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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의 대한민국.(1)

  • 작성일 2009-05-23 22:00:02 | 수정일 2014-12-24 21: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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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빌딩들이 숲을 이룬 사이사이 저녁노을이 마지막 빛을 강렬하게 뿜어내고 있다.

    도로는 미세한 움직임을 보이는 차들로 가득 차 있다. 하루의 마지막조차 피곤의 연속이다.

    빽빽한 도로와 저녁노을의 강렬한 빛은 언제 부터인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었다.

    그 광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높은 건물에 위치한 헬스장에서 한 사내가 열심히 땀을 흘린다. 겉으로 보기에도 눈에 확 들어오는 훤칠한 신체조건을 자랑한다.

    190은 족히 돼 보이는 키. 짧은 스포츠머리에 동그란 얼굴. 그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가쁜 숨을 몰아쉬며 러닝머신 위를 내달린다.

    그는 땀을 닦아내는 일 이외에는 빽빽한 도로와 저녁노을 사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때 헬스장 입구에 정장차림의 사내가 들어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러닝머신 위를 내달리는 그를 발견하자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쉬셨으까 형님.”

    사내는 무릎위에 손을 얹고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맞춰 땀을 흘릴 뿐이다.

    단단한 체구에 날카로운 눈매, 턱 선이 살짝 각진 남성미가 물씬 풍겨 나오는 외모의 사내는 그가 자신을 보지 못하자 그냥 자리에 서서 운동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얼마나 지났을까? 사내가 움직임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서있자 운동을 하던 몇몇의 시선이 사내에게 쏠렸다. 노을이 점점 사라지며 어둠이 깔렸고, 헬스장은 형광등이 켜지며 노을이 사라진 빛을 대신하였다. 답답한 걸음을 하던 차들 역시 점차 제 속력을 찾기 시작했다.

    그 뒤로도 한참을 달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 그는, 물통의 물이 다 떨어져서야 러닝머신에서 내려온다.

    “뭐야. 범휘아우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돌아서자마자 사내를 발견한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사내는 다시 한 번 가볍게 인사를 한 뒤 말했다.

    “천이형님. 또 다른 식구 찾았습니다요.”

    사내의 말에 그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런 자신의 표정을 감추려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사내의 어깨에 손을 살며시 얹고 귓전에 얼굴을 가져갔다.

    “밖에서 기다려 형 금방 씻고 나갈 테니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내가 깍듯한 인사와 함께 돌아서 걸어 나갔다. 그 역시 사내를 뒤로하고 빠른 걸음으로 샤워장으로 들어갔다. 땀으로 젖은 옷을 신경질 적으로 벗어 던지고는 거울을 보며 긴 한 숨을 토해냈다.

    “휴~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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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장님! 여기까지 와서 이러시면 어떻게 해요. 사장님 때문에 새벽부터 인천에서 원천 작업 하고 은행 직원들 매수하고 했는데.”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서.”

    한 은행의 주차장. 승용차 안에서 두 사내가 티격태격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초라한 차림의 남자가 죽을죄를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처박고 있다. 반면 말끔한 차림의 사내는 계속해서 입이 침이 마르도록 쉴 새 없이 입을 놀렸다.

    “사장님. 여기 적힌 대로만 이야기 하시면 돼요. 어디서 일하냐고 하면 여기 적힌 상호 말씀하시고, 주소 말하라고 하면 여기 적힌 사업장 주소 이야기 하시고, 월급은 현금 수령한다고 하시면 되고, 정말 간단한 겁니다. 은행 심사하는 사람 중 하나는 저희 라인이고, 심사는 형식상 하는 거라고 몇 번 말씀을 드립니까. 사장님. 날도 추워지는데 따뜻한 곳으로 가셔서 햇볕 좀 쬐고 컬리티한 인생 즐기셔야죠. 아! 잠시 만요.”

    한참 닦달 하던 사내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예 유현진입니다. 예! 사장님 잠시 만요.”

    굵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급하게 밖으로 나와 통화를 이어가는 창석. 하지만 두 눈은 계속 허름한 차림의 사내를 감시하고 있었다.

