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선언 5주년 기념토론회 특별대담 발제문

  • 문재인의 한반도 평화구상
     
    1. 인사말씀
     
    10.4 남북정상선언 5주년 토론회에 참석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만나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채택한지 어느덧 5년이 지났습니다.
     
    그날의 감격이 엊그제 같은데 10.4 선언에 서명을 했던 두 주역은 지금 우리와 함께 있지 않습니다. 10.4 선언이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두 분만의 소유물은 아닐 것입니다. 10.4 선언은 평화를 다지고 번영을 여는 길을 향해 내딛는 큰 걸음이었습니다. 남아 있는 우리가 10.4 선언의 역사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2013년은 정전협정체결 60년입니다. 뿐만 아니라 남북을 비롯하여 미-중-러-일 등 6자회담 참가국가 모두에서 새로 출범한 지도부가 대면을 하게되는 해입니다. 이러한 국제환경의 변화를 맞이해서 우리의 나아갈 바에 대한 저의 소견을 밝히고자 합니다.
     
    2. 회고와 다짐
     
    저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저는 두 정상이 논의할 의제와 합의문에 담아야 할 사항을 총괄적으로 준비했었습니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남북정상회담이 대통령 임기 말이 아니라 초반에 이뤄졌으면 훨씬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취임 첫해에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제안을 국민 여러분께 이미 드렸던 것입니다.
     
    현 정부 5년 동안 망가진 남북관계의 실상에 대해서는 제가 굳이 여기서 나열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남북관계는 바닥을 쳤습니다.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현 정부보다 더 나은 남북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이명박 정부보다 나은 정책’이 아닙니다. 단순한 ‘참여정부 시절로의 복귀’도 아닙니다. 참여정부를 끝으로 중단됐던 지점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하겠지만, 신속한 복원 후에는 곧바로 새로운 한반도의 미래를 개척하는 쪽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나아가야 합니다.
     
    3. 남북경제연합
     
    제가 8월 17일 발표한 ‘남북경제연합’은 바로 그러한 목표를 요약한 것입니다. 남북경제연합은 경제 분야에서 먼저 사실상의 통일로 나가겠다는 구상입니다. 6.15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남북공통의 통일방안에 따라서 통일의 길로 나가는 초석을 놓기 위한 방안입니다. 한반도 경제 시대의 개막을 통해 한국 경제의 제2의 도약을 실현하고, 그것을 토대로 평화-경제-안보가 선순환하는 남북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역대정부는 이미 북한과 남북경제연합의 청사진과 세부규정이 될 만한 내용들을 상당부분 합의하였습니다. 노태우정부에서 ‘남북기본합의서’와 ‘남북기본합의서 경제협력부속합의서’를 합의했습니다. 김대중정부 들어와서 ‘615 공동선언’과 ‘경제협력 4대 합의서’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정부에서는 10.4 선언에서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구성을 합의했습니다.
     
    이런 합의가 남북경제연합의 밑그림입니다. 남북경제연합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남북관계를 복원시키는 다리를 놓겠습니다. 당선 이후에 북한에 특사를 보내서 취임식에 북측 인사를 초청하겠습니다.
     
    북측과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김대중 정부의 615 공동선언 그리고 노무현정부의 10.4 선언의 정신을 재확인하겠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를 가동하겠습니다. 남북관계 신뢰회복을 위한 첫 사업으로서 개성공단을 활성화시키고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겠습니다. ‘제2의 개성공단’ 조성을 통해 남북경협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서해에서 남북공동어로를 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겠습니다.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인천-개성-해주를 연결하는 황금의 삼각지대로 발전시키겠습니다. 나아가 한반도 서해안과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신하고 있는 중국의 발해만과 산둥반도를 묶는 남-북-중 삼각협력을 실현하여 황해경제권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서해 북방한계선 주변에서는 가을철 꽃게잡이를 위한 북한 어선의 연이은 남하 때문에 우리 해군이 경고사격을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불안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안정시켜 국민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길은 10.4 선언의 합의대로로 이 일대를 공동이익을 창출하는 평화협력지대로 바꾸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에 의해 10.4 선언이 부정된 이후 서해 북방한계선에서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 북방한계선에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또 북풍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북풍은 우리 정치를 후퇴시키고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뿐입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북풍이 없는 대통령선거가 되어야 합니다. 국민들은 평화를 선택하실 것입니다.
     
