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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순 개천사에서 만난 무위태극권

  • 작성일 2014-10-20 23:46:49 | 수정일 2014-11-11 21:15:16






  • ‘태극권과 노자’를 집필한 무명자 민웅기 씨는 책머리에 다음과 같은 소회를 밝혔다.

    “나에게 태극권은 한판의 춤과 같다. 태극과 음양의 궤적에 따라, 때로는 강하고 때로는 부드러우며, 때로는 열고 때로는 합하며, 때로는 실하고 때로는 허하며, 때로는 아래로 향하고 위로 솟구쳐 올라온다.”

    위의 내용에서 태극권에 대한 민웅기 씨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태극권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무술이다. 주윤발, 장쯔이 주연의 ‘와호장룡’, 조문탁, 번소황 주연의 ‘태극권: 무림 7대 고수전’, 이연걸의 ‘태극권’ 등에 등장하는 무술이 바로 태극권이다. 그런데 민 씨는 우리가 영상으로 접하던 태극권에 대한 통념을 깨고 있다. 그는 태극권을 노자의 사상과 사유법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화순 개천사에서 민웅기 씨를 처음 만났다. 당시, 필자의 짧은 지식으로는 생소하고 난해한 관념의 틀로 엮여 있는 민 씨의 주장과 사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승자와 패자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무술로서의 태극권이 어떻게 ‘양생불사’의 수련술로 표현되는가에 관심이 가 있었다.

    필자가 화순 개천사를 찾은 것은 2011년 7월경이었다.

    개천사는 조계종 말사 규모로는 제법 넓은 면적을 가졌다. 입구에서 바라보면, 정면 2층 높이에 아담한 대웅전을 갖추고 있고, 공터 왼쪽 끄트머리에 천불전, 그리고 오른쪽 끄트머리에 요사채를 갖춘 절이었다. 넓은 공터에는 키 큰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있었고, 요사채 가까운 곳에 더위에 지친 견공 한 분은 혀를 길게 빼물고 자신의 집을 지켰다.

    필자가 그 당시 왜 개천사에 가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사찰 구경 겸 해서 무작정 들어갔는데 주지스님을 뵈었고, 주지스님과 대화 중에 태극권에 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만 기억한다.

    민 씨 부부를 기다리는 동안의 무료함을 떨치기 위해 필자는 절의 한 보살님과 함께 앞산에 올랐다. 필자가 오뉴월 땡칠이 마냥 헉헉대는 데도 보살님은 굳건히 그리고 씩씩하게 산을 오른다. 누굴 탓하랴. 나의 저질 체력. 그 때는 그랬다. 덥수룩한 수염에 축 쳐져 있는 필자의 몰골을 보니 늑대도 물어가지 않겠다.

    절에 도착하니 민 씨 부부가 개천사에 도착해 있었다. 주지스님의 소개로 민웅기 씨와 인사를 나눈 뒤 태극권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그의 설명이 내게는 안드로메다 얘기였다. 선명하고 명료하게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조각조각 분열된 사고체계의 아노미였다.

    필자의 이해를 돕고, 멋진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민 씨 부부와 개천사 주지스님이 태극권을 시연해 주었다. 민 씨는 여러 가지 자세를 선보이며 설명도 해주었다. 그런데 어쩌랴. 필자가 기억하는 것은 한 가지도 없다. 필자를 위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은 민 씨 부부와 주지스님께는 정말 죄송한 일이다. 그래서 민 씨가 지은 책에 나온 자세 몇 가지를 소개한다.

    팔꿈치 아래에 권이 들어간 모양을 본떠 만든 ‘주저간추肘底看捶’, 구름의 손이라는 ‘운수’, 커다란 말에 올라타기 위해 먼저 손으로 말안장을 더듬어 본다는 ‘고탐마’ 등이 있다. 이 식들은 민 씨가 자신의 저서에 소개한 40식에 포함된 식으로 ‘무위태극권’ 108식 중의 일부이다.

    개천사에 어둠이 내리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부분 태극권을 수련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부처님이 모셔진 한 건물에 모두 모였다. 그리고 민 씨의 지도로 태극권 수련에 들어갔다. 그런데 태극권 수련에는 다른 무술처럼  요란한 기합소리가 없었다. 태극권에 침묵의 수련이라는 별칭도 붙여야 할 것 같다.

    민웅기 씨는 1960년 해남에서 태어나 전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화순으로 귀농해 무등산 기슭에 살고 있으며, 현재 무위태극권 장문인으로 조선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노자 도덕경』을 강의하고 있다.

    윤승현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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