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대한민국.(40)

  • 작성일 2009-08-13 21:04:32 | 수정일 2009-08-28 07:18:07
  • 범휘가 차에서 내려 뒷좌석 문을 열며 고개를 숙였다. 다른 승용차에 타고 있던 사내들도 그와 똑같이 행동했다.

    세대의 차에 나눠 타고 있는 아가씨들을 중년의 신사들은 신중히 바라보았다. 이윽고 기름진 얼굴의 남자가 범휘의 차에 올랐다. 나머지 사람들도 결정을 했는지 모두 차에 올랐다.

    범휘는 조심스럽게 뒷좌석 문을 닫고 운전석에 올랐다. 그리고 시동을 걸기 전에 눈 밀러의 방향을 위로 틀어 놓았다.

    중년의 남자가 그에게 점잖게 말했다.

    “호텔로 가주게.”

    범휘는 시동을 걸로 차를 출발 시켰다.

    “어이구. 살이 곱네.”

    주름진 남자의 손은 차가 움직이자마자 아가씨를 더듬기 시작했다. 스커트 안을 자기 집인 양 휘젓는 손은 점점 깊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사장님 조금 있다가요.”

    범휘를 의식한 아가씨가 살짝 몸을 비틀었다.

    “그래. 알겠다. 대신 내 바지 안에 손 좀 넣어봐.”

    재킷을 벗어던진 남자가 벨트를 느슨하게 풀었다. 아가씨가 마지못해 아랫도리에 손을 넣고 주무르기 시작했다.

    범휘의 인상이 심하게 찌푸려졌다.

    ‘젠장. 더러운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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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님. 애들 모두 도착해서 대기하고 있습니다요.”

    석천의 모텔방에 한 사내가 들어왔다. 예전에 재떨이를 치우던 사내였다.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석천은 추리닝을 입고 있었다. 얼굴은 예전보다 많이 좋아져 있었지만, 군데군데 딱지는 더 생겨나 있었다.

    “가자.”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쓰고 모텔을 빠나왔다. 차에 오른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폐교에 도착했다. 운동장 한 귀퉁이를 가득 매운 사내들이 장승처럼 버티고 서있었다. 석천이 차에서 내리자 모두들 그에게 인사를 했다.

    “쉬셨으까! 형님!”

    석천은 사내들을 휙 둘러보고 같이 온 사내에게 조용히 말했다.

    “오늘부터 여기서 합숙해. 그리고 그 새끼들 족보 알아보러 간 놈은 어디 있어?”

    “조용히 애기 하시라고 안에 대기시켜 놓았습니다요.”

    석천이 폐교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은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었다. 교실 안에는 매트가 깔려있었고, 이불과 난로가 배치되어 있었다. 교실을 둘러보며 걸음을 옮기던 석천이 말했다.

    “운동기구는?”

    뒤 따라오던 사내가 말했다.

    “아직 준비를…….”

    “이 새끼야! 밥은 굶어도 운동은 해야 할 거 아니야! 그 새끼들 등치 못 봤어? 당장 가서 가져와!”

    “예 형님.”

    사내가 복도를 뛰어갔다. 그런 그의 등을 보고 석천이 소리쳤다.

    “그 새끼는 어디있는거야?”

    “교무실에 있습니다요.”

    석천은 교무실 팻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안에 들어서자 한 사내가 인사를 했다.

    “쉬셨으까 형님.”

    이번에도 인사를 대충 받고는 급하게 물었다.

    “알아봤어?”

    석천이 낡은 책상위에 앉았다. 사내가 석천의 곁으로 다가가 살짝 고개를 숙여 눈높이를 맞추고 말했다.

    “녀석들은 호남식구 입니다요. 세부 조직계보는 여수식구고 말입니다요. 저희들 조직과 전쟁을 벌인 놈은 박범휘라고 꽤 다부진 녀석이라고 들었습니다요. 현제 정천이라는 녀석 밑에 있고 말입니다요. 정선에는 정천 밑에 있는 동생들 30명가량이 넘어와 있고 말입니다요. 아가씨는 12명이 넘어와 있습니다요.”

    석천이 눈을 감고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애기가 끝나자 조용히 사내에게 물었다.

    “여수식구 쪽 내부 조직계보 상세하게 알아보고 애경사에서 만났던 식구 중에 여수식구 있나 알아봐. 현제 우리 쪽만 수배가 떨어져 있어서 함부로 움직이기 곤란하니까 조심하고.”

    “예 형님.”

    “애들 보고 함부로 움직여서 위치 노출 시지 말라고 하고 일단 조용히 지켜보자고. 녀석들이 얼마나 날뛰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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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뭐해? 술 한 잔 할까?”

    가게 앞에 차를 주차 시킨 아영이 천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수만 떠나면 된다 생각 했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더욱 복잡한 생각들이 봇물 터지듯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헬스장에서 천과 대화를 나눈 이후로 한동안 서로 연락을 하지 않고 있었다. 며칠 사이 수십 번도 더 전화기를 붙잡았다. 그러나 번호는 끝내 눌러지지 않았다. 가게에 오는 순간까지도 아영은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어느새 시간에 맞춰 네온사인들이 사방을 밝히기 시작했다. 수 십, 수 백 번도 더 고민하고 누른 번호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은 얄밉게도 너무나 태연했다.

    “참, 전화해서 한다는 소리가 술타령이야? 매일 같이 쏟아 붓는데도 먹고 싶어?”

    살짝 퉁명스러운 말투였다. 아니, 아영이 느끼기에 그러하였다. 이유 없는 가슴속 원망이 분출되었다.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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