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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의 대한민국.(2)

  • 작성일 2009-05-25 11:52:43 | 수정일 2014-12-24 2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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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세요?”

    안에서 걸걸한 사내의 음성이 들려왔다. 범휘는 잠시 목을 가다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예. 관리사무소입니다. 수도가 좀 세는 거 같은데요? 이번 달 수도요금이 다른 집보다 5배가 넘게 나와서 확인 좀 하려고 하는데.”

    (철컥!)

    아무 의심 없이 현관의 잠금이 해제되었다. 범휘가 소리가 나는 동시에 잽싸게 문을 잡아당겼다. 방으로 걸어 들어가던 문을 열어준 사내가 뒤를 돌아보았다.

    (퍽!)

    범휘의 발길질이 빠르게 그의 가슴을 강타했다.

    “뭐야!”

    발길질에 뒷걸음질 치며 쓰러진 사내를 발견한 다른 녀석들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쳤다. 하지만 범휘만을 보고 소리쳤던 그들은 뒤따라 들어오는 사내들이 눈에 들어오자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안은 10평 남짓한 원룸이었다. 그래도 갖출 것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 한쪽에 사무용 책상이 놓여있었고, 기다란 가죽소파가 한쪽 벽 가득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신들 뭐……야?”

    (퍽!)

    긴장한 그들의 물음에 대답 대신 건장한 사내들의 발과 주먹이 쏟아져 내렸다. 과격한 공세에 대항 할 의지마저 꺾인 그들은 구석에 쪼그려 앉아 머리를 감싸 쥐고 최대한 맞는 범위를 줄이고 있었다. 반원으로 둘러 싼 사내들의 공격은 그칠 줄 몰랐다. 구타에 참여하지 못한 할 일이 없는 사내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안에 있는 책상과 여러 물건들을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한 녀석이 몸을 일으켜 대항하려 했으나, 오히려 사내들의 몸동작을 더욱 거칠게 만들 뿐이었다. 소심한 반항은 제대로 주먹질 한 번 하지 못하고 더욱 모진 구타를 감내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천이 현관문을 잠갔다. 난장판이 되어가는 모습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그리고 상황이 정리 될 때까지 희죽거리며 시원스러운 웃음을 보였다.

    워낙 많은 사내들이 행패를 부렸던 지라 순식간에 모든 상황은 정리 되었다. 좁은 공간이 자신들의 영역이 되었다는 것을 느낀 사내들은 벽에 딱 달라붙어 병풍처럼 서있었다. 매질을 당하던 녀석들은 자연스럽게 방 한가운데 조용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얼굴은 여기저기 붉게 부어올랐다.

    “이야! 사무실 예쁘게 꾸며놓고 장사했네.”

    담배를 마저 태운 천이 주위를 둘러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무릎을 꿇은 한 사내 앞에 쪼그려 앉았다.

    “꼬락서니들 봐라. 어디 공장에서 재봉하다가 왔냐?”

    비웃음을 보이며 사내의 머리를 잡고 이리저리 얼굴을 뜯어보았다. 손이 점점 심하게 사내의 머리를 흔들었다. 놀고 있던 다른 한손은 사내의 따귀를 세차게 내리쳤다.

    “뭐야. 어쭈? 문신도 있네? 이야! 지렁이 한 마리 제대로 박았네. 반달 행세 하고 다닌 거야?”

    따귀를 맞고 쓰러진 사내의 윗옷이 살짝 올라가며 문신이 보였다. 천은 흥얼흥얼 콧노래를 하며 사내의 윗옷을 힘껏 찢었다. 그리고 긴장된 눈빛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바로 옆 사내의 복부를 냅다 걷어찼다.

    (컥!)

    “니들 민간인이지.”

    “......”

    고통으로 신음하며 쓰러진 사내 앞에 천이 다시 쪼그려 앉았다. 무릎을 꿇고 있던 다른 녀석들은 고개를 처박고 애써 시선을 피했다.

    천이 흥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이 새끼들아! 보도는 니들이 넘볼 수 있는 사업이 아니야. 건달들의 전유물이라고. 니들이 이 장사 한다고 해서 나한테 인사 한 번 오기를 했냐. 아니면 빠순희들을 소개해 주기를 했냐. 니들은 기본 마인드가 썩어빠진 새끼들이야.”

    이야기를 하던 중 쓰러져 신음하는 녀석의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 고개를 뒤로 재꼈다. 그리고 따귀를 때리기 시작했다. 신음은 점차 고함으로 바뀌었다. 사내의 입술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의 손은 쉬지 않고 한참 동안 바람소리를 내었다. 사내의 한쪽 얼굴이 심하게 부어오르고, 입 안 가득 피가 고이고 나서야 비로소 손짓은 멈췄다. 버티지 못한 녀석이 정신을 잃고 고꾸라졌다. 때리다 지친 그의 거친 숨소리가 다음 상대를 찾았다. 모두가 매서운 그의 눈을 피해 이리저리 눈을 굴리고 있었다. 하지만 발걸음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맨 구석에 있는 녀석에게 향했다. 발걸음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것을 안 녀석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봐. 자네들 차 몇 대나 있어?”

    “저희 카니발 두 대로 나눠서 일하고 있습니다.”

    녀석의 예상과는 달리 질문이 던져졌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물음의 답했다.

    “대포차지?”

    “예.”

    “아가씨들은 마이킹 있나?”

    “예. 3명은 3백 있고 2명은 500백, 2명은 없습니다.”

    (퍽!)

    “악!”

    천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뒤로 물러나 ‘정지되어 있는 공을 힘껏 달려가 차는’ 포즈로 녀석의 복부를 걷어찼다. 온 방안을 울리는 쩌렁쩌렁한 외마디 비명이 고통의 순간을 알려주었다. 온 몸을 감싸 쥐고 데굴데굴 구르고 있는 녀석에게 다시 물었다.

    “아가씨 마이킹 얼마라고?”

    “3명은 3백……. 악!”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천의 발길질이 날아왔다. 신음은 조금 전보다 길게 이어졌다. 그가 허리를 굽히며 쓰러진 사내의 옷소매로 구두를 닦아냈다.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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