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대한민국.(37)

  • 작성일 2009-08-05 19:27:55 | 수정일 2009-08-28 07: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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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사장은 카멜레온처럼 어떠한 상황에서도 쉽게 적응하고 그에 따른 처신을 참 잘 했다. 하지만 이 번 만큼 카리스마가 풍기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어때요? 허 실장 한 번 맡아서 해보시겠습니까?”

    자연스럽게 실장이란 호칭을 붙였다. 심리전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실장이란 호칭에 자신들과 같은 소속을 느끼게 해주려는 의도였다. 창석이 살짝 고개를 돌려 웃음을 겨우 참아내었다.

    “좋수다. 그럼 수당은?”

    하 씨가 장 사장의 수완에 말려들었다. 이제 완벽한 장 사장의 페이스였다.

    “장당 나오는 금액의 5%로 합시다. 카드가 많아서 이정도도 꽤 많이 주는 거요. 만약 싫다면 없던 애기로 합시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서울에서 우리 직원들 올라오라고 하면 되니까.”

    창석은 자신보다 능숙한 거래를 하고 있는 장 사장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진지해졌다. 단호한 그의 말에 하 씨가 너무나 쉽게 줄다리기를 단념하고 말했다.

    “그렇게 합시다. 3일만 기다려 주십시오. 3일 안에 사람들 모아 놓겠습니다.”

    하 씨의 말이 달라졌다. 마치 상사에게 이야기 하는 것처럼 순종적이었다. 장 사장은 옅은 미소를 띠며 자연스럽게 말을 낮췄다.

    “그렇게 하세. 명함에 적힌 번호로 연락 주시게. 그럼 이만.”

    목례도 없이 장 사장이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어안이 벙벙해 있던 창석이 급하게 장 사장을 쫒아갔다. 둘은 찜질방에서 내려와 사우나로 향했다. 그제야 장 사장의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 묻어 나왔다.

    “하하 어때? 괜찮게 거래 한 것 같지?”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장 사장이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

    “하하 역시 대단하십니다.”

    “그래? 그런데 좀 아깝네 그려. 딱 한 장남은 순금 명함이었는데.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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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부터 바로 일 할 거니까 오늘은 푹 쉬어. 쓸데없이 나돌아 다니지 말고, 어차피 나가도 돌아다닐 곳 없으니까.”

    연수가 오피스텔 건물 밖에 있는 벤츠에 앉아있다. 아가씨들은 그녀 주위를 에워싸고 이야기에 집중한다. 조금 떨어진 다른 벤츠에 범휘가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하루 종일 그녀의 보디가드 마냥 떨어지지 않고 함께 다니고 있었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거니까 빡세게 돈 좀 벌어보자고. 다들 마사지 좀 하고 일찍들 자. 들어가 봐.”

    연수의 말이 끝나자 일제히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아가씨들이 사라진 자리에 범휘가 다가왔다.

    “누님. 아가씨들한테 하는 모습 보면 정말 무서워요. 오금이 다 저린 다니까요.”

    살며시 그녀 곁에 앉은 범휘가 방그레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그녀 역시 웃음을 보였다.

    “호호 그래? 그런데 어쩔 수 없지. 저것들은 조금만 풀어줘도 사내질 이나 하려고 하고 손님들한테 공사치려고 하니 말이야. 초장에 꽉 잡고 긴장을 줘야 돼. 닷찌는 룸이랑은 틀려서 공짜로 손님들 만나고 다니면 안 된단 말이야. 그렇게 되면 누가 돈 주고 만나겠니? 저 년들은 그러고도 남을 년들이야.”

    “하하. 그래요? 그래도 누님과 같은 최고의 조련사가 있으니 안심이네요.”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맙네. 나도 든든해. 범휘가 항상 내 곁을 지켜 줄 테니 말이야. 외롭지는 않겠는걸.”

    그녀의 말에 범휘의 볼이 붉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산 넘어 사라지는 해의 마지막 햇살이 그의 얼굴과 비슷한 색으로 그를 가려주었기 때문이다.

    한 참 실없이 웃기만 하던 범휘가 말했다.

    소재원 sojj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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