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의장의 반박에 대한 재반박문

  • 김형오의장의 반박에 대한 재반박문
     
    김형오 국회의장이 내 책 내용과 관련해 반박문을 보냈다. 책을 꼼꼼히 읽어준 의장에게 일단 감사한 마음을 표한다.(읽어준 것에 먼저 감사를 드린다.) 언론을 통해 김의장의 입장이 보도된 만큼 나도 내 입장을 밝힐 필요가 생겼다. 김의장이 굳이 공개적으로 답변을 요구한 것은 나의 재반박 글이 공개되는 것도 불가피하다는 것을 감안한 것으로 이해한다. 내가 낸 책이 독자들의 입장에 따라 여러 시각에서 읽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굳이 공개서한으로 반박을 한 것에 대해서는 당혹스럽다. 내용에 대해서 논쟁하는 것은 얼마든지 환영하는 일이다. 다만 생산적인 논쟁이 되기만 바랄 뿐이다.
    김형오 의장이 제기한 몇 개의 질문에 성의껏 답한다.
     
    1. “본회의가 있던 아침에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이 모인 자리에 김 의장이 불려갔고, 심하게 압박하자 그만 굴복하고 말았다”라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
    김형오 의장은 3월 2일 한나라당 최고위원들과의 회동이후 갑작스레 입장을 바꿨다. ‘중재’에서 ‘직권상정 강행’ 으로 입장이 바뀐 까닭에 대해 당시 모든 언론은 여권의 전방위적인 압력에 의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압력을 거부할 지, 굴복할 지는 전적으로 김의장에 달려 있던 상황에서 그 스스로 낸 중재안을 철회하고 여권의 직권상정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 분명한데 어떤 것이 사실 왜곡이라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김의장이 몇시간만에 뒤집은 합의문은 무려 양당 정책위의장 10여차례, 양당 대표회담 3차례, 국회의장 주재의 원내대표 회담을 거쳐 당일 새벽에 합의에 이른 것이다. 야당은 이 합의문이 휴지조각이 된 데 대해 의장의 적절한 해명을 듣지 못했다. 야당과 국민입장에서는 국회의장이 권력에 굴복했다고 알고 있다.
    단지 원고중에 ‘불려간 것’이란 표현에 대해서 문제제기하는 것이라면 이 역시 시각의 차이라고 말한다.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의 회동 요구에 응한 것은 국회의장 자신이다.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이 언론에 아무런 설명없이 최고위원회의까지 취소하고, 긴급히 국회의장을 만나기를 원했고, 의장은 이를 거부하지 못했다.
    시간과 장소를 자신이 정했고 간곡한 만남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의장의 해명이 이 부적절한 만남을 정당화해주지 못한다. 한나라당과 청와대에서 ‘직권상정을 하라’는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의장이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부적절하게 만났다는 표현과 불려나갔다는 표현간에 어떤 차이가 있다는 것인지 구분되지 못한다.
    아래 언론 기사에서도 의장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압박에 항복했고, 김의장을 불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언론도 정황을 그렇게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 3.2)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공개압박이 가속되자, 김의장은 이날 날 오후 스스로 만든 중재안을 통한 협상을 포기하고 방송법 등 쟁정법안을 ‘직권상정하겠다’고 사실상 항복했다
