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대한민국.(42)

  • 작성일 2009-08-17 16:43:38 | 수정일 2009-08-28 07:16:49
  • 차안의 공기가 따뜻하게 데워질 때 쯤 마지막 카드를 가지고 나갔던 사내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자! 돈들 모두 주세요!”

    창석이 사내들에게서 돈을 빼앗다 시피 가져갔다. 그리고 한 장 한 장 정확하게 세어 그들에게 수당을 지급했다.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내일도 이렇게 일처리 하시면 됩니다. 출발합니다!”

    차를 출발시키려는데 한 사내가 창석의 몸동작을 정지 시켰다.

    “저희는 여기서 내려주십시오.”

    분명 오늘 받은 돈으로 카지노에 들어갈 심산이었다. 사내의 말에 대다수의 사내들이 동요했다.

    “그러세요. 내일 늦지 않게 나오세요.”

    창석은 그런 그들을 만류하지 않았다. 자신의 손모가지를 걸고서라도 놀음을 하는 이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괜히 언짢은 이야기를 했다가는 반발과 함께 봉변을 당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수의 사내들이 일제히 차에서 내렸다. 차안에 남은 몇몇은 창석과 함께 출발 하였다. 신나게 차의 속도를 높이며 장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오늘 일 끝나고 퇴근하는 길입니다. 어디십니까?”

    “여기도 거의 끝나가. 먼저 숙소에 가있어.”

    “하하. 벌써 그렇게 하고 있지요. 빨리 들어오십시오.”

    “그래. 그렇게 하세.”

    짧은 통화가 끝나고 조수석에 놓인 돈 자루를 살짝 쓰다듬는다.

    ‘이게 내 인생의 마지막 사기극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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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금해.”

    오피스텔 건물 1층 사무실.

    아가씨들이 피곤한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있었다. 연수는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사납게 말하고 책상에 앉아 장부를 펼쳤다. 아가씨들이 한 줄로 길게 줄을 서서 돈을 입금하기 시작했다.

    “뭐야? 넌 왜 이것 밖에 입금 안 시켜? 너 어제 나가서 들어왔잖아? 12시간 아니야?”

    연수가 아가씨를 사납게 올려보았다.

    “제 페이 빼고 입금시켰는데요.”

    아가씨는 지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연수가 장부를 세차게 내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서 이따위 버르장머리 배워왔어? 완납하고 나서 페이 가져 가져가야 하는 거 아니야?”

    사나운 음성과 함께 금방이라도 따귀를 올릴 태세였다. 아가씨는 생각보다 분위기가 살벌해 지자 아무 말도 못하고 뻣뻣하게 서있었다. 그녀가 내팽개쳐진 장부를 들췄다.

    “야! 너 마이킹도 500만원이나 있으면서 지금 나 가지고 노는 거니? 어디서 이따위 장난질이야?”

    화를 참지 못한 연수의 손이 아가씨 얼굴로 날아갔다. 사나운 소리가 사무실을 가득 메웠다. 얼마나 큰 따귀소리였는지 아가씨의 비명이 묻힐 정도였다.

    “야! 마이킹 값을 때까지 십 원 한 장 못 빼주니까 군소리 말고 입금시켜. 너 같이 대가리 굴리는 애들 수천 명 봐왔어. 알아? 어영구영 보지 말란 말이야!”

    연수가 아가씨 손에 쥐어진 지갑을 빼앗다시피 가져갔다. 그리고 안에 들어있던 백 원짜리 하나까지 모두 긁어서 두툼한 자신의 가방에 집어넣었다.

    “다음 사람 입금시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연수가 자리에 앉았다. 얼어붙어 있던 다음 아가씨가 빠르게 지갑을 열어 수표를 꺼냈다. 일사천리로 아가씨들이 척척 입금을 해갔다. 뺨을 맞은 아가씨는 잠시 자리에 서서 연수를 노려보다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입금을 마친 아가씨들이 소파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모두가 장부를 정리 하는 연수를 응시했다.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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