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대한민국.(6)

  • 작성일 2009-06-05 20:06:33 | 수정일 2009-06-22 17:22:50
  • “가스차라 좀 싸지. 그랜저가 3천만 원. 어때? 괜찮지?”

    대답대신 범휘는 휴대전화에서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찾기 시작했다.

    “김 대리님 오랜만입니다. 그랜저 가스차량 시세를 좀 알고 싶어서요. 아! 네. 신차가 3천만 원에 할인혜택 5%가 있다고요?”

    그는 통화 도중 장 사장을 매섭게 노려봤다. 장 사장이 급하게 물을 찾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창석 역시 컵을 찾아 벌컥 들이켰다.

    통화가 끝나자마자 무슨 말을 꺼내려는 범휘의 입을 장 사장이 막았다.

    “하하! 내가 급하게 일을 처리하려다 보니 깜빡하고 말을 못했네. 미안하이.”

    하지만 범휘의 입은 장 사장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장님. 지금 장난하십니까? 지금까지 이렇게 형님과 거래 해 오신 겁니까?”

    “하하. 정말 깜빡하고 이야기 안한 거라니까. 정 사장하고 내가 얼마나 각별한 사이인데 이런 걸로 속이려고 하겠나. 그러지 말고 일단 깔끔하게 계좌로 송금부터 해주게. 그리고 오늘 술이라도 한잔 해야지? 내가 거하게 한잔 사지.”

    장 사장의 말에 창석이 맞장구를 쳤다.

    “하하! 그래요. 박 실장님. 우리 오늘 이렇게 만났는데 거하게 한잔 합시다. 커피 값은 제가 계산하지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향하는 창석. 그 뒤를 장 사장이 급하게 따라 나섰다.

    “역겨운 사기꾼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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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가 이렇게 막혀?”

    번화가를 중심으로 열심히 운전을 하던 천이 짜증스럽게 담배를 물었다. 네온사인이 켜진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많은 차들이 주차할 공간을 이리저리 찾고 있었다.

    천의 승합차는 주차 공간을 찾는 것을 포기한 채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인도위로 올라갔다. 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움찔하며 그를 사납게 쳐다보았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그는 창문을 열고 담배를 맛있게 빨아대고 있었다.

    담배가 반쯤 타들어가자 승합차 뒷문이 열리며 아가씨 두 명이 올라탔다.

    “이것들아! 왜 이렇게 늦어? 지금 다른 가게 콜 받는지가 언제인데.”

    “죄송해요. 손님 에스코트까지 해주느라.”

    “빨리빨리 나와라. 시간은 금이다.”

    천의 닦달에 아가씨들은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기를 만지작거렸다. 승합차는 몇몇 술집을 더 돌아다니며 아가씨들을 태웠다. 뒷문이 열릴 때마다 그의 잔소리는 계속 되었다.

    7명의 아가씨가 차안을 가득 메웠다.

    차선을 위반하며 좁은 거리를 무섭게 달리던 승합차가 다시 네온사인으로 온몸을 휘감은 건물 앞에 주차되었다.

    “여기 6명 들어가.”

    순번을 정해 놓았는지 정확히 6명이 빠르게 움직였다. 차 안에는 예전에 사무실을 찾아왔던 아가씨만이 남아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오늘 날이 추워서 그런지 콜이 잘 안 터지네. 동생은 일 할 만해?”

    은근슬쩍 눈 밀러로 그녀의 허벅지를 내려다보며 천이 말을 걸었다. 아가씨는 여전히 화장을 고치며 대충 말했다.

    “예. 괜찮은 거 같아요.”

    “그래? 오늘 끝나고 뭐할 거야?”

    이번엔 고개를 돌려 단도직입적으로 그녀의 잘빠진 다리사이를 음흉하게 쳐다봤다. 짧은 스커트가 살짝 올라간 그녀의 다리는 부끄러운 줄 모르고 그의 음흉함을 서슴없이 받아들였다.

    “오늘 집에 가야죠.”

    그녀는 조그마한 거울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빠랑 밥이나 먹을래?”

    “술 많이 안 먹으면요.”

    그녀의 말에 천이 입맛을 다시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 (따르르!)

    낡은 휴대전화기의 벨소리가 그의 달콤한 상상을 방해했다.

    “예! 실장님. 3명이요? 지금 한명 밖에 안남아 있는데. 금방 들어가서 나올 아가씨들 없어요. 일단 하나라도 보내드릴까요? 예. 그럼 3분만 기다리세요.”

    통화가 끝나자 아쉬운 시선으로 그녀를 한 번 바라보고 차를 출발 시켰다. 그리고 조수석에 아무렇게 놓인 최신기종의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아영아! 너희 옆 가게 가는 길이야. 바쁜가?”

    “아니, 오늘 첫손님 개시도 못했다. 어디야?”

    “3분 안에 도착할거 같은데, 우리 애들 페이 좀 가지고 나와라.”

    “그래. 알겠어. 그런데 다른 가게는 아가씨들 많이 들어갔니?”

    “콜 이제 15개 받았어. 다른 가게도 썰렁한 것 같아.”

    통화를 이어가는 도중 어느새 아가씨를 내려다 줄 가게 앞에 도착을 하였다. 아가씨는 인사도 없이 휙 하니 차에서 내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빵빵!)

    천이 건너편에 서있는 아영을 발견하고 클락션을 울렸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자연스럽게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뭐야.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왜 그렇게 얼굴 보기가 힘들어?”

    아영이 조수석에 올라타 봉투를 건네며 반갑게 이야기 했다.

    “하하 그러게 말이야. 너 손님도 없는데 내가 한잔 팔아줄까?”

    봉투를 건네받은 천이 안에 들어있는 액수를 확인하며 말했다.

    “됐어. 내가 살 테니까 들어와. 대신 한 병은 천이 네가 사라.”

    아영이 차에서 내려 먼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웨이터가 나왔고 천과 운전대를 교대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온 그를 다른 웨이터가 룸으로 안내했다.

    “너희 가게는 그대로네.”

    자리에 앉자마자 천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사장이 짠돌이라 인테리어 할 거면 실장들이 30% 보태라네. 미친 새끼. 삼촌! 3티에 세븐틴 하나 가져와!”

    아영이 술을 주문하고 천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들의 대화는 앉자마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가게 매상이야기부터 아가씨들 이야기, 매너 없는 손님들의 이야기까지.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쉬지 않고 잡담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지금 우리 보도 아가씨 손님한테 엄청 뚜들겨 맞고 병원에 누워 있잖아. XX가게 윤 실장 손님은 왜 그렇게 다들 진상이냐?”

    “그 언니 아가씨 때도 진상 손님 파트너만 했었잖아. 그 언니 팔자가 드센가보다. 호호!”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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