    저는 북한 당국이 서해 북방한계선에서 신중하게 행동해줄 것을 바랍니다. 우리 정부 역시 신중하게 행동을 할 것을 요청 드리는 바입니다.
     
    황해경제권과 함께 동해안에서 철도와 가스관을 연결하여 북방대륙으로 진출하는 동해경제권 구축을 북한과 함께 추진하겠습니다. 남북경제협력이 활성화되면 저는 임기의 후반기에 남과 북이 그동안 합의한 각종 경제협력합의서들을 집대성해서 ‘남북간 포괄적 경제협약’을 체결하겠습니다. 이 협약이 남북경제연합의 법률적인 토대가 될 것입니다.
     
    남과 북이 협력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취약한 인프라가 시급히 개선돼야 합니다. 저는 이미 남북경제연합을 제안하면서 우리와 각국의 민간기업, 국제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한반도인프라개발기구’(KIDO) 설립을 약속하였습니다.
     
    KIDO와 함께 ‘북한개발투자공사’를 설립하겠습니다. KIDO가 공공부문의 북한 인프라 건설을 총괄한다면, ‘북한개발투자공사’는 민간부문의 북한개발사업을 총괄하는 기구라 할 수 있습니다. ‘북한개발투자공사’는 북한의 자원을 개발하려는 민간기업이나 수익을 겨냥하는 펀드나 연기금 등의 대북투자를 이끌어갈 것입니다.
    ‘북한개발투자공사’는 외국투자자를 포함한 민간부분에서 자금을 조달하여 정부예산 지출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4. 한반도 평화구상
     
    남북경제연합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의 문을 열어가기 위해서 제가 구상하고 있는 것이 ‘한반도 평화구상’입니다.
     
    ‘한반도 평화구상’이란 북핵문제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구상입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의 최종 종착지는 북한의 핵 포기입니다. 그런데 북핵 문제는 한반도의 대결적 구조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한반도에 엄연히 존재하는 남북대결, 북미 대결 등과 함께 풀어가야만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핵 포기를 남북관계나 평화체제 논의보다 우선하는 ‘북핵 우선론’을 주장하며 대북정책을 폈습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후퇴하고 남북대결 속에서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으며, 북한의 핵 능력은 오히려 강화되었습니다. 이러한 북핵 우선 정책의 실패는 우리에게 북핵과 남북관계 그리고 평화체제 문제를 병행하여 풀어야 한다는 값비싼 교훈을 안겨주었습니다.
     
    저는 북핵문제 해결의 3원칙으로서 ‘북핵 불용’, ‘9.19 공동성명 준수’, ‘포괄적 근본적 해결’ 을 제시합니다.
     
    북한핵을 포기시키기 위해서는 2005년 제4차 6자회담에서 만들어낸 9.19 공동성명의 이행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국내외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고 북한핵을 폐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접근’입니다.
    북핵 폐기 과정에서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북미관계와 북일관계를 정상화하며, 남북대결구도를 해소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런 포괄적인 접근만이 북한 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 가능하게 해 줍니다. 지난 20여년 동안 악화돼온 북핵문제의 과거가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포괄적 접근방안을 구체화한 한반도 평화구상을 준비하겠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한반도 평화구상 초안을 확정하겠습니다. 그리고 취임 직후인 2013년 여름까지 한미,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미중과 이 평화구상 초안을 조율하겠습니다. 그리고 취임 첫해에 남북정상회담을 실현하여 김정은 위원장과 이 구상에 대한 합의를 이루겠습니다.
     