    작은 키에 통통한 체격, 까무잡잡한 피부의 그는 명품 양복을 걸쳤지만, 영 제대로 된 자세가 나오지 않았다.

    “아! 장 사장님 말도 마십시오. 하도 물건 작업안되어서 신용대출이나 몇 개해서 연명하려하는데 일 틀어지게 생겼어요.”

    자신의 현제 상황을 조잘조잘 떠들어대며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쳤다. 그리고 차안의 사내에게 원망석인 눈빛을 강렬하게 보냈다.

    “하하 이봐. 은행 앞 까지 와서 일 틀어지는 경우 거의 없어. 거기서 일 틀어질 정도면 자네 다시 일 배워야지. 하하!”

    휴대전화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창석의 말을 가벼운 투정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계속 차안의 사내를 주시하며 창석이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절대 그럴 일 없으니까.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저번에 작업했던 물건 있지? 싹 정리 되었어. 서현역에서 7시에 만날까?”

    창석의 입가에 미소가 돌았다. 급하게 돌아서 차안의 사내를 등에 두고 통화를 이어갔다. 웃음을 들켰다가는 사내가 마음 놓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하 그럴까요? 이거 작업하고 바로 가겠습니다.”

    서둘러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뒤돌아서며 바로 웃음을 걷어내고 미간을 찌푸렸다. 짜증스러운 행동으로 담배를 찾아 거칠게 물었다. 하지만 웃음은 끝내 참지 못했다. 담배를 문 입가가 조금씩 위로 올라갔다.

    “흐흐. 이번 물건은 꽤 컸는데. 흐흐흐. 아!! 사장님!!”

    사내가 창석의 표정을 보고 차에서 내리려 하자 급하게 뛰어가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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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가 어디야?”

    헬스장 지하 주차장. 깔끔한 정장 차림의 천이 범휘를 보며 예민하게 물었다. 그의 신경질 적인 표정에는 긴장된 표정도 역력히 나타나고 있었다.

    “서현역 쪽 원룸 말입니다요.”

    둘은 자연스레 차에 오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흥분감과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 천이가 차 문을 세차게 닫았다.

    “애들은.”

    “대기 시켜 놓았습니다요.”

    범휘가 눈 밀러로 천을 바라보았다. 심하게 구겨진 얼굴은 굉장히 어두웠다. 그리고 온 몸에서 강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오자 어느덧 해는 저물어 어두운 밤이 되었다. 차들은 라이트 불빛을 쏟아내며 점차 속도를 내고 있었다.

    “생긴 지 얼마나 된 거야? 아가씨들은?”

    창밖을 응시하던 천이 범휘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사무실 오픈한지 일주일 정도 됐고 말입니다요, 아가씨는 현제 7명 정도 되는 거 같습니다요.”

    기다렸다는 듯 즉각적인 보고를 올렸다.

    “그래? 일단 접수하고 아가씨들은 이빨 좀 까서 우리 쪽으로 합류시키자고.”

    “예. 형님.”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차는 서현역 한쪽 귀퉁이 조용한 곳에 멈춰 섰다. 차들이 잘 다니지 않는 한가한 원룸이 즐비한 곳이었다. 천이 내리자 좁은 골목 군데군데 주차 돼 있던 승합차에서 건장한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 내렸다.

    “쉬셨으까 형님.”

    천의 주위를 감싼 사내들이 90도 인사를 했다.

    “그래. 범휘아우 어디야.”

    대충 인사를 받은 천이가 고개를 돌렸다. 주차를 하고 빠르게 다가온 범휘의 손이 바로 앞 건물을 가리켰다.

    “이 건물 3층 302호 입니다요.”

    “그래. 올라가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건장한 사내들은 범휘가 가리킨 건물로 한꺼번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범휘는 다른 사내들보다 먼저 올라가 302호의 초인종을 눌렀다. 뒤 따라오던 사내들은 약속이나 한 듯 발소리와 숨소리를 죽였다.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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