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대 반노로 싸우는 전대 뒤엔 분당입니다

  • 민주당의 혁신을 기대하는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

  • 대구 수성(갑) 지역위원장

    김 부 겸

     


    출마를 안 하면 그만이지, 굳이 떠들고 다닐 이유가 있나 싶어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 기사화까지 되었으니 거취를 분명히 해두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라 보았습니다.  


    그동안 전대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당내외의 많은 분들도 만났습니다. 제가 얻은 결론은 이렇습니다.


    우리 민주당이 처한 위기의 실체는 두 가지입니다. 신뢰와 능력의 위기입니다. 위기를 타개하는 길은 민주당 스스로의 쇄신, 즉 자강이 우선입니다. 그런 다음 당 밖의 개혁세력과 연합을 도모해야 합니다.


    민주당은 대안정당으로 거듭 나야 합니다.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에 천착해서 그 대안을 구체적으로 내놓고 실천해야 합니다. 싸우는 당이 아니라 일하는 당이 되어야 합니다.


    평소 당의 고정 지지층만 바라볼 게 아닙니다. 새누리당이 싫지만, 민주당도 온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비판적-소극적 지지층이 많습니다. 이들을 민주당의 항상적 지지층으로 담아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선거 때 반짝 요행수로 이기려고 해서는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말이나 이론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습니다.

     


    되돌아보면 암울했습니다.

    제일 아픈 게 ‘김부겸은 친노의 대리 후보’라는 소리였습니다. 거기엔 이번 전대를 친노 대 반노, 그리고 대선 패배 책임자 심판 구도로 짜겠다는 의도가 들어 있습니다.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께 엎드려 말씀드립니다. 절대 이번 전대가 친노 대 반노 구도로 가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퇴행입니다. 만날 계파로 나뉘어 자기들끼리 치고받다 망한 당이라는 소리 계속 듣다간 우리 다 죽습니다.


    ‘어떻게 된 당이 대선에서 지고도 책임지는 자 하나 없는가?’라는 질타도 아팠습니다. 저 김부겸, 이번 대선 패배의 책임이 큽니다. 공동 선대위원장으로서 무능했고 무기력했습니다. 그런데도 우물쭈물 시치미 떼고 있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그런 두 가지 뜻에서 저는 5.4 전대 출마를 포기하고자 합니다.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저의 포기로 이번 전대가 친노-반노 싸움이나 대선 패배 심판론으로 흐르는 것을 막아주십시오. 그리고 쇄신과 전진을 위한 전당대회로 만들어 주십시오. 지금 우리가 구해야 할 것은 당권이 아니라, 당입니다. 위기에 처한 민주당을 구해 내는 데 모든 힘과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

     


    저는 정치 입문 20여년 만인 2011년, 제 이름으로 첫 책을 냈습니다. 제목이 좀 특이했습니다. ‘나는 민주당이다’입니다. 그 민주당이 지금 풍전등화입니다. 총선과 대선에서 연거푸 패배했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교수는 신당을 창당하려 할 겁니다. 자칫하면 야권 전체가 분열과 상호 비방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입니다.


    지금은 다시 대구에 내려와 있습니다. 수성구 골목 길, 시장 길을 누비며 늦은 구정 인사를 드립니다. 여야 대치 상황 때문인지 은근히 비꼬는 시선과 혀를 끌끌 차는 구박인들 왜 없겠습니까? 그래도 눙치기도, 맞받기도 하면서 박근혜 정권 치하 야당의 길을 뚜벅뚜벅 걸으려 합니다. 그렇게 ‘나는 민주당’입니다. 그러므로 저에게 힘이 되는 민주당을 만들어 주십시오.  


    이번 전대가 민주당이 국민에게 희망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제가 먼저 던집니다. 미욱한 저에게 걸어주셨던 당원 동지들의 과분한 기대 또한 부응하지 못한 채 물러납니다. 그리고 철저히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들의 지혜와 용기를 겸허한 자세로 배우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늘 감사합니다.  


    2013년 3월 11일

    • 관리자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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