    이어서 6자회담 참가국들과 조율을 거쳐 취임 2년차인 2014년 상반기에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6개국 정상선언’을 도출해내겠습니다. 그리고 이 정상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기구들을 2014년 말까지 출범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이 한반도 평화구상의 로드맵입니다.
     
    이처럼 6개국 정상선언이 보장한 한반도 평화구상을 실천해 나가면서 북핵문제 해결과 북미, 북일관계 정상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 전환을 추진하겠습니다.
     
    그와 같이 한반도 평화구상에 따라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면, 우리는 그때까지 한반도 평화구상을 실행해 온 기구들을 동북아 다자안보협력기구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동북아다자안보협력 본부는 비무장지대에 유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를 근원적으로 막고 있는 두 가지 사안은 북핵문제와 정전체제입니다. 한반도 평화구상은 이 두 가지 사안들을 분리시키지 않고 포괄적 융합적 차원에서 대담하게 접근하자는 구상입니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동시에 북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을 위해서는 핵심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이 만족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은 한미공조와 남북협력의 두가지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특별한 위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어서 이러한 한국의 특별한 위상을 최대한 살려내겠습니다. 북한과 미국이 협력할 수 있도록 평화촉진자의 역할을 하겠습니다.
    이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각계의 능력 있는 전문가들로 범정부 차원의 ‘한반도 평화구상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겠습니다. ‘한반도 평화구상 추진위원회’는 ‘남북경제연합위원회’와 함께 평화와 공존의 문을 여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남북 사이에는 남북경제연합을 통해서 사실상의 통일의 길로 성큼 다가서고, 국제적으로는 한반도 평화구상 추진을 통해서 남북경제연합을 위한 평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5. 초당적 협력과 시민참여형 통일운동
     
    한반도 평화구상과 남북경제연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초당적인 협력을 하겠습니다. 야당과 정책의 기조와 방향에 대해 협의하고 외교안보 정보를 공유하겠습니다.
     
    한반도 평화구상과 남북경제연합 추진과정에서 국민적인 합의기반을 강화하겠습니다. 시민이 참여하는 분단체제 극복의 길을 걷겠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헌법기구인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의’가 풀뿌리에서부터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과 소통할 수 있게 만들겠습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를 비롯한 민간단체들이 보수와 진보의 남남대화를 활성화할 수 있게 지원할 것입니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7대종단을 비롯한 범종교계의 의견을 경청하고 남북 종교교류를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2000년에 채택된 ‘유엔안보리 결의안 1325호’ (여성평화안보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여성들의 참여와 역할을 높이겠습니다.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활발해졌다가 이명박 정부들어와서 명맥이 끊긴 지방자치단체의 대북교류협력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지자체 동반형’ 교류협력모델을 구축하겠습니다. 남북사회문화교류를 위한 민간단체의 자율권도 큰 폭으로 늘려서 남북 사이의 인적 접촉이 활발해지도록 하겠습니다.
     
    6. 마치며
     
    저는 대통령 출마선언문에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을 강력한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씀드린 평화는 정치적 구호로서의 평화가 아닙니다. 이 땅위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 모두의 행복추구를 위한 실질적 도구로서 평화입니다. 평화롭게 사는 것은 국민들의 권리이므로 국가는 국민들에게 평화를 보장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한반도는 근대이래 국제정치의 갈등이 첨예하게 집중된 곳입니다. 지정학적 조건 때문입니다. 열강들의 전쟁, 식민지, 분단과 전쟁, 그리고 오랜 불신과 증오의 상처가 이 한반도 땅 위에 남아 있습니다.
     
    이제는 그 비극을 딛고 일어서서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변 국가들에게 들려줘야 할 때입니다. 역사적 비극의 주인공이었던 우리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럴 수 있는 자격이 있고 그래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전쟁의 상흔에 머무르지 않고 정전을 넘어, 이제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의 시대를 선도해나가는 당당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할 때입니다. 문재인이 평화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관리자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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