    *(서울신문 3.2)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은 김 의장을 밖으로 불러냈다. 오전 9시30분부터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의장 중재안’을 놓고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2. ‘김의장이 전화가 와서 거세게 항의하기에, 나는 무슨 낯으로 내게 그런 말을 하느냐고 대꾸했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쪽에서 통화한 사실까지 언론에 흘려서 기사화되었다. 스스로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위였다“는 내용이 잘못됐다는 주장에 대해.
    의장을 윤리위에 제소한 사유는 명백하다. 의장이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공평무사하고 성실하게 의장의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장은 미디어법 처리과정에서 ▲본회의 일방취소 ▲심사기일 일방지정 ▲국회 본청에 대한 보좌진과 당직자 출입 통제 ▲경찰병력 동원 ▲교섭단체 합의문 일방파기 ▲ 국회의장의 중립의무 위반및 당적보유금지 위배 등 국회법의 조항과 취지를 위반했다.
    입법부 수장은 국회의 권위와 법질서 수호 임무를 내버렸다. 청와대와 여당의 강박에 굴복해서 경찰력과 직권상정 권한을 총동원해 야당을 압박하고 국민 대다수의 뜻을 거역하며 불법과 권한남용을 저질렀다. 윤리위 제소는 마땅한 일이었다.
    전화 통화 내용 공개에 대해 우리측이 공개했다고 말하고 있다. 전혀 사실과 다르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국회의장실에서 먼저 공개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날 의장의 전화를 받은 때는 최고위원회가 열리기 전이었고 대표실에는 나와 강기정 비서실장 단 둘이 있었다. 의장의 전화를 받고 화가 났지만 그러고 말았다. 언론에 이야기할 거리도 아니었고, 이미 우리는 윤리위 제소를 했기 때문에 외부에 가타부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언론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비서실장에게 확인을 요청했고 강실장은 본인이 옆에서 들었던 내 발언과 분위기를 확인해줬다고 한다. 보도 내용을 보면 언론은 일제히 취재원을 ‘국회의장실과 민주당’ ‘국회와 정치권’ ‘국회의장실과 정대표측’ 등 쌍방으로 기록하고 있다. 또 보도 내용중에서 특이한 것은 민주당에 대한 것은 내 짧은 발언과 분위기이지만 김의장이 했던 말에 대해서는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수화기를 통해 나만 들었고, 내가 옮기지 않았는데 언론은 의장의 말을 어디서 들을 수 있었는지는 자명한 일이다.
    가장 먼저 보도됐던 연합뉴스 기사를 보면 전후 맥락을 자세히 알수 있다. 김의장의 자세한 발언은 기자들이 어디선가(우리는 국회의장실로 생각함) 취재한 내용이며, 정대표측으로 표현된 강기정 비서실장의 말은 언론의 질문(의장의 전화에 대한 내 발언과 분위기)에 답한 것이다.
    * 연합뉴스 3.6
    국회의장실과 정 대표측에 따르면 김 의장은 이날 오전 정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이럴 수 있느냐. 징계안 제출은 민주당의 잘못을 의장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비열한 처사"라고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은 또 "국회의원 윤리강령, 국회법 어디를 봐도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의 처사는 터무니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는 후문이다.
    이에 정 대표도 "비열하다니 누가 비열하냐. 비열한 것은 국회의장"이라며 "한나라당 말만 듣고 약속을 깬 게 누구냐. 터무니 없는 뒤집어씌우기 하지 마시라"고 되받아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 현장에 있던 민주당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대표가 통화 도중 벌떡 일어났으며 `그런 식으로 국회를 운영해 보시라'며 매우 화를 냈다"고 말했다.
    상식적인 질문을 던진다. 유감의 뜻을 가지고 먼저 전화를 걸어 항의한 사람과 항의를 받은 사람중에서 어떤 사람이 이를 공개할 가능성이 높은가. 당연히 항의하는 사람이지, 항의받는 사람은 아니지 않는가?
     
