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대한민국.(39)

  • 작성일 2009-08-11 01:57:16 | 수정일 2009-08-28 07:16:26
  • “사장님. 출발 하겠습니다.”

    “유 실장 조심해. 저 새끼들 잘 감시해야 돼. 저 새끼들도 대가리가 있어서 큰돈을 벌기 위해 그런 일은 없겠지만 혹여나 돈 들고 튈 수도 있으니까. 그럼 같이 출발 함세.”

    “하하 네. 사장님 숙소에서 뵙겠습니다.”

    “그래 그럼. 파이팅하자고.”

    각각 두 대의 봉고차에 몸을 실은 그들은 정 반대 방향으로 출발 하였다.

    창석이 사내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자! 지금부터 카드를 한 장씩 나눠 드릴 겁니다. 모두 한도 3천이상이니 딱 3천만 원 깡 치시면 됩니다. 전당포에서 돈 내주면 바로 다시 봉고차로 오셔서 다음 카드 받아 가시면 됩니다. 그럼 현찰로 그 자리에서 무조건 300씩 드리겠습니다. 한 사람이 평균 15장정도 긁게 될 거니까 바보 같은 짓 하지 마세요. 여기 조장 한분 뽑으셔서 사람들 좀 잘 배치해주세요. 같은 곳에서 한 사람이 두 번 긁어버리면 골치 아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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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원룸 벽을 뚫어 놓은 넓은 공간에서 사내들이 저마다 운동기구를 하나씩 들고 진땀을 빼고 있다. 조잡한 음악이 대충 세워놓은 스피커에서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누워서 역기를 들어 올리는 한 사내 머리위로 범휘가 보조를 하고 있었다.

    “하나만 더 올려봐!”

    우렁찬 범휘의 고함에 사내의 얼굴은 주름으로 가득했다. 사내의 힘이 다하자 범휘가 살짝 역기를 들어 올려준다.

    “짜식! 그래도 무게 많이 늘었네.”

    범휘의 말에 사내는 흐뭇한 웃음을 보였다. 그때 스피커에서 울리는 음악소리보다 더 큰 전화 벨소리가 가득 퍼졌다.

    범휘가 급하게 사내를 뛰어넘어 스피커위에 올려져있는 전화를 받았다. 벨소리가 두 번도 울리지 않은 짧은 시간이었다.

    “예! 오 사장님! 알겠습니다. 정확히 30분 후에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사내들에게 소리쳤다.

    “2조 애들! 빨리 주차장으로 대기해!”

    운동을 하던 몇몇 사내가 급하게 샤워장으로 들어갔다. 범휘가 벽에 걸려있는 인터폰을 들었다. 그러자 1층 사무실과 바로 연결이 되었다.

    “누님. 아가씨, 3명 보내달라고 하십니다.”

    “그래? 바로 내려 보낼게.”

    범휘도 샤워장으로 들어갔다. 무언가에 쫒기는 듯 머리와 몸에 동시에 비누칠을 하는 사내들이 대부분이었다. 범휘 역시 비누를 머리에 가져가며 말했다.

    “승용차 세대, 승합차 세대 움직여. 긴장 늦추지 마. 아직 전쟁했던 새끼들 완전히 물러선 건 아니니까.”

    “예! 형님!”

    샤워를 하던 사내들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힘차게 소리쳤다. 눈이 따가운지 급하게 물줄기 안으로 들어가는 사내도 보였다.

    사내들이 몸을 씻어내는데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몸을 닦아내는데도 그러했다. 모두들 짧은 머리들이라 드라이기가 필요 없었다.

    한 사내가 옷걸이에 걸려있는 정장을 입는 모습에 범휘가 말했다.

    “짜식. 옷 좀 다려입으라고 했잖아. 여기 손님들은 컬리티 자체가 다르다고 몇 번 말하나! 그리고 니들 전부 다 머리들 좀 길러. 건달 냄새 안 풍기게 최대한으로 노력들 좀 하란 말이야.”

    지적을 당한 사내가 자신의 바지를 내려다보았다. 칼날과 같이 주름이 가있어야 할 곳은 희미한 선만 보였다. 사내는 주머니를 뒤져 동전 두 개를 꺼내들었다. 주름이 흐릿하게 남아있는 바지를 팽팽하게 잡아당겨 동전으로 세차게 잡아당겼다. 몇 번을 반복하자 주름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사내들이 똑같이 주름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 자식들아. 어지간히 해라 바지 찢어지겠다.”

    지적을 당한 사내의 등을 가볍게 때리며 범휘가 웃었다. 사내들도 함께 웃음소리를 내었다.

    범휘와 사내들이 주차장에 내려오자 연수와 아가씨들이 미리 대기 하고 있었다. 며칠 째 날씨는 범휘의 마음과 같이 화창한 날의 연속이었다.

    “누님! 다녀오겠습니다.”

    범휘가 강한 햇살에 눈살을 찌푸리며 연수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그래. 조심해서 갔다가와. 범휘 동생 없으면 여기 있기 불안해. 빨리 와.”

    마치 출근하는 남편을 마중하는 아내의 모습이었다. 아니, 적어도 범휘의 느낌은 그러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여기 있는 한 누님은 두 다리 쫙 펴시고 주무셔도 됩니다. 누님!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씀하세요. 제가 들어오는 길에 사올게요.”

    범휘가 정말 남편 행세를 하려 하였다. 그의 기분을 알았는지 연수가 살짝 거들었다.

    “조금 있다가 생각나면 문자할게.”

    “그러세요.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범휘가 승용차에 오르자 사내들도 일제히 차에 올랐다.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내내 그의 두 눈은 눈 밀러에 비춰진 연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 역시 승용차가 사라질 때 까지 자리를 지키고 서있었다.

    주차장을 벗어나 도로를 빠르게 내달렸다. 범휘의 웃음은 쉽게 사라지 않았다. 뒤에 앉은 아가씨가 그런 그를 보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장님, 언제까지 일 할 때 승합차들이 따라와야 돼요? 매일 보는 얼굴들인데 일 끝나고 나면 쪽팔려 죽겠다고요.”

    “하하. 미안해요. 그래도 다 아가씨들 안전을 위한 것이니 좀 참아줘요. 노력할게요.”

    넉살 좋은 웃음이 전해지자 삐죽 나온 아가씨의 입이 쏙 들어갔다.

    20분 정도 달리자 도로 옆에 위치한 카페가 보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범휘가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사장님 도착했습니다.)

    문자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에서 오 사장과 함께 중년의 신사들이 함께 걸어 나왔다.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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