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바긴, 포괄적 패키지, 원샷딜, 용어는 현란한데..

  • <논평>  그랜드 바긴, 포괄적 패키지, 원샷딜, 용어는 현란한데..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북이 핵을 폐기하면 북한에 확실한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국제지원을 본격화하는 그랜드 바긴(grand bargain)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미 대통령이 포괄적 패키지를 제안하고, 학자들이 원 샷 딜(one shot deal)을 주장한데 이어 나온 또 다른, 새로운 외교용어, 어륀지 정권다운 용어이다.

    청와대는 ‘포괄적 패키지가 지원을 강조한다면, 그랜드 바긴은 북핵폐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제안자의 의도가 무엇이든 국민이 언뜻 듣기에는 ‘흥정한다’라는 의미가 강하게 들어 있는 ‘바긴’이라는 용어가 ‘포괄적 패키지’나 ‘원 샷 딜’이라는 용어보다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처럼 들린다. 게다가 일부 언론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한국 정부가 400억 달러 규모의 대북원조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는 보도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용어야 어떻든 일괄타결 방식이라는 점은 똑같은데, 왜 제안자마다 제각각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지, 국민은 정말 헷갈린다. 걱정된다. 악몽도 떠오른다.
    어차피 북한이 이명박대통령의 ‘그랜드 바긴’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실제로 구체적인 협상에 돌입하게 되면, 협상기술상 또다시 단계별로 쪼개서 행동하고 보상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교적 수사용어가 현란해질수록, 미덥지 못하다. 대통령과 정부는 보다 정확하게 제안의 내용과 의미를 국민 앞에 친절하게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이미 북한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협상을 통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조건으로 경수로 원전과 식량 및 중유 지원 등 막대한 이득을 챙긴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은 그 후에도 2번이나 핵실험을 강행했고, 우리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미 버릇이 나빠질 때로 나빠진 망나니를 여럿이서 어르고 달랜다고 되겠는가?
    그랜드 바긴에 걸맞는 그랜드 생션(grand sanction), 대제재가 병행되어야만 그랜드 바긴이든 포괄적 패키지든, 원 샷 딜이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2009.   9.   22.    자유선진당 대변인   박  선  영

    • 관리자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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