    3. “김형오의 비타협주의”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
    책 전체의 내용을 통해 언론악법에 대해서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거듭해서 밝혔다. 타협은 의회민주주의에서 의사결정에 다다르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임에 분명하다. 허나, 민주주의의 근본규범을 훼손하는 법규까지 타협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선출된 다수라고 해서 그들이 인권을 탄압하든 언론을 장악하든 모두 허용된다는 정치학 교과서는 없다. 정치학을 전공한 김형오 의장 본인이 잘 알 것이다. 더구나 민주주의로 선출된 의회가 민주주의에 칼끝을 겨눈다면 이를 방관하란 말인가, 협조하란 말인가. 그것도 정부와 청와대에서 내민 법안을 한나라당 의원 몇 명의 이름으로 발의하는 이른바 ‘청부입법’ 행태에 대해 우리는 줄곧 문제제기해 왔다.
    우리는 소수의석의 한계를 절감하며, 언론악법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고, 이에 대해 국민들은 성원해 주었다. 우리의 방법 중에는 상궤를 벗어난 것도 있었지만, 상식을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입법에 대해 소수 야당으로서 다른 도리는 없었다. 의회에서 이런 악법을 순순히 통과시켰다면, 시민사회에서 일어났을 파국은 훨씬 더 크고 광범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결국 다수의 힘을 앞세워 물리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처리에 돌입하기에 우리는 하는 수 없이 타협에 응하게 되었다. 대화에 들어갔다. 그 순간 김형오 의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직권상정을 선언했다. 민생입법이 아니니 서둘지 말라던 그가 여야간 협상에 돌입한 상황에 기습상정한 데 대해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그동안 겉으로는 타협과 협상을 반복해서 주문해 왔지만, 기습상정을 통해 그의 말이 허구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책에서 나온 “김형오 의장의 비타협주의”는 이때를 가리킨 표현이었다. 전체 맥락을 거두절미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고 편리한 데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4. “김형오 의장은 약속을 저버렸다”는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
    김형오 의장은 스스로 했던 말과 행동에 대해 기억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첫째, 3월 2일 스스로 제시했던 중재안을 포기했다. 의장은 자신이 제안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고도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압력에 의해 합의문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야당과의 약속을 8시간 만에 손바닥 뒤집은 것은 약속위반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둘째, 7월 19일 새벽 의장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문제는 방송법인데, 이 법은 민생과 직결된 법이 아니다. 이른바 조•중•동 보수 언론을 어떻게 참여시키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밝혔다. 미디어법의 직권상정 여부를 놓고 ‘정당성 없음’으로 스스로 답한 것이고, 직권상정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래놓고 의장은 직권상정을 강행했다. 정작 자신이 민생법안이 아니라고 한 미디어법을 여야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날치기를 강행한 것은 대국민 약속위반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온 국민이 보라고 홈페이지에 글을 쓰고, 이걸 뒤집은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저버린 것 아닌가? 당시 상황은 의장이 직권상정을 안 하겠다는 의사만 확실하게 표현하면 한나라당은 어떻게든 야당과 협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김의장의 오락가락한 행태와 약속위반이 결국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셋째, 김의장은 미디어법 직권 상정 나흘전인 20일 성명을 통해 "본회의장 단상 점거는 용납할 수 없으며 단상을 점거하면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의장의 말을 믿었지만 결국 속은 셈이 됐다. 한나라당은 의장을 경고를 보란듯이 무시하고 22일 오전 9시 15분께 본회의장을 기습점거했다.
    김의장은 한나라당에 어떤 불이익도 주지 않았다. 자신이 한 말을 정면에서 짓밟고 의장석을 점거한 한나라당이 주장한 직권상정을 외면했어야 마땅하다. 외면은 고사하고 직권상정을 강행했으니 사전에 잘 짜여 진 각본에 의한 것이란 의심을 샀다.
    불이익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한 해명 또한 초라하다. 처음에는 ‘의장석만은 괜찮으니 점거가 아니다’라고 했다. 나중에는 “불이익 조치를 취하려고 했지만 본회의장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했다. 민주당이 당시 출입문을 봉쇄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이유는, 한나라당 의원들에 의해 이미 의장석이 점거당했고 동시에 국회의장은 직권상정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김형오 의장 자신의 직권상정 발언이 없었다면 야당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첨언. 의장은 직권상정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사학법을 예로 들었다. 사립학교법과 미디어법을 비교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나는 당시 열린우리당의 원내대표로서 사학법 처리를 주도했다. 미디어법은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내용을 모를 정도로 급조된 법안인데 비해, 사립학교법은 이미 지난 정기국회에서 심의된 법안이었고, 한나라당과 대화하고 설득하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그러고도 한나라당이 한 치 양보도 허용치 않기에 다른 모든 정당의 동의를 얻어 다수 의견을 모았고 국회의장을 설득한 끝에 직권상정에 이른 것이다.
    사립학교법 하나의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이리 힘들었지만 김형오 의장은 국회의장을 맡은 지난 1년 동안 21건의 직권상정을 남발했다. 2008년 12월 14건, 2009년 4월 3건, 2009년 7월 4건 등이다. 이만섭 의장은 국회의장을 2번씩 하면서도 단 한번도 직권상정을 하지 않았다. 김원기•임채정 의장은 단 한차례의 직권상정이 있었을 뿐이다.
     
