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전시지휘시설 시공업체로 뇌물비리 건설사 선정

  • 현역 장교에게 뇌물 건넨 H건설사, 계약 체결 후 뒤늦게 제재 처분 받아

  •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국회 국방위원)은 7일 국방부 국정감사에 “국방부가 전시지휘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남태령과 계룡대 등에 EMP방호시설을 구축하는 ‘806사업’의 시공업체로 계약체결 전 현역 장교에게 뇌물을 건네려다 실패한 건설사를 선정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백군기 의원에 따르면 806사업 낙찰자 선정 이전 단계에 있던 2013년 3월 6일, 국방부 검찰단은 사업에 참여한 H건설사가 당시 현역 해군 소령 박모 씨에게 현금 1,000만원을 건네려다 박씨가 이를 즉시 돌려주는 바람에 실패한 사실을 국군재정관리단에 통보했다고 한다.

    H건설사의 비리사실을 인지하고 있던 국방부는 그러나 부정당업자 제재를 내리지 않은 채 세 달 뒤인 6월 10일 H건설사와 최종계약을 체결했다. H건설사는 계약 체결 후 1년이 지난 올해 6월 17일에야 뒤늦게 뇌물제공에 대한 제재로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받았으나,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백군기 의원이 국방부가 H건설사의 비리사실을 미리 알고도 국가계약법이나 806사업 입찰안내서 등에 명시된 제재 절차를 수행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국방부는 “중요전력으로 계획된 사업의 기한내 전력화를 위해 기존에 실시설계 적격자로 선정된 사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해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되어 낙찰자로 결정했다”고 답변했다.

    결국 H건설사의 비리사실이 계약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백군기 의원은 “국방부가 국가계약법의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조항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국방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현행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에 따르면 입찰이나 계약과 관련해 관계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자는 법 27조 1항에 따라 즉시 1개월 이상 2년 이하 범위에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해야 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비리를 인지한 2013년 3월 6일이 아니라 계약까지 체결한 뒤 1년 이상 지난 2014년 6월 17일에야 처분을 내렸다.

    806사업 입찰안내서 제2장 ‘4.청렴계약입찰 특별유의서’에 명시된 계약해지 조항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별유의서 제5조에 따르면 관계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자는 계약체결 전의 경우 적격낙찰자 대상에서 제외하고 낙찰자가 결정된 경우에는 그 결정을 취소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H건설사는 적격낙찰자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다만 수요기관의 사업수행 상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조항이 문제다. 뇌물을 준 비리업체라도 국방부의 판단에 따라 면죄부를 부여할 수 있는 조건을 국방부 스스로 만들어뒀기 때문이다.

    특혜수준의 사업계약으로 인해 현재 계약해지도 어려운 상황이다. 백군기 의원이 국방부에 “지금이라도 비리건설사와 계약해지 후 시공업체를 교체하는 게 가능하냐”고 묻자 국방부는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164호 공사계약일반조건’을 들며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예규에는 ‘계약의 수행중 뇌물수수’가 있는 경우 계약해지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계약체결 이전 뇌물을 제공한 H건설사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결국 국방부의 뒤늦은 징계처분으로 인해 입찰참가조차 하지 않았어야 할 비리업체가 중요 전시지휘시설의 EMP방호설비 시공을 맡게 된 셈이다.

    백군기 의원은 그러나 지금이라도 가능한 방안을 찾아 비리업체를 사업에서 배제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백 의원은 “지난해 말 발표된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순위에서 국방부는 꼴지 수준을 기록했다”며 “국방부가 청렴도를 제고해 대국민 신뢰도를 높이려면 이런 잘못된 계약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관리자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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