면서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았었다.

    창석의 그런 태도에 마음이 조금 풀어졌는지 범휘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똑똑)

    침묵이 견디기 힘들어 질 찰나 노크소리와 함께 연수가 들어왔다.

    “어머? 범휘였네? 죄송합니다. 많이들 기다리셨지요?”

    그녀는 잠시 범휘를 반갑게 맞이하더니 바로 같이 온 사람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급하게 왔는지 두꺼운 겉옷이 걸쳐져있었다.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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