    5. “개헌논의에 선하지 못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내용에 대한 반박
    “선하지 못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고 썼다. 그렇게 생각이 드는 데 대해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지 고민스럽다.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든 데 대해 자신의 행실을 되돌아보는 게 어른스러운 자세가 아닐까. 상대의 생각까지 단속하려 드는 것인가.
    김형오 의장이 주창하는 개헌이 나라의 백년대계를 바라보고 국민적 통합을 이루기 위한 것이길 바란다. 민주적이고 능률적인 권력구조를 설계하고자하는 순수한 동기이길 바란다. 하지만 그런 개헌을 말하기에 김형오 의장은 18대 국회를 너무도 편파적으로 운영했다. 행정부에 대한 견제기능을 상실하고 권위주의 시대 통법부의 지위로 스스로를 전락시켰다. 국회법을 어겨가면서 무리하게 악법을 통과시키고도 사과 한마디 없다. 의회 수장이면서 자신이 통과시킨 법의 운명이 사법부의 판단에 달려있는 작금의 현실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사람이 제안하는 개헌에 대해 “선하지 못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품게 된 내 자신에 대해, 김형오 의장의 권고대로 성찰해 보겠다. 김 의장도 자신을 돌아보면 좋을 것이다.
     
    6. 책의 서술 방법에 대한 반박.
    “의장”이라는 직함을 붙이지 않은 데 대해 불쾌했다면 사과한다. 하지만 내 책은 서한문이나 성명문이 아닌 본격적인 저작이다. 제 3자에 대해 굳이 직함이나 존칭을 생략하는 게 일반적인 관례이다. 김형오 의장만이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 등에 대해서도 똑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나는 이 책을 두 대통령이 살아있는 동안 집필했고, 서거했다고 표현을 고치지도 않았다.
    나는 본래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사람이고 이는 김형오 의장 본인도 잘 알 것이다. 무례한 행동을 워낙 싫어하는 바람에 일부에게는 고루한 사람처럼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그들 간에 지키는 예의와는 별도로 일반 독자들에게는 모두 평등한 개인으로 다루는 것이 온당하다고 본다. 모든 저술가들이 그렇게 쓰고 독자들이 읽는다. 유독 국민에게 선출된 대표들이 국민들을 상대로 글을 지으면서 그 분이 어떻고, 저 분이 어떻고 하는 것이 꼭 옳은지에 대해 나는 회의적이다.
    나는 여러 곳에서 비판적인 서술을 하였으며, 그것은 비단 김형오 의장에 대한 것만은 아니었다. 생존 인물에 대해 부정적 이야기를 쓰지 않는 게 예의라고 하였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라고 해서 남에게 부정적인 언급을 하는 게 마음 편한 일은 아니다. 내 성정(性情)에 어울리지 않고, 김 의장의 서한처럼 상대가 반박하고 불쾌감을 표할 수도 있다. 내 비판적 언급으로 인해 김형오 의장이 마음을 상했다면 그것은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공인(公人)은 비판에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신념이다. 특히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은 그들끼리 편안하고 화기애애하기만 해서는 곤란한 일이다.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대표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해야할 정치인들이 어떠한 잘못이나 오류에 대해서도 서로간의 인간적 관계 때문에 비판을 삼간다면 국민들에게는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모욕적 언사나 사실관계의 왜곡이 있어선 안 되겠지만, 내 책에서는 그런 구절이 없다고 자부한다. 더구나 그 비판도 내 당파에게 불리하다는 이유가 아니었다. 의회주의,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보편적인 차원에서 접근했다. 반박하고자 한다면 그런 보편적 기준에 입각해주면 좋겠다.
    우리 민주당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 걱정해주어 고맙다. 그것은 이 책 전체를 관류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나는 민주당의 어려움에 대해 깊이 고민했고, 여러 차원에서 그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다루었다. 나는 우리의 문제를 상대방에게 떠넘기지 않았다. 그런 유혹과 맞서 싸웠고, 스스로를 성찰하려고 했다. 서문부터 모든 장에서 책임성있는 태도를 견지했다. 어쨌든 내가 질 책임을 상기시켜 준 데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한다.
     
    김형오 의장께.
    서한을 통해 여러 문제제기를 해왔는데, 대부분은 같은 사실에 대한 해석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나름대로 해석했고, 의장 측에서는 그것을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할 수만 있다면 생산적인 논쟁이 될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그런 논쟁은 국민들에게도 좋은 효과를 미칠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고 부적절한 방법으로 쓰여진 이 책을 바로잡지 않고 역사에 남길 수는 없다”는 위협조의 구절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남의 생각과 표현을 자기 맘에 들지 않는다고 고치겠다는 것인가. 만일 내 서술 중에 사실을 왜곡한 게 있다면 말해보라. 그렇지 않고 단지 다르게 이해한다고 해서, 유감스럽다 해서 뜯어 고치겠다는 발상에서 언론과 출판의 자유가 유린당했던 70~80년대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2009년 9월 20일
    민주당 대표 정세균

    • 관리자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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