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름은 ‘밸리’, 직업은 ‘댄서’

  • 그녀 이름은 ‘밸리’, 직업은 ‘댄서’
    “정 선생, 이거 비싼 카메라인데 사진 한 장 찍어줄까?”

    “비싼 카메라면 사진 찍어야지.”
    “자, 예쁜 표정......”
    “선생님 사진 빨리 찍어주세요.”


    허연 수염을 기른 노인 아닌 노인과 과년한 처녀의 대화 내용이다. 주위에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면 남세스러운 대화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런 리액션은 정지숙 씨만 할 수 있는 표현 방법이다. 농촌지역에서는 말이다.


    “정 선생, 포즈가 너무 멋있어.”
    “선생님, 제가 애들하고 놀다보니 아직 어려서 그래요.”라며 빙긋 웃고 만다.


    그녀는 댄서


    밸리 댄서 정지숙. 명함에 적힌 그녀의 직업이다. 그녀는 에어로빅 강사, 스포츠댄스 강사, 밸리 댄스 강사 등 댄스 관련 자격증만 10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중 자신과 제일 잘 맞는 춤은 밸리 댄스란다. 그 동안 다양한 춤을 섭렵했지만 뒤늦게 접하게 된 밸리 댄스를 제일 좋아 한다고 했다. 그녀에게 밸리 댄스는 또 다른 한 줄기 서광이었으며 색다른 춤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유혹자였다.


    밸린 댄스 불모지에 뿌린 씨앗


    “선생님, 지금은 밸리 댄스가 많이 퍼져있는데요, 제가 밸리 댄스를 배울 때는 먼 지역까지 가야했어요. 저는 대전에 가서 배웠거든요. 우리 선생님(제자)은 제게 배웠는데요 강사 자격증 따서 저랑 같이 학생들 지도해요.
    정씨는, 지금은 밸리 댄스의 동반자이지만 전에는 제자였던 박지혜 씨가 대견한 모양이다.


    박 씨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정지숙 씨에게 밸리 댄스를 배웠다. 그리고 그 당시부터 정 씨와 함께 행사에 공연 팀으로 참석하곤 했다. 그 초등학생이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어 선생님과 같이 다른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앳돼 보이는 얼굴, 나이는 성년이지만 얼굴은 영락없는 17살 소녀의 모습이다.


    정 씨가 밸리 댄스를 시작할 당시 진도군을 비롯한 인근 지역은 밸리 댄스 불모지였다. 크고 작은 행사가 많던 시절이라 행사장에서 밸리 댄스 한 번 쯤은 구경할 만도 했었겠지만 결코 그런 일은 없었다. 전국에 밸리 댄스가 보급되는 시작하는 시기라 농촌지역까지 보급되기에는 시간이 좀금 더 필요했던 것 같다.


    이때 해성(?)처럼 무대에 등장한 밸리 댄서가 있었다. 어떤 때는 비슷한 연배의 파트너와 함께, 또 어떤 때는 대여섯 명의 초등학생과 함께 무대에 올라 육감적이고 현란한 몸놀림으로 관중의 호기심과 갈채를 받은 이들이 있었다. 그가 바로 밸리 댄서 정지숙 씨와 그녀의 제자들이었다.


    화려함과 화사함 사이를 넘나드는 엉덩이 치마, 관객들이 아무리 눈을 돌려도 피할 수 없는 치명적인 배꼽, 조금이라도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야리야리한 몸매, 그것들이 뿜어내는 격정의 몸짓은 유니크한 춤의 진수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렇게 길거리 공연 수개월. 정 씨의 이런 수고는 헛되지 않았다. 밸리 댄스는 이제 각종 행사장에서 공연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정 씨가 밸리 댄스의 불모지에 밸리 댄스의 보급을 앞당긴 것이다.


    밸리 댄스는 여자의 운동


    “선생님......, 처음에는 밸리 댄스하는 사람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무지 많아요. 아주머니들도 많아졌고....., 밸리 댄스하고 난 후 정말 만족하고 계세요.”
    그녀는 쑥쓰러운 듯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어간다.
    “밸리 댄스는 괄약근 운동이라 여자들한테 너무 좋아요. 그리고 여자 배를 따뜻하게 해 주는 운동이라서 애 못 낳은 여자들이 얘를 가질 수 있어요. ......몇 년 동안 임신을 못했던 여자 분이 밸리 댄스를 몇 개월 하고 난 후 임신하는 것을 봤어요. 지금 밸리 댄스하는 아주머니들도 밸리 댄스하고 난 후 많이 달라졌다고 말해요.”
    정 씨의 밸리 댄스 예찬은 끝이 없다.


    자신에게는 터키 스타일의 밸리 댄스가 더 좋아


    정 씨는 “현재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밸리 댄스 동영상은 기본동작에서부터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며 “아마 협회가 달라 그런 것 같다”고 설명해 줬다. 정 씨는 또 “요즘은 동작이 큰 퓨전 밸리 댄스도 많이 보급되고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은 터키 전통의 밸리 댄스를 더 선호한다”고 했다. 그래서 금년 8월에는 터키에가 가 밸리 댄스 연수를 할 계획이라고 귀띰해 줬다.


    춤보다 마음이 더 예쁜 사람


    “선생님, 우리도 봉사활동 하러다녀요.”
    대화 말미에 정 씨가 뜻밖의 제안을 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이었다. 사실 그녀는 이전부터 지역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른 팀과 같이 활동하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은 모양이다.
    정 씨를 아는 사람에게는 별로 놀라운 말은 아니다. 기자가 이전부터 알고 있는 그녀는 이런 사람이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남을 배려하고 할 줄 알고 타인을 위할 줄 아는 속 깊은 사람이었다.


    “정 선생, 기사에 나오려면 사진을 찍어야지. 예쁘게 찍어줄게”
    “예, 옷이랑 다 준비해왔어요.”
    옷 갈아입을 장소가 마땅치 않았는데 식당 주인에게 부탁을 했나보다. 금방 밸리 댄스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온다. 그런데 밸리 댄스 복장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녀는 기자가 지정해 주는 장소에서 밸리 댄스를 춘다.
    카메라의 고속 셔터가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를 쓸어 담는다.
    음악은 없다. 음악이 없어서인지 그녀의 표정에서 쑥스러움이 묻어나온다.
    그러나 기자의 귀에는 밸리 댄스 음악이 들려온다. 격정적이고 강한 밸리 음악이 전신으로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듯하다.
    그녀가 미처 알지 못할 뿐, 그녀의 춤은 음악도 품고 있는가 보다.


    <윤승현>

    • 관리자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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